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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가 반기는 것은 제물이 아니라 사랑이다-용서
작성자이진우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23 조회수513 추천수2 반대(0) 신고
호세아서 6장 6절
 "내가 반기는 것은 제물이 아니라 사랑이다"
 
내가 반기는 것은 제물이 아니라 사랑이다. 하신
말씀을 읽다보니 몇 해 전의 일들이
자연스럽게 묵상이 되었다.
 
어느 수녀님과의 일이다. 정성을 다하여 하는 일에
칭찬보다는 이렇다 저렇다 질책하는 것이
우리가 바라는 수녀님 상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 수녀님에게 신자들이 바라는 수녀님 상은
늘 웃어주며 다소 잘못하거나 부족한 것이 있더라도
"괜찮아요. 네, 좋아요. 잘했어요." 하고 말해주는
마더 데레사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그리고 내쳐 수녀님은 섬김을 받으려 왔느냐고도 하고
명령하고 질책하는 어투는 듣는 사람을
순간 얼어붙게 만든다고도 했다.
 
그런 모진(?) 화살을 쏘아놓고 이것이 그 수녀님을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미움만으로 하는 말이 아니라 서로 좋아지자고
하는 말이었기에.....
 
그러나 그 후의 수녀님의 태도는 더 좋아지기는 커녕
이해하기 힘든 것이었음을....
 
시간이 조금 더 흐르면 그 미움이나 화가 가라앉으리라고
생각하고 그 수녀님을 위해
매일 묵주기도 한 단씩을 바쳤다.
 
서로가 마주치는 일이 많았다. 그 때마다 고개를 돌리고
눈을 내리깔며 지나가는 수녀님의 모습이
어느 날 부터는 불쌍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람들은 지리산이나 설악산 같은 높은 산에서는
잘 넘어지지 않는데 작은 돌부리에 걸려서 넘어진다."
는 말이 있다.
그런데 그 말처럼 바로 내가 그 돌부리가 되어 있는 것이 아닌가?!
 
한 가지의 사실도 이렇게 바라보는 위치에 따라 정반대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은 살면서 늘 느끼는 것이지만
수녀님의 위치에서 보자면
보잘 것 없는 신자에게서 당신의 허물을
이렇다 저렇다 들추니 기분이 좋을리도 없을 것이고,
어떻게 보면 신성한 당신 권위에
존경은 커녕 도전을 하고 당신 영역까지 침범하려 한
것이 괘씸한 것인지도 모른다.
 
미움은 미움을 낳는다고 하는 말처럼
정말 미움의 모습과 행동은 하느님 보시기에
원치 않는 것이었는데도 이에는 이, 칼에는 칼이라는
대결하려는 유혹의 마음이 마치"달아오른
솥처럼 되어 기다리는구나." 라는 구절처럼 되었다.
 
참을만큼 참았다는 생각도 들고 묵상도
그렇게 밖에는 되지 않았다.
예언자들이 마치 나의 일처럼 느껴지고
지금이 바로 여로보암 그 시대처럼도 여겨졌다.
나는 바른 말을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하느님께 다시 한 번 묻기로 작정하고
성체 조배실로 갔다.
마침 그 날은 성체를 바꾸는 예식이 있는 날이었다.
"나의 주님! 저는 어찌하면 좋겠습니까?
제가 감당하기 힘든 이 사람을 당신께 바칩니다."
그렇게 머리를 조아리며 그 수녀님을
버릇처럼 하느님께 제물로 바쳤다.
 
평소에도 조용하기만한 성체 조배실에
한 천사를 보내셔서 응답하신 것을 깨달은 것은
낯이 익지 않은 허름한 사람에게
나의 끓는 속을 털어 놓자 담담히 들어주던
그 분이 이렇게 말하는 것이 아닌가?
 
"수녀님은 하느님과 정혼한 사람들이다.
용서는 사람이 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께서 하시는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용서하려는 것이 부작용을 낳는 것이다.
 
그것을 하느님께 맡겨야지 억지로 하려 하지 말아라.
그리고 대적하려는 마음은 잘못된 것이다.
하느님의 사람을 하느님께 맡겨야지
왜? 사람이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이냐?
 
다만 용서하고자 하는 마음이 든다면
그것은 하느님이 네 안에서 작용하시는 것이며
이미 그 마음에 하느님 나라가 다가오는 것이다.
 
말씀 안에서 살려 하는 당신은
그렇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그 분을 찾아가 화해를 청하고 용서를 구하는
일까지 당신이 해야 할 일이다." 라고.
 
들끓고 있던 내 마음이 차츰 안정이 되면서
그 말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 또 다른 나의 교만의 모습을
확연하게 보게 되는 것이었다.
 
그리고 용기가 솟아남을 느꼈다.
하지만 찾아가서 용서를 청한다는 것이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두려움도 생겼다.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그때는
또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그러나 그것도 간단한 것이었음을
네가 할 일만을 하는 것으로 다 한 것이다.
그 다음에 대하여 네가 미리 걱정할 것이 없다.
그것은 순전히 그 분이 하실 일이므로.
 
정말 불현듯 떠오른 생각은
그렇지! 그수녀님의 얼굴을 보지말고
그 가슴에 계신 예수님을 보면서 용서를 청하자
그렇게는 열 번, 아니 백 번인들 못하겠는가!
 
그리하여 씩씩하게 그 수녀님을 찾아가
용서를 청하니 그 수녀님도 당신이 잘못했다고
사과를 하는 것이 아닌가.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 끌어안고
한 줄기 눈물이 소리없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다음 해에 있을 수녀님의
종신 서원때 꽃다발을 만들어 찾아갈 것을
굳게 약속하고
난, 그 약속까지  지켰다.
 
그리고
햇살은 찬란하고 눈부시게 빛나고
따사로운 공기와 맑은 하늘은
용서를 체험한 내게 축복처럼
내리 퍼붓고 있었다.
 
나의 주님! 나의 하느님!
당신이 반기시는 것은 제물이 아니라 사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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