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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진리에 귀 기울이면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17 조회수644 추천수6 반대(0) 신고
 
 

진리에 귀 기울이면 - 윤경재

 

시몬 베드로가 그들에게 “나는 고기 잡으러 가네.” “우리도 함께 가겠소.” 그들이 배를 탔지만 그날 밤에는 아무것도 잡지 못하였다. “얘들아, 무얼 좀 잡았느냐?” “못 잡았습니다.” “그물을 배 오른쪽에 던져라. 그러면 고기가 잡힐 것이다.” 예수님께서 사랑하신 그 제자가 베드로에게 “주님이십니다.” 하고 말하였다. 주님이시라는 말을 듣자, 옷을 벗고 있던 베드로는 겉옷을 두르고 호수로 뛰어들었다. 그들은 뭍에서 백 미터쯤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던 것이다. “방금 잡은 고기를 몇 마리 가져오너라.” 그 안에는 큰 고기가 백쉰세 마리나 가득 들어 있었다. 고기가 그토록 많은데도 그물이 찢어지지 않았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 예수님께서는 다가가셔서 빵을 들어 그들에게 주시고 고기도 그렇게 주셨다. (요한 21,1-14)

 

  평신도들끼리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신앙생활과 일상생활을 조화롭게 살기가 어렵다는 말을 자주 합니다. 특히 남성 교우들은 늘 이런 고민에 빠져 삽니다. 직장생활을 하거나 개인 사업을 하는 중에 이런 갈등을 겪는 때가 많습니다. 돈을 벌려면 이렇게 저렇게 남들이 하는 대로 적당히 타협하고 살아야 하겠는데 막상 신앙 양심에는 거리낍니다. 너라고 별 수 있냐는 비난의 목소리가 들려오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일상생활을 집어치울 수도 없습니다. 당장 가족을 부양해야하는 책임이 짓누르기 때문입니다. 양심에 거리껴도 가끔 눈을 감고 세류에 휩쓸리기도 합니다.

  그러나 막상 시간이 흐르고 뒤돌아보면 그때 꼭 그렇게 처신하지 않아도 되었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아니 오히려 더 좋지 않은 결과가 맺었다고 후회하게 됩니다. 그 이유는 내가 잠시 진실성을 포기하면 상대방도 눈치를 채고 그렇게 반응하게 됩니다. 서로 작은 이익에 집착하느냐 큰 진실을 외면하기 때문입니다. 살아오면서 작은 이익보다는 결국 진실이 승리한다는 것을 뒤늦게나마 깨닫는 적이 많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바가 있습니다. 베드로는 평생 우두머리 어부로 일가를 이룬 사람이었습니다. 고기잡이 경험도 풍부하고 산전수전을 다 겪었습니다. 그래서 자기 나름의 방식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은 밤새 수고를 하여도 헛방만 날리고 쓸쓸히 귀환하는 날이었습니다. 자기를 따르는 여섯 동료를 이끌고 고기가 많은 곳, 호수 깊은 데를 찾아 나섰지만 아무것도 건지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뭍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가까운 곳에 진리가 있었습니다. 그 진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리가 가르치는 바대로 실행에 옮기니 더 큰 소득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베드로는 자기주장을 없애고 주님의 목소리를 따랐을 때, 그리고 일곱 동료 중 하나가 되어 먼저 진리를 본 그 사람 요한의 말을 들었을 때 주님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나를 뺀 나머지 여섯은 불완전수입니다. 나 베드로를 포함해야 일곱의 완전수가 되는 것입니다. 나만은 너희와 다르다고 여기고 별도의 잣대를 대는 순간 모든 것은 공염불에 빠지게 됩니다.

  리더가 되는 사람은 자칫 눈이 가려 진리를 외면할 수 있습니다. 자기주장이 참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 역대 대통령이라고 하는 분들이 저질러온 과오를 보아도 이런 사실이 여지없이 증명됩니다. 처음에는 부정부패를 뿌리 뽑고 잘 해보겠다고 나섰지만 곧 권력이라는 속성에 눈이 멀어 양심을 팔아버렸습니다. 여전히 퇴임 뒤에는 망신을 당하고 있습니다. 대통령처럼 드러나지 않는 작은 우리라고 해서 이런 덫에 걸리지 않았을까요? 어쩌면 더 자주 양심을 팔았는지도 모릅니다. 진리에 더 자주 눈을 감았는지도 모릅니다.

  진리에 귀를 기울이고 진리를 따르면 예상하지 못한 소득을 올린다고 오늘 복음은 말합니다. 베드로와 그 일행이 하나 되어 진리이신 예수님 목소리에 따라 그물질을 하자 물고기가 가득 잡혔습니다. 이제 그들은 그 물고기를 팔아 온 가족을 배불리 먹이고 일상생활에서 힘을 내어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물이 견뎌 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물고기를 잡았지만 삶의 도구인 그물은 어느 한 군데도 손상 받지 않고 온전하게 보전되었습니다.

  잡힌 물고기 숫자 153은 완전수 10과 7의 합인 17이 만들어 내는 총합입니다. 하나에서 열일곱까지 모두 더하면 153이 됩니다. 즉, 완전수의 완성을 상징합니다.

 “와서 아침을 먹어라.”고 초대하시는 주님께서는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해야 산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시는 분입니다. 그렇기에 언제나 우리 곁에 와 계십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자칫 일상생활 속에서 주님을 발견하지 못하고 소홀히 넘길 위험성이 있습니다. 주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자기 생각대로 삶을 산다면 결국 얻는 것은 빈 배일 뿐입니다. 공연히 나를 믿고 따르는 사람들까지 낙심하고 배곯게 만드는 우를 범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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