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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복음 나누기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15 조회수722 추천수6 반대(0) 신고
 
 

복음 나누기 - 윤경재

 

엠마오라는 마을로 가고 있었다. 그렇게 토론하는데, 바로 예수님께서 가까이 가시어 그들과 함께 걸으셨다. 그들은 눈이 가리어 그분을 알아보지 못하였다. “아, 어리석은 자들아! 예언자들이 말한 모든 것을 믿는 데에 마음이 어찌 이리 굼뜨냐? 그리스도는 그러한 고난을 겪고서 자기의 영광 속에 들어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 “저희와 함께 묵으십시오. 저녁때가 되어 가고 날도 이미 저물었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빵을 들고 찬미를 드리신 다음 그것을 떼어 그들에게 나누어 주셨다. 그러자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그들에게서 사라지셨다. “길에서 우리에게 말씀하실 때나 성경을 풀이해 주실 때 속에서 우리 마음이 타오르지 않았던가!” 곧바로 일어나 예루살렘으로 돌아가 길에서 겪은 일과 빵을 떼실 때에 그분을 알아보게 된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루카 24,13-35)

 

  오늘은 제가 속한 본당 구역모임을 자랑하고 싶습니다. 제가 이사로 교적을 옮기게 되어 이 구역 모임에 나온 지 2년여가 되었습니다. 와서 참석하고 보니 교구에서 권하는 소공동체 ‘복음 나누기 7단계’가 아주 잘 이루어지고 있었습니다. 매달에 한 번씩 거르지 않고 열두 분 이상 출석합니다. 무엇보다 복음 나누기 정신을 잘 이해하고 겸손하게 이끄시는 구역장께서 수고하시는 덕분이라 여깁니다. 그래서 구역장님의 설명을 소개하고 자랑을 해볼까 합니다.

  소공동체 모임은 주도하는 봉사자의 능력을 뛰어 넘지 못한다는 일설이 있습니다. 이 말은 봉사자의 능력이 월등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라 봉사자의 마음가짐에 달렸다는 지적입니다. 봉사자가 모임을 주도하려면 자칫 한계에 부닥치게 됩니다. 봉사자는 먼저 주님께서 모임을 이끄신다는 것을 깨닫고, 구성원 모두가 참여할 수 있도록 권유하면 된다는 의미일 뿐입니다. 토론을 이끌거나 가르치려 해서는 안 된다는 말입니다.

  엠마오로 내려가는 두 제자들은 그동안 일어난 일에 관하여 토론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자기들 곁에서 함께 걸어가시는 예수님을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눈이 가리어 그분이 누구신지 전혀 몰랐습니다. 예수님께서 먼저 “걸어가면서 무슨 말을 서로 주고받느냐?”라고 물으시자 비로소 곁에 누가 걷고 있다고 눈길을 돌렸습니다. 토론은 자칫하면 남의 말을 듣는 것이 아니라 자기 생각을 피력하고 설득하려 들기 때문에 눈과 귀가 닫힐 수 있습니다. 이처럼 복음 나누기 7단계에서 중요한 자세는 듣기가 되어야지 토론이 되거나 가르침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설명하십니다. 매번 복음 나누기 7단계를 주지시켜 주십니다. 초대하기, 복음 읽기, 마음에 닿는 구절 바라보기, 침묵으로 말씀 듣기, 복음묵상 나누기, 활동하기, 마침기도 등을 참가자 모두가 인식하도록 이끕니다.

 ‘초대하기’에서는 돌아가며 주님께서 성령으로 모임을 이끄시기를 청원하고 그동안 평화를 주신 것에 감사기도를 바칩니다. 복음 읽기를 마치고나서 ‘바라보기’ 단계에서는 각자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구절을 선택하지 말고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자신을 이끄는 구절을 찾아보라고 권유하십니다. 조금 엉뚱해도 좋다고 하십니다. 어떤 날에는 아예 몇째 줄 몇 번째 단어라고 미리 정하기도 하셨습니다. 자기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을 선택하다보면 자칫 남을 가르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그리고 각자 정한 그 구절을 붙잡고 침묵으로 듣기 단계에 들어갑니다. 나누기 단계에서는 각자 들은 바를 ‘나’라는 주어를 사용하여 고백합니다. 여기서도 서로 토론은 하지 않습니다. 여기까지가 클라이맥스입니다.

  6단계 ‘활동하기’에서 복음을 어떻게 실천할 지 정하고 본당활동 내용과 소식을 전합니다. 이때 복음서 내용과 신앙생활에서 궁금했던 점에 대해 질문과 응답시간을 갖습니다. 자유롭고 열린 마음으로 의견을 교환합니다. 마침기도는 가능한 모든 분들이 자유기도로 올리기로 정했습니다. 그리고 구역장님이 가정을 위한 기도와 주모경으로 끝냅니다. 그러고나서 물론 화기애애한 가운데 이차 주회를 갖죠. 부부가 함께 참석하므로 지나치게 길어지지 않고 정한 시간 내에 끝을 맺습니다.

 이밖에도  한 달에 한번 모여 족구 시합도 하고 일 년에 한차례 성지 순례도합니다. 이렇게 좋은 구역 모임에 참여할 수 있게 되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모두 겸손하고 배려할 줄 아는 구역식구들 덕분이겠죠. 모임이 재미있다 보니 빠지지 않고 열심히 참석하게 됩니다.

  엠마오 이야기는 나눔의 정신을 보여줍니다. 지나쳐 가시려는 주님을 초대하여 집안에 모실 때 주님께서는 사랑을 나누어 주십니다. 우리가 찬미와 빵을 나누는 성체성사의 의미를 나눌 때 주님은 우리 눈에서 사라지십니다. 우리 눈에서 사라지신 분은 어디로 가셨을까요? 바로 우리 안으로 녹아드신 것입니다. 이제 더는 다른 곳에서 주님을 찾을 것이 아니라 제자들이 예루살렘 교회로 증언하러 모였듯이 우리도 공동체 안으로 들어가 주님의 은총을 나누어야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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