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들의 발을 씻어주시는 예수.

(봉사의 스캔들)

“예수님은 대야에 물을 부어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시고,

허리에 두르신 수건으로

닦기 시작하셨다.”(요한 13,5)

그러나 제자들은 거부합니다.

베드로는 강하게 반발하면서

제자들 각자의 마음속에 품고

있던 것을 표현합니다.

시몬 베드로가,

“주님, 주님께서 제 발을 씻으시렵니까?”

예수님께서는 “내가 하는 일을 네가 지금은

알지 못하지만 나중에는 깨닫게 될 것이다.”

하고 대답하셨다.

그래도 베드로가 예수님께

“제 발은 절대로 씻지 못하십니다.”하니,

예수님께서 그에게 대답하셨다.

“내가 너를 씻어주지 않으면 너는 나와 함께

아무런 몫도 나누어 받지 못한다.”(요한 13,6-8)

이것은 아주 힘 있는 말씀으로

간단히 말하자면,

“내가 당신의 발을 씻어줄 수 없다면,

당신은 더 이상 내 친구, 내 제자일 수 없습니다.

당신은 내 나라에 들어가 내가 주는 유산을 받을

수 없습니다. 이제 우리 사이는 끝장났으니 당신은

지금 당장이라도 떠날 수 있습니다.”

예수님이 발을 씻어주시도록 내맡기는 것은

선택이 아닙니다. 그것은 그분의 친구가 되고

사랑으로 가득한 그분의 나라에 들어가는 필수

조건입니다.

베드로는 이점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이,

엄격하고 무게가 있음을 깨닫고 움츠러듭니다.

당신의 고난과 죽음을 알리셨을 때

예수님을 만류했던 사건을 이윽고 떠올렸는지도

모릅니다.

“사탄아, 내게서 물러가라. 너는 나에게 걸림돌이다.

너는 하느님의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람의 일만

생각하는 구나!”(마태 16,23)

참으로 가혹한 말씀입니다.

예수님은 무력해지십니다.

자신의 생명을 바치기 위해 고통과 수난에 이르는

내리막길을 받아들이는 것,

맨 끝자리로 내려가기 위해 종처럼

아무런 힘도 없이 비천해짐을 받아들이는 것,

이 모든 것은

흔히 인간의 마음속에 있는

갈망을 한꺼번에 거스르게 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아버지께서 예수님에게 주신,

고통에 이르는 사랑의 길입니다.

이 길을 통해 예수님은

아버지와 완전한 친교를 이루며

친구들을 향한 철저한 사랑을 ‘마지막 순간까지’

드러냅니다.

베드로는 이것을 이해해야만 했습니다.

                  장 바니에 지음/김 현수 옮김.

오늘의 묵상:

결국 발 씻김은

예수님이 행하신 많은 일과 같이

하나의 신비입니다.

겸손하고

작아진다는 것은,

두려움과

인간적인 안주에서 벗어나,

다른 이들에게

생명을 내주기 위해 끝까지,

기꺼이 사랑하는 다정한 마음을

드러내고 계신 것입니다.

이 발 씻김의 예식에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시는 교훈은,

어느 순간이라도

확고하고 정의롭고 친절하게,

그리고 견실하게

자기의 온몸을 다해,

자기에게 주어진 역할을

포기하지 말고,

작아짐과 용서,

신뢰와 친교, 연약함의 길로

예수님을 따르라고 요청하시는 것입니다.

오늘 아침에는 아내를 따라

한림 대 병원을 방문했습니다.

건강검진 결과에 대한 CD를 판독하고

의사 선생님의 주의 사항을 함께 듣고,

내가 아내의 보호자로써 주의할 사항이

있으면,

자세히 들어서 그 동안 속을 많이 썩게 한

나의 잘못을 보속이라도 해야지 하는 마음

이었지만.

의사 선생님의 친절한 말씀으로 내가 할 일이

별로 없음을 알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누구나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해야 할

나이가 되었음을 깨닫고,

이제부터는 세심한 주의를 기우려야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내의 굳센 만류에도 불구하고

굳세게 따라나선 이유가,

아내의 발이라도 닦아줄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 아닌가하고 생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