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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강아지 구출작전(묵상글아님)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24 조회수524 추천수7 반대(0) 신고

팔이 아프고 자판을 두드리는 손까지 덜덜 떨린다. 안 그래도 어제는 큰 애의 등살에 잘 치지도 못하는 테니스를 땡볕에서 한 시간 남짓 치고 무거운 전정가위로 가위손 흉내를 내며 나무에 전정 가위질을 하여 어깨와 팔이 아픈데 오늘은 강아지까지 구출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오늘은 친구 레티와 함께 운동을 하는 날이다. 레티와 매주 목요일 아침마다 공원에서 걷기 운동과 입운동(?)을 하기로 했다. 아침에 미사를 다녀 오고 집에 잠깐 왔다가 다시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공원에서 레티를 기다리다 오리 사진을 한 장 찰칵 찍고 있는데 레티가 어느새 내 뒤로 와서는 나보고도 서 보란다. 사진 찍어 줄 테니 한국에 보내라고 한다. 그러면서 이렇게 잘 살고 있다고 얘기하고 네 모습도 보여주라고.

레티가 지난주에는 온두라스 자신의 고향에 있는 대성전이 불이 탔다고 안타까운 소식을 전해주기도 했다. 500년 된 대성전이 불탔으니 얼마나 귀하고 값진 것들 그리고 돈으로 따질 수 없는 역사가 사라졌다고 무척이나 안타까워했었다. 오늘도 웬일인지 레티 얼굴이 그리 밝아 보이진 않는다.

암튼 둘이서 걸어가다가 조그만 개울을 따라 양옆으로 집이 있는 곳을 지나가 개울절벽수풀속에서 낑낑대며 울부짖고 있는 강아지 한 마리를 발견하였다. 집 난간을 탈출했는지 아님 떨어졌는지 수풀 속에 갇혀서 어찌할 줄을 모르고 울고 있었다. 나는 감히 용기도 내지 못하고 있는데 레티가 물 위로 연결된 제법 높은 둥근 파이프 위를 건너서 강아지를 구출해왔다.

강아지 목걸이를 확인하니 이름은 Gesso이고 다행히 전화번호가 있어서 전화를 걸었다. 개울가 바로 옆집의 강아지였다. 집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고하니 주소를 확인해서 무사히 강아지를 울타리 너머 집으로 들여다 보내 주었다. 아휴~다행이다. 제법 무게가 나가는 강아지를 내내 안고 있었더니 팔이 더 아파온다.

그런데 그 집은 공교롭게도 내가 곤란을 겪고 있을 때 도움을 받았던 집이다. 사연인즉슨 우리차가 갑자기 고장 나서 정비소에 맡기고 아이들을 학교에서부터 데리고 제법 먼 거리를 걸어가다가 그 집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그날은 금요일이었고 즐거운 금요일이라 나는 한껏 멋을 부리고 하이힐까지 신고 있었는데 차가 갑자기 그렇게 되어 버려 뒤뚱뒤뚱 우스운 모양새로 아이들과 한참을 걸어가던 중이였다.

우연히 그 집 앞에서 만난 제니퍼라는 그 집 주인과 얘기를 잠깐 나누다 집까지 아이들과 나를 태워주겠다고 호의를 베풀었다. 다리가 아파서 나는 그 제의를 두 번 생각하지도 않고 단박에 받아들였다. 우리 집까지 오는 길에 제니퍼와 이런 저런 얘기를 했었다. 자신이 이사 오기 전에 샌디에고에 살았는데 내가 살았던 그 지역에서 살았다는 것이다. 세상은 어찌나 좁던지...암튼 그런 일이 있고나서 그 집 앞만 지나다니면 고마운 마음이 들곤 했었는데 오늘 그 고마움을 이렇게 갚을 일이 생길 줄이야.

