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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가까이 더 가까이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11 조회수599 추천수8 반대(0) 신고

가까이 더 가까이

재미난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오늘 이 곳 텍사스에서요. 오늘은 Good Friday입니다.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돌아가시는 날입니다. 근처 대학도 문을 닫고 많은 학교가 문을 닫습니다. 아이들도 원래는 Good Friday에는 학교에 가지 않는 것이 이 곳 교육청의 방침인데 지난 번 눈이 온 관계로 하루를 공휴일로 써서 오늘을 쉴 수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아이들은 Good Friday인데 학교에 가야한다고 못내 아쉬워하며 학교로 갔습니다.

텍사스가 아주 보수적인 곳이지만 근본으로 돌아가는 것에는 아주 실천을 잘 하는 곳임을 피부로 느낍니다. 다른 주에서는 Good Friday라고 학교가 쉬는 곳을 보지 못했습니다. 특히나 자유로운 동부나 서부쪽에서는요. 남부 텍사스는 이렇게 청교도 정신으로 세워진 미국이라는 나라이고 늘 하느님과 함께 살아가야함을 다시금 일깨워줍니다.

사람들이 원리 원칙주의를 고수하고 애국심으로 똘똘 뭉쳐 아버지 부시와 아들 부시까지 대통령으로 만들어 전쟁을 두 번이나 일으키는데 일조를 한 이 텍사스라는 주가 사실 여지껏 마음에 드는 적은 별로 없었는데 오늘 주님 수난 금요일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실을 보며 조금 마음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암튼 오늘 성금요일에 앞서 어제는 거룩한 주님의 만찬 성목요일 미사에 참례를 하였습니다. 남편이 해설을 하기에 아이들과 함께 드린 미사라 분심이 들 때도 있었습니다. 지겨워하는 작은 아이때문에요. 졸립고 지루해하다 결국엔 잠이 든 작은 아이를 보며 ‘주님 앞에 너처럼 잠들 수 있는 것도 어쩜 영광이겠다.’ 라고 생각하며 혼자 피식 웃음이 나왔습니다.

미사를 통해 신부님께서 교우들의 발을 씻어주고 또 발 씻김을 당한 교우들은 주님의 마음이 되어 다른 교우의 발을 씻어 주는 모습을 보며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섬김을 보여주신 단 한가지 이유는 우리가 주님처럼 섬기는 사랑을 원하시기 때문이란 걸 알지만 그것을 잘 실천하지 못하는 제가 많이 부끄러웠습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아이들을 재우고 저 혼자 11시 30분에 다시 집을 나섰습니다. 12시부터 1시까지 우리 구역이 감실에서 나와 따로 모셔진 주님을 지켜야했거든요. 도넛가게를 하시는 분들은 새벽 2시가 되면 일을 시작하셔야하기 때문에 오시지를 못합니다. 대신 저희 구역장님 내외분과 저 그리고 다른 구역의 두 분과 함께 주님을 함께 지켰습니다.

노래하고 말씀을 읽고 묵상하고 그리고 묵주기도를 바치며 함께 깨어서 주님을 지키며 보내는 시간이 얼마나 은혜로왔는지 모릅니다. 그 전에는 제가 세상일에 정신을 팔려 주님이 감실에서 나와 어디로 모셔졌는지, 또 저희가 지켜야한다는 것도 알지 못한채 지낸 날들이었습니다. 올해는 이렇게 주님 돌아가시기 전에 이렇게 더 가까이서 당신을 보고 당신을 느끼게 해주시니 너무나 감사드립니다.

죽음도 갈라 놓을 수 없는 당신의 사랑, 죽음을 이긴 당신의 사랑을 당신께 한 발짝 조금만 가까이 가고자 노력하면 더 큰 은총으로 보여 주십니다. 이렇게 한없는 사랑을 베풀어 보여 주시는 당신을 이제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영원토록 당신을 지키며 당신과 함께 있고 싶습니다. 죄가 많은 저이지만 주님의 거룩한 만찬에 초대해주시고 당신을 지킬 수 있는 몫도 주시니 제가 어찌 당신을 떠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이 돌아가신 3일 동안도, 당신이 이 곳에 없는 순간에도 당신을 지키겠습니다. 돌무덤 안에 돌아가신 모습으로 계셔도 당신을 끊임없이 바라보겠습니다.

 

제가 어제 주보를 만들었어야하는데 아무 생각없이 주보를 만들지 않고 성당에 갔어요. 아차 잘못했다 생각이 되고 많은 교우분들게 죄송스러웠습니다. 그래도 누구하나 비난하지 않는 모습을 보며 더 열심히 주님 당신을 위해 일하리라 다짐을 하였습니다. 그래서 이 글을 맺으며 이제 오늘 성금요일 수난예식을 위한 간단한 주보를 만들 것입니다.

저의 사소한 일상이 담긴 글을 사랑의 마음으로 읽어 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부활이 얼마 남지 않고 가까이 와 있습니다. 기쁨과 환희의 절정인 부활을 꿈꾸는 오늘이 참 행복입니다. 한국에서 먼저 맞을 주님의 부활을 최고로 기쁘게 맞이하시기를 빕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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