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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왜 나를 버리셨나이까?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10 조회수1,106 추천수13 반대(0) 신고

 

 

 

성주간 금요일 - 왜 나를 버리셨나이까?

 

 

초대교회 때는 세례를 성 토요일 부활 전야미사 때 하였습니다. 사순절동안 교리를 배우고 전야미사 때 세례를 받고 기존의 신자들과 평화의 인사를 나눈 다음에 성찬의 전례가 거행되었습니다. 토요일 밤에 이 세례를 거행하는 이유는 바로 토요일 밤의 예수님의 처지가 세례를 받기 전 죄의 상태에 있는 예비자들과 상황이 같기 때문입니다. 같은 상황에서 예수님께서 부활하시듯 세례자들도 하느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그들은 세례대로 계단을 내려 들어가 물에 세 번 침수했다가 다시 올라옵니다. 이는 예수님께서 삼 일간 땅에 묻혀 계셨던 것을 상징하는 것입니다.

 

토요일 밤은 예수님께서 저승에 가시어 하느님께서 존재하지 않았던 유일한 시간이었습니다. 성 바실리오 성인에 의하면 이 때 아버지는 하늘에 계시고 아들은 생명이 없는 죽은 이들의 세계에 계시고 두 분을 이어주어야 할 사랑의 성령님은 두 분과의 거리가 너무 멀어 어디로 가야할지 모른 채 눈물 흘리고 계시는 시간이라고 합니다.

사랑이신 하느님이 더 이상 사랑이 아니게 된 것입니다. 왜냐하면 아버지와 아들은 성령 안에서 하나로 사랑이 되시는 분이신데 아버지는 아들을 죄인처럼 버리셨기 때문입니다. 아들이 세상의 모든 죄를 뒤집어쓴 이상 사랑할 대상이 아닌 벌을 주어야 할 대상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아버지는 사랑대신 아들에게 십자가의 고통을 선사합니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께 이렇게 부르짖습니다.

“아버지, 아버지! 왜 저를 버리셨나이까?”

사랑 자체이신 분이 사랑이 깨어져 서로 멀리 떨어지는 고통을 우리는 알 수 없습니다. 그저 머리로만 상상해볼 뿐입니다. 이별의 고통이 얼마나 컸기에 겟세마니에서 온 땀구멍으로 피가 역류하여 흘러야 했는지 우리는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습니다.

지옥이란 바로 하느님께서 계시지 않은 공간입니다. 사랑하는 분과, 아니 사랑이신 분과 함께 있는 곳이 천국이고 그 분을 잃는 것이 지옥입니다. 예수님은 그래서 삼일동안 ‘지옥’에 내려가 계신 것입니다. 하느님을 잃은 지옥의 고통까지 맛보아야 참으로 하느님을 배반한 인간의 죄를 완전하게 보속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의 고통으로 모든 고통이 끝난 것처럼 생각 할 수 있겠으나 그건 그렇지 않습니다. 하느님 아버지와 이별하여 있는 고통을 계속 겪는 것입니다. 부활하여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잡으려는 마리아 막달레나에게 아버지께 돌아가야 하니 당신을 잡지 말라고 하십니다. 즉, 아버지와 떨어져 있었던 것입니다.

 

사랑해 본 사람들은 사랑하는 사람과 떨어져있는 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지 잘 압니다. 사랑하면 함께 있어야합니다. 그래서 혼인하여 함께 사는 것입니다. 그러나 누가 배신을 하고 다른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면 홀로 남은 사람은 가슴이 찢어지는 고통을 겪습니다.

우리는 이 고통을 죄를 지을 때마다 하느님께 드립니다. 하느님께서 고통스러워하시는 것은 죄 자체보다도 그 죄로 인하여 사랑하는 인간이 당신을 등지는 것입니다. 인간은 어쩌면 온전한 사랑을 잘 모르기에 덜 고통스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랑 자체이신 하느님께서 인간을 잃는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받으셔야 할 고통 중 가장 큰 것이 바로 사랑하는 분으로부터 버림을 받는 고통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인간이 하느님을 한 번 이상은 버렸기 때문입니다. 하느님은 그 고통을 당신 아들에게 지우셨습니다.

그러면 아버지로부터 버림받은 아들만 괴로웠을까요? 아버지도 아들과 이별함으로써 같은 고통을 당하십니다. 아버지는 인간의 죄가 얼마나 끔찍한 고통을 당신께 드렸는지 인간이 좀 느끼고 죄로부터 돌아와 다시 당신을 사랑해 줄 것을 원하시는 것입니다.

 

금요일과 토요일 낮엔 미사가 거행되지 않습니다. 그 이유는 하느님께서 존재하지 않는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즉, 죄로 인한 하느님과의 단절, 즉 지옥의 시간입니다. 이제 우리에게 남은 것은 하느님이 없는 침묵이 누구로부터 비롯되었고 얼마나 고통스러운지를 절실하게 깨닫고 새로운 하느님의 아들로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부활할 때를 기다리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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