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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빛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22 조회수515 추천수6 반대(0) 신고
 
 

빛으로 나아가는 사람들 - 윤경재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 하느님께서 아들을 세상에 보내신 것은, 세상을 심판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세상이 아들을 통하여 구원을 받게 하시려는 것이다. 악을 저지르는 자는 누구나 빛을 미워하고 빛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자기가 한 일이 드러나지 않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진리를 실천하는 이는 빛으로 나아간다. 자기가 한 일이 하느님 안에서 이루어졌음을 드러내려는 것이다. (요한3,16-21)

 

 오늘 새벽미사에 참례하고 나서 몇몇 형제님들과 차를 마시며 방담을 나누었습니다. 매일은 아니지만 만나서 주로 본당이야기 신앙생활과 성경 이야기를 나눕니다. 마침 한 형제님께서 특별한 체험을 했다며 앉자마자 말을 꺼냈습니다. 오늘의 제1독서인 사도행전 5,20절 “가거라. 성전에 서서 이 생명의 말씀을 모두 백성에게 전하여라.”라는 말씀을 듣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강렬하게 뒷머리를 치는 느낌을 받았답니다. 직접 자신의 귀에 대고 뜨거운 입김을 불어넣는 듯했다고 합니다. 그러면서 주위 형제님들께 이런 체험을 하신 적이 있는지 여쭈어 보더군요. 아마 자기를 부르시는 소명 같다고 감격에 겨운 목소리로 떨리듯이 말합니다. 그분은 그룹성서 창세기 반을 봉사하는데 형제님들이 열심히 참석하시고 요사이 계속 참가인원수가 늘어났다고 합니다. 자기 반이 12명이나 되어 기뻤는데 오늘은 이런 감격스런 체험까지 하게 되니 정말 감사하다고 말합니다.

  이 형제님은 영세 받고 얼마 후부터 매일 새벽미사에 빠짐없이 참례합니다. 교리신학원에 등록하여 성경공부도 열심히 하고 바쁜 가운데 성경 봉사도 기꺼이 하는 분입니다. 언제부턴가 미사와 기도를 통해서 주님께서 자신을 어떻게 쓰실지 여쭈었다고 합니다. 그러면 어떤 응답을 주시는데 그 답이 식별이 된다고 합니다. 모임을 통해서 만나는 사람들이 길을 보여주기도 하고 오늘처럼 미사 중에 느끼는 신비한 감각을 통해서 알려주시기도 한답니다.

  사도행전 5,20절은 감옥에 갇힌 베드로와 사도들에게 천사가 나타나시어 감옥 문을 열고 풀어주시면서 명령하시는 말씀입니다. 이제 감옥에 갇혀 꼼짝없이 죽을 줄로만 알았던 베드로와 사도들에게 생명과 자유를 주시며 하는 말씀입니다. 사도들은 다 죽었다가 살아난 기쁨을 주체할 수 없었고 다시는 죽음 앞에서 비겁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리라 결심했습니다. 자기들을 살린 생명의 복음을 어디서든 소리쳐 외치리라 굳게 다짐하고 이른 새벽부터 성전에 나아가 가르쳤습니다.

  지금 우리는 사도들처럼 강렬한 체험을 하지는 못합니다. 그러나 많은 형제자매님이 전례와 기도 그리고 묵상을 통해서 주님의 부르심을 듣습니다. 그리고 그런 체험을 원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럼에도 막상 이런 체험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끈질기게 찾고 구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자신에게 찾아온 작은 성소를 그냥 흘려보내기 때문입니다. 이것저것 굉장한 체험에 매달리기 때문에 막상 자신에게 들리는 성소체험을 놓칩니다. 성소체험은 대부분 비슷하지만 자신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찾아옵니다. 각자 특성에 맞게 주십니다. 그러므로 처음에 다가온 체험을 붙잡고 매달리는 것이 좋다고 합니다. 원시인이 나뭇가지를 비벼서 불씨를 살려낼 때 한 곳에 매달려 집중하듯 우리 각자도 한 곳에서 머물러 있어야 한답니다. 그래야 성령의 불꽃이 일어납니다.

  또 빛을 찾아 나서는 사람들은 자기가 행하는 모든 일이 하느님의 도움으로 이루어졌음을 감사하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이 잘나서 그렇게 된 것이라 착각하는 사람은 일이 잘 될 때는기고만장하지만, 조금만 잘못되면 곧 의기소침해져서 자신을 자책합니다. 그러나 모든 것을 하느님께 맡기는 사람은 일이 이루어지지 않아도 초조해 하거나 낙심하지 않습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지 않으시나보다 하고 궤도수정을 금세 할 수 있습니다. 헛된 것에 매달리지 않습니다. 아무리 힘들고 어렵더라도 “모든 것이 함께 작용하여 선을 이룬다.”(로마8,28)는 말씀을 잊지 않습니다. 그러나 어둠을 찾는 사람은 자기가 행한 일들이 낱낱이 드러날까 두려워 어둠에 몸을 감추는 것입니다. 확신이 결여되어 이리저리 정신을 산란시킵니다. 결국 심판은 주님께서 하시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올가미에 걸려드는 것입니다.

  영광은 주님께 그리고 심판은 자기 자신에게 돌리는 사람이라야 생명의 말씀을 듣고 담대히 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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