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은총의 미사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20 조회수752 추천수5 반대(0) 신고

굿에프터눈~

제가 글을 쓰기 시작한 지금 아직 한국은 오전이겠지만 제가 글을 맺는 시간은 오후가 될 듯해서 오후 인사를 드립니다.

아이들이 잠들기 전에 늘 습관이 된 책을 읽어주고 또 간단한 감사의 기도도 드리고 뽀뽀와 포옹을 열 번도 넘게 하고 불을 끄고 나오는데도 여전히 저희 아들 둘은 엄마의 사랑을 아쉬워합니다. 어느 때는 누가 엄마랑 뽀뽀를 많이 하나 시샘해서 작은 애와 열 번을 하면 큰 애는 열 한 번은 해야 만족을 합니다. 암튼 요놈들이 언제까지 엄마랑 뽀뽀를 하며 지낼까 두고 보렵니다.

어느 날 아침, 학교에 갈 때 엉덩이를 두드려주고 뽀뽀와 포옹을 하며 가는 아이들이 너무 사랑스럽고 예뻐서 "이다음에 네가 고등학생 되어도 엄마랑 이렇게 해야 한다."고 약속을 받아 놓은 적도 있습니다. 나중에 머리가 커졌다고 또 부끄럽다고 엄마랑 안고 뽀뽀하는 것을 하지 않는다면 가차 없이 응징으로 들어가리라 마음을 먹습니다. 그것은 다름 아닌 맛있는 것 안 해주는 거지요 뭐.

이렇게 사랑스런 아이들과 행복한 날을 보내며 또 그것을 글로 표현하여 남길 수 있다는 것이 참 축복입니다.

"하느님 사랑해요, 사랑해요." 라고 주님께 대한 나의 사랑을 아무리 표현해도 늘 사랑이 갈급한 것은 내가 엄마가 되어 아이들에게 주는 사랑이 무한대인 것처럼 나의 하느님이 내게 주는 사랑이 무한대여서 그럴거라는 생각도 들어요.

더 많이 사랑하고 싶고 더 많은 사랑을 받고 싶은 것이 아마도 하느님을 아는 모든 사람이 가지는 소망이 아닐까 싶어요.

오늘 주일 미사에서 아슬아슬한 고비를 넘겨서 부활의 기쁨을 새롭게 맛보았습니다. 오늘은 중, 고등부 아이들 대부분이 미사를 나오지 못했어요. 그 아이들이 어린이 영어 미사를 이끌어가는 중심입니다. 많은 숫자는 아니지만 중,고등부 아이들이 해설, 독서, 봉헌 및 음악까지 미사의 중요한 부분을 담당하고 있어요. 몇 명은 교구에서 하는 피정에 가고 또 다른 아이들은 개인 사정으로 못 나왔어요. 게다가 전례를 담당하시는 분도 못 오시고 교장선생님까지 나오지 못하셨어요.

하느님께 드리는 우리의 정성이 담긴 미사를 잘 봉헌해야하는 것은 두 말할 필요가 없는데 미사 시작 전에 빠진 아이들의 대타를 구하느라 한 선생님은 진땀을 빼고 결국 해설은 할 아이가 없어 저희 남편이 하게 되고 암튼 미사 전에 그 선생님의 사색이 된 모습이 아직도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미사 내내 아마도 모든이가 정성을 다해 하느님께 기도드리며 미사를 드렸을 겁니다. 저도 당신께 드리는 우리의 제사가 당신의 마음에 들어 하시기를 간절히 원했습니다.

조금 큰 아이들이 알아듣기를 원했던 저의 강론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어린아이들의 눈에 맞추어 잘 전달하기 또박 또박 쉽게 이야기를 풀어서 들려주고 독서대를 내려 왔습니다. 다른 때에 비해 악기 연주도 노래를 하는 큰 아이들도 없어 목소리가 작은 꼬맹이들이 드리는 미사였지만 하느님 더욱 기쁘게 받으시라고 저는 목청껏 노래를 부르고 큰 소리로 미사통상문을 하였습니다.

성체를 모시고 들어 와서는 "이제 안심이다."는 생각과 함께 기도를 올리는데 2학년 꼬맹이 남자 아이가 너무나 크고 맑은 목소리로 "See, Scatter and Sow"라는 노래를 혼자서 부르는데 저는 그 노래를 들으며 눈물이 와르르 하고 쏟아졌어요.

오늘의 미사처럼 나도 주님 앞에서 늘 준비가 안 된 모습으로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 당신께서는 나의 부족한 모습, 우리의 모자란 부분을 언제든지 채워주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마음에 부담이 되었던 여러 가지 일도 오늘의 미사를 통해서 주님께 다 맡기라는 말씀으로 알아 들었습니다.

성당을 가득 채우던 그 꼬맹이 아이의 맑은 노랫소리가 아직도 제 귀에 쟁쟁합니다. 주님의 작은 도구인 우리 모두를 통해서 그리고 당신께 드리는 정성된 미사를 통해서 우리 아이들에게도 믿음의 작은 씨앗이 마음에 심어지기도 간절히 원했습니다.

오늘 꼬맹이 아이들과 몇 명되지 않는 주일학교 선생님과 마음을 다해 미사를 봉헌하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구든지 특별한 능력을 타고나서 처음부터 모든 일을 잘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습니다. 특히나 하느님의 일은 내가 100점짜리 완벽한 모습으로 당신께 가길 원하시지 않는다는 생각도 합니다. 내가 만약 40점짜리라면 다른 이의 60점이 함께 더해져서 100점, 200점으로 채워져서 당신께로 오길 원하시지 않을까?

그래서 우리는 공동체가 필요하고 서로를 도와주고 힘이 되어 주어야하나 봅니다. 암튼 미사를 드리고 나오며 피아노를 담당하시는 음악 선생님께서 "오늘 미사 내내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걱정이 되었는데 선생님 덕분에 미사를 잘 봉헌했어요."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암튼 미사 후 아이들과 간식을 먹고 어버이날 준비를 위해 "어머니 은혜"라는 노래도 함께 배우고 준비해간 종이와 리본으로 이곳에서는 Mother's Day(어머니날)에 부모님께 달아드릴 카네이션 꽃도 아이들과 함께 만들었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는 늘 나와 함께 계신다. 어떤 걱정과 두려움이 몰려 와도 늘 주님의 성령이 나와 함께 계심을 일깨워주신 이곳의 많은 분들의 기도와 깨우침을 주시는 사랑 덕분에 오늘 미사를 봉헌하며 또 한 번 부활하신 주님을 온 마음으로 느꼈습니다.

한국은 부활 제2주간 월요일이 시작되었을 테고 이곳은 아직 주일의 끝자락에 머물고 있습니다. 모든 분들이 부활하신 주님을 다시 한 번 내 삶의 자리에서 알아보고 큰 기쁨을 느끼는 한 주가 되시기를 빕니다. 오늘도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이곳의 모든 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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