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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한상기님의 둥둥 북소리 134
작성자김명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20 조회수521 추천수3 반대(0) 신고

오늘의 묵상입니다. [부활 제2주간 월요일]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3,1-8

1 바리사이 가운데 니코데모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유다인들의 최고 의회 의원이었다. 2 그 사람이 밤에 예수님께 와서 말하였다. “스승님, 저희는 스승님이 하느님에게서 오신 스승이심을 알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함께 계시지 않으면, 당신께서 일으키시는 그러한 표징들을 아무도 일으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3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에게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위로부터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의 나라를 볼 수 없다.”  4 니코데모가 예수님께 말하였다. “이미 늙은 사람이 어떻게 또 태어날 수 있겠습니까? 어머니 배 속에 다시 들어갔다가 태어날 수야 없지 않습니까?”

5 예수님께서 대답하셨다. “내가 진실로 진실로 너에게 말한다. 누구든지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지 않으면, 하느님 나라에 들어갈 수 없다. 6 육에서 태어난 것은 육이고, 영에서 태어난 것은 영이다. 7 ‘너희는 위로부터 태어나야 한다.’고 내가 말하였다고 놀라지 마라. 8 바람은 불고 싶은 데로 분다. 너는 그 소리를 들어도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 영에서 태어난 이도 다 이와 같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성서학자들 사이에 이견은 있지만 요한 복음서를 흔히들 영지주의 복음서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분류하는 가장 큰 이유는 오늘 복음에서 비롯된 것 같으며 영지주의는 속죄신앙에 의해 이단으로 배척되었지만 지금은 오히려 영성을 중시하고 있으며, 영지주의와 영성신앙은 표현만 다를 뿐이며 개인의 구원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대동소이 할 것 같습니다.

지금 우리 신앙은 속죄와 대속신앙의 관점보다는 복음 실천을 중시하는 사회참여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를 대표하는 것이 남미의 해방신학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참여를 교회 지도자들은 현실의 안주를 바라고 있기 때문에 환영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이제는 이런 사회참여의 목소리를 잠재우기 위해서 오히려 이단으로 배척한 영성신앙을 강조하는 느낌을 받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은 영지주의적인 관점보다는 성직자 및 수도자와 일반 생활종교인의 종교생활은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는 복음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느 종교나 종교생활에만 전념하는 소수의 엘리트 종교와 대중을 상대로 하는 대중종교로 구분하여 생각하여야 합니다. 우리가 즐기는 운동도, 동일한 운동이라 할지라도 전문 프로선수가 훈련하는 운동방식과 일반인이 건강을 위하여 즐기는 운동은 당연히 다른 것입니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건강을 목적으로, 취미생활로 하는 생활체육이 프로선수를 흉내 내려는 그런 오류를 범하게 됩니다.

일반대중은 종교생활보다는 생업에 종사하는 것이 더 우선입니다. 일반대중은 생업이 主가 되며 종교생활은 從이 되어야 합니다. 이에 반해 성직자분들은 당연히 종교생활이 主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구분하지 못하고 생활인들이 종교생활에만 전념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은 아닙니다. 생활종교인은 자비를 실천하며 착하게 살 면 되는 것이고 오늘 복음의 영성에 관한 이런 문제까지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을 듯 합니다. 우리 교회 내에서는 성직자분들은 물론 교우들도 이를 구분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자주 받고 있습니다.

오늘 복음처럼 영과 육에 대한 이런 말씀은 니코데모와 같은 종교지도자들에게 극히 제한적으로 말씀하고 계십니다. 고도의 사유능력이 필요로 하는 영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를 무지몽매한 일반대중을 상대로, 생업에 등골이 휜 일반대중을 상대로 설교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이처럼 말씀을 묵상함에 있어서도 예수님이 하신 말씀은 그 대상이 누군 인줄을 먼저 살펴봐야 합니다.  

니코데모는 바리사이파와 사두가이파의 원로 70인으로 구성된 유대교 최고결정기관인 산헤드린의 의원으로 생각됩니다. 이런 원로가 예수님을 찾아온 것은 대단한 사건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이 옳다고 생각하여 가르침을 받으려고 남의 눈을 의식하여 밤에 몰래 찾아온 것입니다.

