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4월 20일 부활 제2주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20 조회수1,126 추천수20 반대(0) 신고

 

4월 20일 부활 제2주간 월요일 - 요한 3,1-8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


<고달프던 일상(日常)이 눈부신 경이로움으로>


   요즘 들어 자주 저를 괴롭히는 생각이 한 가지 있습니다.


   ‘자기 초월’ ‘자기 극복’이란 문제입니다. 어찌 그리도 어려운지요. 수십 년간 발버둥 쳐 왔지만, 삶은 어찌 그리도 매정한지 모릅니다. 언제나 제자리입니다.


   때로 두렵습니다. 왜냐하면 삽 십년 전의 제 모습이나 지금 제 모습이 별반 다를 바가 없습니다. 부끄럽게도 그때 고민하던 일들이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채 제 삶을 휘젓습니다.


   아직도 대범하지 못하고 관대하지 못해 마음고생이 극심합니다. 아직도 별것 아닌 일에 엄청 마음 상하고, 그냥 넘길 만도 한 것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집니다. 제가 스스로를 봐도 참으로 ‘쫀쫀하기’ 짝이 없습니다.


   아직도 아무것도 아닌 일로 관계 안에서 티격태격합니다. 옹졸하게도 마음의 문을 닫아겁니다. 금방 후회할 일인데도, 한 순간만 참았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었을 텐데, ‘욱’하는 마음을 참지 못해 한 순간에 엄청난 점수를 깎아 먹습니다.


   도대체 그 이유가 무엇인가 생각해봤습니다.


   오늘 복음에서 예수님께서 명료하게 해답을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


   아직도 제대로 된 ‘깨우침’을 경험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확신합니다. 우리 모두 어머니의 모태로부터 세상으로 나오면서 ‘으앙’ 하고 크게 외쳤지만, 새로 태어나지 않으면, 영적으로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주님 안에 새로 나지 않으면 엄밀히 말해서 아직 태어나지 않은 것입니다.


   목숨을 지니고 있다고 해서 다 사람이 아닙니다. 사람답게 살아야 사람입니다. 사람답게 살아가는 사람은 무엇보다도 깨달음이란 관문을 통과한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깨달음이란 관문을 통과한 사람은 영적인 사람입니다. 세상의 옷을 벗고 예수 그리스도란 가장 값진 명품으로 갈아입은 사람입니다.


   깨우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겠습니까?


   이 세상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깨우침이겠습니다. 돈이 다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깨우침이겠습니다. 우리가 바라보는 이 세상은 점점 사라져가는 유한한 세상이라는 것을 깨닫는 깨우침이겠습니다. 결국 주님만이 영원하시며 주님 안에 사는 것만이 참으로 사는 것임을 깨닫는 깨우침이겠습니다.


   깨우친 사람은 아래로부터(어머니의 자궁으로부터) 왔지만, 또 다른 깨우침의 과정을 통해 위로부터 다시 태어난 사람입니다.


   깨우친 사람들에게는 상상을 초월하는 크나큰 하느님의 상급이 주어질 텐데, 그것은 다름 아닌 하느님 나라를 볼 수 있는 눈입니다.


   깨달은 사람은 지금까지 끼고 있었던 색안경을 벗어버리게 됩니다. 고정관념이나 자기중심주의에서 자유롭게 됩니다. 그래서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됩니다. 보아도 볼 수 없었던 천국을 볼 수 있게 됩니다.


   위로부터 새로 나게 될 때 그리도 지긋지긋하던 십자가가 사실은 가장 큰 하느님 은총이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위로부터 새로 나게 될 때 그리도 우리를 지루하고 고달프게 만들었던 일상생활이 눈부신 경이로움으로 다가오게 될 것입니다.



   위로부터 새로 나게 될 때 그리도 우리를 성가시게 했던 이웃들이 가장 아름다운 선물로 여기게 될 것입니다. 말끔하게 정화되어 순수해진 영혼의 눈으로 이웃들을 바라보십시오. 그들 안에 들어있는 값진 보화를 발견하게 될 것입니다.


   위로부터 다시 나게 될 때 주변 모든 사물들이 다 스승으로 변할 것입니다. 산들바람에 흔들리며 떨어지는 꽃잎들, 푸른빛을 더해가는 대나무 숲, 출렁이는 물결, 고요한 호수, 황금빛 석양… 이 모두는 다 인생의 진리를 말해주는 스승이 될 것입니다.


   육적인 한 인간이 읽은 복음서와 깨달음의 과정을 거친 한 영혼이 읽은 복음서 역시 천지차이일 것입니다.


   새로운 감성으로 다시 읽는 복음서는 오랜 세월 우리가 지니고 있었던 의혹과 불신을 뛰어넘게 해줄 것입니다. 영적인 한 인간이 봉독하는 복음은 다름 아닌 생명의 복음이요 희망의 복음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제대로 깨우침에 도달한 영혼에게 예수님은 더 이상 이해하기 힘든 이천년 전의 나자렛 사람 예수님이 아니라 오늘 내 일상생활 전체를 함께 하시는 ‘나의 주님, 나의 스승님’으로 변화될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가톨릭성가 128번 / 형제여 기뻐하라 알렐루야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