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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쁨의 자락을 부여잡고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13 조회수710 추천수9 반대(0) 신고
 
 

기쁨의 자락을 부여잡고 - 윤경재

 

그 여자들은 두려워하면서도 크게 기뻐하며 서둘러 무덤을 떠나, 제자들에게 소식을 전하러 달려갔다. 예수님께서 마주 오시면서 그 여자들에게 “평안하냐?” 하고 말씀하셨다. 그들은 다가가 엎드려 그분의 발을 붙잡고 절하였다. “두려워하지 마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 여자들이 돌아가는 동안에 경비병 몇 사람이 도성 안으로 가서, 일어난 일을 모두 수석 사제들에게 알렸다. 수석 사제들은 원로들과 함께 모여 의논한 끝에 군사들에게 많은 돈을 주면서 말하였다. “‘예수의 제자들이 밤중에 와서 우리가 잠든 사이에 시체를 훔쳐 갔다.’ 하여라. 이 소식이 총독의 귀에 들어가더라도, 우리가 그를 설득하여 너희가 걱정할 필요가 없게 해 주겠다.” 경비병들은 돈을 받고 시킨 대로 하였다. 그리하여 이 말이 오늘날까지도 유다인들 사이에 퍼져 있다. (마태 28,8-15)

 

 오늘부터 부활 ‘팔일 축제’가 시작합니다. 교회는 전통적으로 부활사건을 다룬 복음서를 요일별로 매년 똑같이 읽습니다. 이 동안 독서는 사도행전2장, 3장, 4장 베드로의 증언과 담화내용을 읽고 복음말씀은 마태오28,8-15, 요한20,11-18, 루카24,13-35, 루카24,35-48, 요한21,1-14, 마르16,9-15, 요한20,19-31을 읽습니다. 예수님 부활을 전달하는 내용은 약간씩 다릅니다. 예수님 부활에 혼란스러워하는 무리와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 사이의 차이를 그렸습니다. 네 복음서는 각자 뚜렷한 신학적 의도에 따라 부활 사건의 성격과 차원을 달리 설명합니다. 주님 부활이 지니는 의미를 신앙의 눈으로 그렸습니다.

  마태오 복음서는 예수님 수난과 부활 동안에 여성의 역할을 강조하였습니다. 질문을 제기하고 사태를 정리하는 역할을 여성들이 주도합니다. 향유를 부은 어떤 여인, 카야파의 하녀들, 빌라도의 부인, 갈릴래아로부터 와서 십자가 밑에 모인 많은 여인, 무덤 곁에 있던 막달레나와 다른 마리아가 등장합니다. 두 마리아는 죽음의 상징인 무덤이 흔들리고 악의 상징인 돌이 치워진 것을 경비병들과 함께 목격합니다. 그녀들은 주님의 천사에게 주님 부활소식도 처음으로 들었습니다.

  마태오 복음서는 독특하게 수석사제와 원로들이 경비병을 매수하는 이야기를 전합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듯 진리를 외면하러 애쓰는 모습을 그렸습니다. 거짓이 점점 불어나며 제2 제3의 과오를 저지르는 모습입니다. 경비병들은 지진으로 무덤이 흔들리고 천사가 돌을 굴리고는 그 위에 앉는 것을 보았는데 그들은 진리에 눈감아 버렸습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을 보고 두려워 떨다가 까무러쳤습니다. 외면하고 싶은 심정을 나타냅니다. 그러나 실제로 생긴 사실을 외면할 수 없어 윗선에 보고를 올립니다. 자기가 맡은 책임을 전가하는 행동이었습니다. 경비병들은 작은 이익을 위해 진리에 눈을 감아버렸습니다.

  마태오 저자는 이렇게 예수님 부활을 제자들이 겪은 집단 엑스터시나 심리적 상상이 아니라 객관적 사건이었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이 사실마저 눈 감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두 여인들은 예수님을 뵙자마자 알아보았습니다. 아무 의심이 들지 않았습니다. 천사가 말한 소식을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두려워하면서도 기뻐하였기에 예수님을 만나자 즉시 경배를 드릴 수 있었습니다. 지극한 고통을 겪으신 예수님께서 처음으로 하신 말씀은 Chairo 즉, 기쁨의 인사였습니다. 그리고 기쁜 소식을 형제들에게 전하라는 사명이었습니다. 예수님과 그 형제들이 처음 출발한 곳으로 返本回歸하라는 요청이었습니다.

  우리에게도 천사는 찾아옵니다. 기도나 독서, 피정을 통해서나, 묵상을 통해서, 봉사를 통해서 찾아옵니다. 작은 기쁨의 형태로 찾아옵니다. 그럴 때 우리의 마음도 지진처럼 흔들리게 됩니다. 그 흔들림에 우리는 예민하게 반응할 필요가 있습니다. 천사의 소식을 귀담아 들었던 두 여인처럼 기쁨을 크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인간적 계산에 눈이 가려지면 진리를 외면한 경비병과 같이 되고 맙니다.

  부활하신 분을 체험한 사람은 기쁨으로 이웃과 친교를 나누고 싶고 봉사에 뛰어들고 싶어집니다. 그러면 그대로 실천하면 됩니다. 망설일 필요가 없습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사랑한다면 그대가 시키는 대로 하라.”라고 말했습니다.

  마태오 저자는 부활 사건을 군더더기 없이 아주 명백하고 간략하게 보고합니다. 기쁨과 달려감입니다. 그리고 예수님의 마지막 말씀을 전합니다. “내가 너희에게 명령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여라.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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