암튼 레티한테 그 집 엄마로부터 도움 받았던 이야기를 하며 세상은 혼자 살아가는 게 아니며 서로 도움을 주고받고 그러면서 산다고 얘기하며 우리는 사랑을 베풀고 또 사랑을 받는 사람일 수밖에 없나보다 하는 말도 하였다.

어려운 상황을 보면 지나칠 수 없는 것이 인지상정이고 하느님 우리를 창조하신 원래의 모습인 것도 불변의 진리이다.

레티는 어드벤처를 했다하고 나는 레티가 구출해낸 강아지를 팔에 안고 집까지 무사히 데려다 주는 재미난 에피소드를 겪으며 도와줌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그러고 나서 길을 걸으며 레티는 자신의 아이가 선생님으로부터 사소한 것까지 너무나 많은 지적을 당하고 아이들로부터 왕따를 당해서 많이 힘이 든다고 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고 키우다보면 문제가 늘 생기기 마련이다. 내가 뭐 나서서 해결해 줄 수는 없다. 그저 열심히 레티의 하소연을 들어 준다. 상담하는 선생님과도 얘기하고 여러 가지로 많은 노력을 했지만 해결이 되지 않는다고 하였다. 이제 학기가 끝날때까지 5주밖에 남지 않았으니 기다리자, 다 지나갈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강해져가고 어떻게 대처해야하는 지를 배워가는 레티의 딸을 위해 우리 더 기도하고 하느님 원하는 방향으로 좋게 시간을 보내자 라며 위로를 하긴 했으나 사랑이 결여된 공평하지 않은 선생님으로부터 상처를 받을 레티의 딸이 못내 마음이 쓰이는 것은 어쩔 수가 없다.

왕따라는 것이 어느 사회 집단에서건 발생하는 문제이나 적어도 어른이 그것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그런 환경을 조장하면 안 될 거라는 생각도 들고 사소한 일로 아이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벌을 주면서 아이를 창피하게 만드는 일은 절대 하면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도 든다.

다들 나름대로 아이들을 잘 교육하기 위한 철학이 있겠지만 부모로서 아이들을 키워가며 칭찬과 사랑 이상 가는 교육 방법은 절대 없다는 생각에는 확고하다. 일반 학교교육은 아니지만 주일 학교 신앙교육에서도 나의 이 원칙은 변함없이 적용하기 위해 노력한다.

남편이 첫영성체 교리를 시작한 지 어언 여러 달 흐르고 이제 6월초에는 아이들이 첫영성체를 받을 것이다. 그런데 "찰고"라는 이름으로 지나치게 엄격한 룰을 적용하여 아이들에게 두려움을 주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인 기도문을 다 외워야하는 것은 안다. 하지만 아이들이 그동안 얼마나 열심히 배우려 하였는지 남편과 나는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과정을 빼 버리고 결과만을 두고 준비가 되지 않았다거나 아이들에게 상처를 주는 일은 없어야한다. 남편도 중간에서 현명하게 잘 해결해나갈 것이라 믿는다. 내가 남편에게 재차 부탁한 것은 작년처럼 우리 아이들이 상처를 받는 그런 일은 다시는 벌어지지 않아야하고 당신이 아이들을 보호하는 큰 방패막이 되어 주어야한다고 강조하고 또 강조하여 이야기 하였다.

암튼 강아지 구출 이야기를 하며 그간 무리하게 움직인 손과 팔 때문에 손이 덜덜 떨려서 자판을 두드리지도 못할 것 같았는데 또 수다를 떨다 보니 여기까지 왔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사람은 멀리 있지 않습니다. 제 주변에도 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심지어 동물까지 널려 있는 걸요. 그러니 도움이 필요한 사람을 발견하고 필요한 도움을 주는 명민함을 주님께 구하는 날이 되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저도 도움을 매일 받습니다. 그것이 주님의 사랑으로 우리를 연결하고 하나 되게 하는 끈일 것 같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오늘도 저의 긴 수다를 들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주님 안에 서로 돕고 또 도움 받는 행복한 날 되세요.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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