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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4월 11일 야곱의 우물- 마르 16, 1-7 묵상/ 사오정 수녀님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11 조회수548 추천수4 반대(0) 신고
사오정 수녀님

안식일이 지나자, 마리아 막달레나와 야고보의 어머니 마리아와 살로메는 무덤에 가서 예수님께 발라드리려고 향료를 샀다. 그리고 주간 첫날 매우 이른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에 무덤으로 갔다.
 
그들은 “누가 그 돌을 무덤 입구에서 굴려내 줄까요?” 하고 서로 말하였다. 그러고는 눈을 들어 바라보니 그 돌이 이미 굴려져 있었다. 그것은 매우 큰 돌이었다. 그들이 무덤에 들어가 보니, 웬 젊은이가 하얗고 긴 겉옷을 입고 오른쪽에 앉아 있었다. 그들은 깜짝 놀랐다.
 
젊은이가 그들에게 말하였다. “놀라지 마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자렛 사람 예수님을 찾고 있지만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그래서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보아라, 여기가 그분을 모셨던 곳이다. 그러니 가서 제자들과 베드로에게 이렇게 일러라. ‘예수님께서는 전에 여러분에게 말씀하신 대로 여러분보다 먼저 갈릴래아로 가실 터이니, 여러분은 그분을 거기에서 뵙게 될 것입니다.’”
(마르 16,1-­7)
 
 
 
 
◆사태나 내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엉뚱하게 반응하는 사람을 일컬어 ‘사오정’이라고 하는데, 우리 수녀원에도 사오정 수녀님들이 몇 있어 황당한 에피소드로 우리를 포복절도하게 한다. 한 사오정 수녀님이 분교 앞에 적힌 ‘현서 분교장’이라는 이름을 보고, 요즘에는 교장 선생님 이름도 이렇게 적어놓는다면서 신기해했다. 그 수녀님은 ‘현서분 교장’이라고 이해했던 것이다. 그러나 어찌 이 사오정 수녀님뿐이랴.
 
지난해 선교지에서 귀국 후, 나의 내면에서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느꼈다. 이것은 자유 같기도 하고, 평화 같기도 하고…. 어쨌든 그분의 현존의식에 대한 강한 확신에서 비롯된 느낌이었다. 그것이 내가 암담하고 열악한 상황에 있는 그들을 더 사랑하려고 고투했던 그 사랑을 밑거름 삼아 그분이 주고 계시는 은총임을 깨닫기 전까지는, 나는 그저 헛수고 같기만 했던 그 아픔 가운데서만 주님을 찾으려고 했다.

오늘 복음에 등장하는 세 여인은 향료를 바르기 위해 주님의 무덤을 찾는다. 그들이 부활하신 주님의 소식을 듣고 그 흔적을 보기까지, 그들은 다만 죽은 예수님만을 찾고 있었던 것이다. 세 여인이나 나나 주님을 찾기는 찾았으나, 그것이 상처든 주검이든 지나간 것에 집중해 있을 때는, 이미 우리 삶에서 시작된 부활의 은총에 한 박자 늦게 들어가게 된다.
 
우리가 지금 이 ‘순간’이라는 좁은 현실 속에서만 그분을 찾으려 한다면, 이미 부활하신 분을 두고 빈 무덤만 두리번거리는 사오정이 될 것이다.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이 비록 절망과 아픔, 죽음 같은 사실뿐일지라도 그분은 우리가 지향하는 겨자씨만 한 보잘것없는 사랑 그 옆에 부활의 씨앗을 몰래 심고 정성을 다해 키워 주신다. 이를 믿는 희망 속에, 사오정이라는 딱지를 떼고 부활하신 그분을 삶 속에서 다시 만나는 지혜로운 제자가 되어보자.
양옥자 수녀(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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