오늘 예수님의 가르침은 한마디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는 가르침입니다. 우리 신앙도 이렇게 거듭 태어나는데 있습니다. 거듭 태어나기 위해서는 물과 성령으로 태어나야 한다고 하셨습니다. 여기서 물은 깨끗하게 정화하는 것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종교의식에서 주위에 물을 뿌리는 것은 주위를 정화하는 의식입니다. 물과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는 것은 우리 속에 있는 獸性인 탐진치를 물로 깨끗이 씻어내고 하느님이 우리에게 주신 영성으로, 성령으로, 진리의 말씀으로 가득 채우라는 가르침입니다.

요한복음에서 첫 번째 기적은 물을 포도주로 만든 카나의 혼인잔치입니다. 물이 포도주로 거듭 태어난 것처럼 우리도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라는 상징적인 교훈이 담겨 있다고 할 것입니다. 또 예수님이 등장하신 사흘째 되는 날에 이런 기적을 행사한 것은 사흘째 되는 날에 부활하신 것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카나의 혼인잔치가 첫 기적으로 기록된 것은 몸 나에서 얼 나로 부활하여야 한다는 요한복음서의 전체적인 가르침을 함축하고 있는 상징적인 사건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니코데모가 오늘 예수님을 찾아온 것은 저희도 이런 열린 자세로 종교생활을 하라는 가르침이기도 합니다. 내가 알고 있는 것은 틀릴 수도 있다는 이런 자세가 종교인의 자세이며 내가 믿는 것이 불변의 유일한 진리라는 이런 사고를 갖는 것은 외골수로 빠지게 하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인 리언 페스팅어(Leon Festinger)가 1957년 발표한 저서 '인지적 부조화 이론(Theory of Cognitive Dissonance)'은 이를 잘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 이론에 의하면 '사람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기보다는 자신의 결정을 극단적으로 합리화하는 형태로 나아가며, 자신이 알고 싶지 않은 정보를 스스로 차단하고 알고 싶은 것만 받아들인다.' 하였습니다.

이런 예는 종말론을 믿는 사이비 종교에서 찾고 있었습니다. 사이비 교주가 신도들에게 몇 년 몇 월 몇 시에 지구의 종말이 도래한다고 예언하였고,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났어도 종말이 오지 않았으면 당연히 그 사이비 교주는 거짓말쟁이가 되어야 하지만 그렇지 않고 신도들이 교주를 더 신봉한다고 하였습니다. 교주가 우리의 믿음에 감동하여 종말이 유예되었다고 설교하면 더 열성적인 믿음으로 변한다는 것입니다.

이런 오류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떤 사실이나 기록들을 객관화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런 객관화 작업이 결여되면 우리도 늘 이런 오류를 범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 니코데모는 자신이 믿는 종교적인 믿음도 틀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예수님을 찾아왔습니다. 요한복음서는 진실을 확인하려는, 진리를 탐구하려는 노력 없이 맹목적인 신앙생활을 하지 말라는 뜻으로 타 복음서에 없는 두 가지 사실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하나가 오늘 복음으로 니코데모가 예수님을 찾아온 사건이며 또 하나는 어제 복음인 토마스가 예수님의 오상을 확인하지 않고는 예수님의 부활을 결코 믿지 않겠다는 내용입니다. 우리 신앙에서는 믿음을 강조하기 위해서 토마스의 이런 의심은 잘못된 것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오히려 이런 의심을 통하여 토마스는 스승인 예수님에게 '나의 하느님'이라는 당시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엄청난 고백을 하였습니다. 이런 고백은 베드로 사도도 하지 못한 고백입니다.

당시 예수님과 니코데모의 사회적인 지위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예수님에게 배움을 청한 니코데모의 자세는 우리가 귀감으로 삼아야 함을 더불어 묵상하였습니다.

대자대비하신 아빠 하느님!
성자 우리 주 예수님은 물과 성령으로 다시 태어나라 하셨습니다.
우리 마음속에 가득한 탐진치를 깨끗한 물로 모두 씻어내고
그 속에 하느님의 말씀으로 가득 채우라 하셨습니다.
예수님께 가르침을 청한 니코데모의 겸손한 자세를 또한 높이 사고 싶습니다.
저희도 주님의 말씀으로 더렵혀진 자신을 매일매일 청소하여
생명의 양식으로 가득 채울 수 있도록
언제나 성령으로 이끌어 주시옵소서!
성자 우리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비나이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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