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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은돈 서른 닢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08 조회수1,041 추천수10 반대(0) 신고

 

 

 성주간 수요일 - 은돈 서른 닢

 

 

신학교 1학년 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강론 경연대회가 있었습니다. 각 한 년의 대표들이 강론을 써서 발표하고 평가를 받는 것입니다. 제가 나이도 많고 말도 잘한다고 생각한 우리 신입생들은 저를 1학년 대표로 뽑았습니다.

발표 전날인데 얼마나 떨리는지 잠이 오질 않았습니다. 모든 신학생들과 교수 신부님들 앞에서 신입생이 강론발표를 한다는 것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침대에 누워서도 계속 원고를 외우고 또 외우며 그렇게 잠이 들었습니다.

막상 발표를 할 때는 원고대로 할 수 없었습니다. 왠지 강론을 점수를 잘 받기 위해 하는 것 같아서 본뜻과 맞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강론은 예수님을 위해 해야 하는 것이지 내가 점수를 잘 받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님을 깨닫고는 편하게 발표를 할 수 있었습니다. 점수 주시는 신부님들은 제가 미리 낸 원고를 이리저리 뒤적였습니다. 원고대로 하고 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원고에 바탕을 둔 것이지만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하니 오히려 편했습니다. 물론 결과도 나쁘지 않게 나왔습니다.

그 이후로는 사람들 앞에서 강론을 할 때 떨리는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바로 주님을 위한 강론이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에게 점수를 잘 받으려고 해서 그렇다는 것을 알고는 강의나 강론을 할 때 ‘내가 아닌 예수님을 위해서’하려고 다짐합니다. 그러면 마음이 편해집니다.

 

오늘 복음에서 가리옷 유다는 예수님을 은전 서른 닢에 팔아넘길 계획을 세웁니다. 과연 예수님의 가치가 은전 서른 닢밖에 되지 않을까요? 가리옷 유다는 예수님을 팔아 자신의 이익을 챙긴 것입니다.

이것이 배신이기는 하지만  가리옷 유다에게만 일어난 것은 아닙니다. 만약 우리도 예수님의 이름을 팔아 자신의 이익을 도모하려한다면 바로 우리 모두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강론을 한다고 하면서도 신자들에게 인기나 다른 무엇을 희망하면서 한다면 이 역시 그 분의 이름을 팔아 자신의 이익을 챙기는 것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을 잃고 작은 이익을 챙기는 것이 무슨 가치가 있을까요?

 

이사악의 맏아들 에사우는 배고프고 피곤한 상태로 밖에서 돌아옵니다. 야곱이 죽을 요리하고 있는 것을 보자 그 죽을 좀 달라고 합니다. 영리한 야곱은 형에게 상속권을 팔라고 요구합니다. 당장 배고파 죽을 지경인 에사우는 그런 것 따위는 상관없다고 합니다. 야곱은 이 때다 싶어 맹세부터 하라고 합니다. 죽밖에 보이지 않는 에사우는 바로 맹세를 하고 배를 불립니다.

실제로 야곱은 에사우 대신 이사악을 속여 장자의 축복을 받습니다. 이사악이 에사우에게 죽기 전에 장자로서 축복을 해 줄 테니 마지막으로 사냥하여 온 것으로 음식을 해 오라고 합니다. 이 말을 들은 레베카는 이사악에게 털옷을 입히고 에사우의 냄새가 나게 하여 눈이 보이지 않는 이사악에게 장자가 받을 수 있는 축복을 받게 합니다. 이스라엘 법엔 장자가 거의 모든 상속을 다 받는 것으로 되어있었던 것입니다.

이는 어찌 보면 자신에게 주어진 장자권을 하찮게 여긴 에사우에게도 잘못이 있는 것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금만 참고 견디면 되는 그것을 참지 못하고 죄를 저질러버립니다. 죄를 짓는다는 것은 하느님의 자녀되는 권리를 포기하고 순간적으로 육체를 만족시킬 수 있는 것을 선택하는 것입니다. 그렇게 은전 서른 닢에 그리스도를 팔아넘기는 것입니다.

가리옷 유다는 은화 서른 닢에 하느님의 아들을 팔아넘기고 그 분의 사도가 되는 것을 포기하고 자신의 영혼까지도 포기하고 맙니다. 우리가 짓는 모든 죄들도 하느님을 잃게 만들고 또 성령의 은혜도 줄어들게 만듭니다.

따라서 죄를 짓는 누구도 가리옷 유다의 선택에 대해 나무랄 수 없습니다. 어느 정도는 우리도 그런 선택을 하며 살아가기 때문입니다. 우리도 얼마나 가리옷 유다나 에사우같은 어리석은 선택을 하며 살고 있는지 뒤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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