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대학병원에서 원목을 하고 있을 때 나는 야곱처럼 하느님과 씨름을 하는 사람을 많이 만났다. 자신이 가고 싶은 길, 하고 싶은 일, 그게 최선이라고 생각하면서 하느님의 뜻이나 섭리에는 귀를 막고 살아오다가 병고라는 불가항력적인 사건을 통해 자신의 뜻을 꼭 움켜쥐었던 손을 서서히 펴면서 하느님의 섭리를 받아들이는 여정을 보았다.
한 치 앞만 보면 하느님 섭리의 길이 야속하고 손해만 보고 고통만 주는 것 같지만 움켜쥔 손을 펴면서 받아들이게 되는 하느님의 길 안에서, 그들은 전에 누리지 못했던 참 평화와 참 기쁨을 맛보게 된다. 그럴 때 이들의 영혼이 얼마나 맑게 빛나고 아름다운지….
나는 그런 여정을 걷고 있는 한 청년에게 이렇게 말했다.
“영혼을 찍을 수 있는 카메라가 있다면, 가만히 들여다보면 다 보일 듯 맑게 빛나는 아름다운 네 영혼을 찍어두고 싶다.” 그들이 하느님을 만난다고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름답게 빛나는 그들의 얼굴이 하느님을 만난 흔적을, 향기를 역력히 보여주고 있다.
‘위로부터 나지 않으면’이라는 말씀은 ‘하느님의 뜻 안에서 거듭나지 않으면’이라고 바꿔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를 살리기 위해 늘 최선의 길을 마련해 주시는 하느님의 뜻 안에서 우리가 삶의 참된 의미와 존재 가치를 찾으려 할 때, 우리는 세상이 주지 못하는 평화와 행복을 맛보게 된다.
세상의 잣대와 나의 좁은 시선에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다시 하느님의 뜻에 초점을 두려는 작은 노력에서 시작되는 아름다운 삶의 여정은 성령의 은총 안에서 우리를 거듭나게 하는 하느님의 사랑 깊은 배려임이 분명하다.
양옥자 수녀(아씨시의 프란치스코 전교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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