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자리잡다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25 조회수512 추천수8 반대(0) 신고

어제는 점심을 먹으러 집에 잠깐 들어 온 남편이 “오전에 뭐했어?" 라고 물어 보기에,

“응, 강아지도 구출하고 운동도 하고 또 글도 쓰고 좋은 신앙의 글도 읽었어."라고 대답을 하고는 "여보, 글을 쓰는 게 참 좋아. 예전에는 이런 재미가 있는 줄 몰랐는데 내 마음에 담은 것을 글로 풀어내고 내 생활을 하느님께 이야기하는 것이 너무 재미있는 작업이야. 게다가 묵상 방에 올리면 많은 사람이 읽어 주고 댓글로 격려해주는 사람들도 많아서 얼마나 좋은 지 몰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며 내가 매일 글을 쓴다는 일에 나 스스로도 격려를 보낸다.  주님께 내 생각, 나의 이야기, 내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이 그 어떤 일보다 의미 있고 소중한 일임을 느끼게 된다.

다른 사람들도 아마 이렇게 주님께 살아있는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기 때문에 깊은 묵상에 이르고 성서를 통해 자신에게 주는 주님의 말씀을 찾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나는 사실 깊은 묵상에도 이르지 못할 뿐 아니라 성서말씀을 꿰뚫어보는 지혜와 통찰력도 없기 때문에 그저 내가 사는 이야기, 주님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 단순한 일상을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깊은 깨우침을 주지도 않고 가르침을 주지는 못하는 그저 내 생활 이야기이지만 내 입을 통해 내 생각을 통해 풀어내는 나의 생활 이야기를 주님께서 기쁘게 들어주실 것임을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감히 묵상 글이라고도 이름 붙일 수도 없는 글을 나는 쓴다.

오늘의 복음 말씀은 은총이 넘치고 충만한 오병이어 기적의 이야기다. 보리빵 5개와 물고기 2마리로 오천 명을 먹이신 기적은 어릴 적부터 들어 온 이야기이지만 이 이야기를 읽을 때마다 센세이션하게 다가온다. 어떻게 그런 일이 벌어졌을까? 주님이 보여주신 수많은 기적 중에서도 이렇게 적은 양의 음식으로 수많은 사람을 먹이는 장면을 상상하며 빵과 물고기가 어떻게 끊임없이 공급되었는지 구체적으로 마음에 그려 보기도 한다. 어릴 적에는 요술광주리라서 손을 넣어 하나를 꺼내면 '짜잔!' 하고 또 하나가 이미 광주리에 있을 거라고 상상했다.

물론 그렇게 기적처럼 보리빵 5개와 물고기 2마리가 엄청난 양으로 늘어난 것을 지금도 변함없이 믿지만 어른이 된 지금은 이 말씀을 다른 시각으로 접근을 하기도 한다. 오늘 이 말씀을 읽으며 내 마음을 빼앗는 구절은 "자리를 잡다."는 말이었다. 자꾸 그 단어가 머릿속을 맴돌아서 영어로도 찾아보고 어원도 찾아보았다.

예수님께서 안드레아에게 사람들을 자리 잡게 만들라고 이야기하였다. 영어로는 '자리잡다'는 말이 'recline(기대다, 몸을 뒤로 젖히다.)'이라는 단어로 쓰여져 있다. recline의 어원을 찾아보니 라틴어는 reclinare(re+clinare)이고 clinare는 bend라는 뜻이다. 그러니 한국말로 해석된 '자리 잡다'는 말이 '다시 구부린다.'는 뜻이 된다. 물론 자리를 잡기 위해서는 내가 움직여서 때로는 앞으로 구부리거나 뒤로 몸을 젖히거나 물러서는 행위를 통해 자리를 잡게 된다.

내가 이 단어에 유독 마음이 가고 집착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불현듯 이런 생각이 든다. 오병이어의 기적을 통해 주시는 주님의 크고 넘치는 은총을 받기 위해 우리는 자리를 잡아야하지 않는가?

주님의 한없이 깊은 사랑과 은총의 상징으로 보여주는 빵과 물고기를 받아먹기 위해서 자리를 잡듯이 주님의 몸과 피인 성체와 성혈을 내 안에 모시기 위해서는 나도 구체적으로 나를 자리 잡는 노력이 필요한 것을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해 본다.

오늘 신부님께서 강론을 통해 주님으로부터 받는 사랑, 은총, 그리고 성령이라는 선물이 얼마나 크고 풍요로운 것(over abundant, tremendous)인지 우리는 이 복음말씀을 통해 구체적으로 보고 느낄 수 있다. 요한은 네 복음사가 중에 유일하게 최후의 만찬 미사전례를 서술하지 않은 복음사가이다. 최후의 만찬을 통해 빵과 포도주를 나누고 내 몸과 피라고 말씀하시고 또 이를 행하라고 하는 주님의 이야기는 요한복음에서는 없으나 요한은 오병이어의 이야기 즉 오늘의 복음을 통해 주님께서 정하신 미사(Eucharist)의 모습을 명백히 보여준다고 신부님께서 말씀해주셨다. 이것은 우리가 지금 행하는 미사를 설립하게 된 초석이 된 사건이다. 그리고 오병이어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어떤 사람이고 어떤 처지에 있는 것에 상관없이 부어주시는 하느님의 무한의 사랑, 은총, 그리고 성령에 다시 한 번 강조하시며 강론 말씀을 맺었다.

암튼 미사를 참례하고 신부님의 강론 말씀을 들으며 새로운 것도 알아 가니 미사의 은총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큼을 또 느끼는 날이다.

주님으로부터 받은 이러한 큰 은총을 이웃과 아낌없이 나누는 오늘이 되기를 소망해 본다.

구름이 해를 가리고 있고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서 오늘은 정원 일을 하기에 좋을 듯해요. 깻잎 모종도 넓은 곳으로 옮겨 심고 잡초들도 뽑는 일을 할 겁니다. 깻잎뿐 아니라 다른 야채씨도 뿌릴 거예요. 풍성하게 수확하여 이웃들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오늘도 하느님으로부터 받은 무한한 사랑과 자신의 은총 그리고 성령이 함께 하셔서 사랑 많이 하는 날 되시길 빕니다. 지난 번에 사다 심은 장미가 자리를 아주 잘 잡고 뿌리를 내려 처음으로 아름다운 노란 꽃을 피웠어요. 사랑하는 성모 어머니의 꽃인 장미를 사랑하는 마음과 이곳의 모든 이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사진찍어 올립니다. 글 읽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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