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월(四月)의 환희 / 이해인
깊은 동굴 속에 엎디어 있던
내 무의식(無意識)의 기도가
해와 바람에 씻겨
얼굴을 드는 4월
산 기슭마다 쏟아 놓은
진달래꽃
웃음 소리
설레이는 가슴은
바다로 뛴다
나를 위해
목숨 버린 사랑을 향해
바위 끝에 부서지는
그리움의 파도
못자국 선연한
당신의 손을 볼 제
남루했던 내 믿음은
새 옷을 갈아 입고
이웃을 불러모아
일제히 춤을 추는
풀잎들의 무도회
나는
어디서나 당신을 본다
우주(宇宙)를 환희로 이은
아름다운 상흔(傷痕)을
눈 비비며 들여다본다
하찮은 일로 몸살하며
늪으로 침몰(沈沒)했던
초조한 기다림이
이제는 행복한
별이 되어
승천(昇天)한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부활(復活)하신 당신 앞에
숙명(宿命)처럼 돌아 와
진달래 꽃빛 짙은
사랑을 고백(告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