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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옥이 진짜 있을까요?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08 조회수645 추천수4 반대(0) 신고

 

지옥이 진 있을까요? 

 

 

   부활 판공성사를 보러간 지원(30)씨가 시무룩해서 들어왔다.


   "신부님께 보속을 다른 걸로 바꿔 달라고 했더니, 뒷사람이 기다린다고 빨리 나가라고 하잖아요."


   "보속이 뭐였는데?"


   "그 언니한테 가서 먼저 사과하라고 하시길래, 난 그건 절대로 못한다고 했더니 문을 쾅 닫아버리고…."


   양쪽 부모 다 정신질환이 있어 가출한 지원씨는 직장에서 먹고 자는 남동생과 전자우편으로 남매의 정을 나누었다. 얼마 전에 그 남동생이 찾아와서 "내가 왜 누나 인생을 책임져야 돼?"하며 소리를 지르더니 다시 오지 않았다.


   "네가 무슨 죄가 있다고 고해성사를 보니…. 솔직히 나도 고해성사가 참 부담이 돼. 맨 날 똑같은 것을 고할 수도 없고…. 지난번에 고해성사를 봤는데 신부님이 얼마나 진지하게 들으시고 좋은 말씀을 해주시는지 처음으로 큰 위안을 받았어. 나중에 보니 외국 신부님이시잖아. 어떻게 내 말을 다 알아들으시지?"


   거실에 앉아있던 몇 사람이 신앙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혼자서 키운 딸은 자살, 아들은 희귀병인 근육병을 비관하여 알코올 중독자가 돼 술값을 주지 않으면 행패를 부린다는 마리아(63)씨는 나이와 인공 관절한 다리를 숨기며 간병인 일을 나간다. 한숨을 쉬며 말을 꺼냈다.


   "지옥이 진짜 있을까요? 나, 하루에도 열 번쯤 죽고 싶은데…."


   비가 오나 눈이 오나 구부정한 허리로 새벽 4시에 첫 차를 타고 빌딩   청소 일을 나가는 경순(57)씨가 말을 받았다.


   "나도 이렇게 살고 있잖아요. 하느님은 한없이 자비로우시다고 하던데 아무렴 지옥을 만들어 놓았을까요? 연옥은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금 이 세상도 이리 괴로운데, 지옥이 진짜 있다면 또 이렇게 고통스러울까 봐 겁이나 못 죽고 있어요. 신앙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아요. 죽고 싶어도 죽지도 못하니…. 지옥이 진짜 있어요? 없어요? 왜 아무 말도 안하고 가만히 계세요?"


   옆에 있던 나를 다그쳤다.


   "고통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신비라고 하지요. 사랑하는 자식에게 더 아픈 매를 들듯이…. 성장과 변화를 위해서…. 벼랑 끝에 섰을 때 전혀 낯설었던 길이 보이기 시작하지요."


   목에 뭔가 걸린 것처럼 헛기침이 나오더니 점점 모기 소리가 되어갔다. 고개도 숙이고 있었다.


    ♥ 김기혜(서울가톨릭사회복지회 여성노숙인센터 '수선화의 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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