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바람과 하나되는 나무가 되고 싶다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21 조회수464 추천수6 반대(0) 신고

하느님 안에 머문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매일 주님의 말씀을 알아듣지는 못한다. 미사를 통해 "주님 한 말씀만 하소서!"라고 기도 드려도 침묵하시는 하느님을 더 많이 느낀다. 가끔은 주님의 침묵이 견딜 수 없을 때는 스스로 주님으로부터 듣고 싶은 말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고 그것이 마치 주님께서 주시는 말인 듯 꾸며 보지만 그것은 사실 10초도 지나지 않아 주님께서 내게 주시는 말씀이 아니라는 것을 느낀다.

오늘도 주님을 내 안에 모시고 "주님 한 말씀만 해주세요." 라고 기도를 드린다. 아무 말씀이 없으시기에 "주님, 저 주님 원하시는 대로 잘 살고 있지요? 로사야 사랑한다. 라는 말이라도 한번만 해주시면 안 될까요?" 머릿속으로는 내가 듣고 싶은 말을 만들어가며 하느님께서 내게 하실 한 말씀을 애타게 기다린다.

시간이 조금 흐르고 불현듯 주님이 큰 팔로 나를 안은 듯 한 모습과 함께 "내 안에 머물러라."라는 말이 너무나 강하게 나를 울렸다. 성서 말씀이나 묵상 글을 계속 읽어 가다보니 "주님 안에 머문다."는 말은 내 귀에도 내 입에도 이미 익숙해진 말이 되었다. 하지만 오늘처럼 당신으로부터 직접 그 말씀을 듣는 것과도 같은 경험을 한 적은 여태껏 없었다.

"내 안에 머물러라." 그리고 형체가 또렷하지는 않지만 당신께서 보여주시고 느끼게 해주신 당신의 품 안은 세상의 어떤 무엇도 나를 방해할 수 없고 오직 평화만이 나와 내 주위를 방패막이 둘러싸고 있는 듯 한 느낌도 들었다.

그 안에서 나는 편히 잠을 자고 쉬기도 하고, 뛰어 놀며 환한 웃음을 짓는 아이가 되는 꿈을 꾼다. 지천으로 피어 있는 꽃과 초록의 나무와 풀들, 나비와 새가 날아다니고 상쾌한 바람이 내 귀를 간지럽이는 그곳에 마음이 급한 나는 이미 들어가 버렸다.

 

오늘 복음 말씀에서 바람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모른다는 말씀이 어제의 복음 말씀에 이어 또 나옵니다. 그리고 너는 하늘로부터 나야한다는 말씀을 하십니다. 성령으로 다시 태어난 우리도 바람이 보내는 곳으로 가고 소리를 만들지만 그것이 어디에서 오고 어디로 가는지는 모릅니다.

"'You must be born from above.'

The wind blows where it wills, and you can hear the sound it makes, but you do not know where it comes from or where it goes; so it is with everyone who is born of the Spirit."

저는 바람이 되고 싶습니다. 아니 바람에 흔들리고 소리를 내는 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 나무는 없습니다. 미풍에는 살랑살랑 나뭇잎을 흔들고 강한 바람에는 나뭇가지가 흔들리기도 합니다. 폭풍과 같은 세찬 바람에는 약한 나뭇가지는 꺾여 땅으로 떨어지는 아픔을 겪기도 합니다.

강약의 변화가 있지만 한 가지 변하지 않는 사실은 바람에 흔들릴 줄 안다는 사실입니다. 그것이 작은 몸짓이든 큰 몸짓이든지...

주님 성령의 바람이 제게 불어오소서. 저를 깨우고 흔드소서. 그래서 당신이 원하시는 모습으로 저를 만들어 가소서. 저는 단지 당신의 그 바람에 소리를 내고 흔들리고 싶습니다.

저희 집에는 아주 큰 나무가 있습니다. 햇살에 반짝이며 아름답게 물고기의 비늘처럼 흔들리는 싱싱한 초록의 나뭇잎을 올려다보며 어제와 오늘의 복음 말씀 그리고 신부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글을 써 보았습니다.

그리고 바람에 흔들리는 아름다운 나무의 사진을 찍으며 바람에 나무가 흔들리는 순간, 움직이는 순간은 사진으로 잡을 수 없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시간을 잡을 수 없듯 바람에 흔들리는 그 순간도 내 것으로 잡을 수는 없습니다. 나무처럼 몸을 맡기고 한 몸이 되어 흔들리는 것만이 내가 바람을 온 몸으로 가지는 것이라는 생각도 해봅니다. 그래서 당신 안에 머무는 나무가 될 수 있는 건가요?

제가 생각해도 요즘은 사소한 것 하나도 사소하게 흘려버리지 않고 의미를 부여하고 사는 듯합니다. 그것도 하느님이 저에게 주시고자 하는 의미 말이예요. 이곳의 모든 분도 이런 저를 사랑의 눈으로 봐 주시리라 믿습니다.

오늘도 주님이라는 바람에 나를 맡겨 주님 안에서 자유롭게 사고하고 자유롭게 행동하는 하루가 되시길 빕니다. 부족한 글 읽어 주시는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사랑을 전합니다. 바람처럼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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