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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의 복음서를 씁시다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4-25 조회수401 추천수6 반대(0) 신고
 
 

 

우리의 복음서를 씁시다 - 윤경재

“너희는 온 세상에 가서 모든 피조물에게 복음을 선포하여라. 믿고 세례를 받는 이는 구원을 받고 믿지 않는 자는 단죄를 받을 것이다. 믿는 이들에게는 이러한 표징들이 따를 것이다. 곧 내 이름으로 마귀들을 쫓아내고 새로운 언어들을 말하며, 손으로 뱀을 집어 들고 독을 마셔도 아무런 해도 입지 않으며, 또 병자들에게 손을 얹으면 병이 나을 것이다.” 제자들은 떠나가서 곳곳에 복음을 선포하였다. 주님께서는 그들과 함께 일하시면서 표징들이 뒤따르게 하시어, 그들이 전하는 말씀을 확증해 주셨다. 예수님께서도 친히 그들을 통하여 동쪽에서 서쪽에 이르기까지, 영원한 구원을 선포하는 거룩한 불멸의 말씀이 두루 퍼져 나가게 하셨다. 아멘.(마르16,15-20)

 

  저는 굿뉴스 묵상방에 들어와 사제님들의 글과 교우님들의 글 읽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합니다. 어떤 분들은 시로, 좋은 글로, 음악과 그림으로, 또 생활 속 일화를 통해 다양한 내용을 올려주십니다. 그날그날의 복음을 비유와 묵상을 통해 많은 분들에게 전하고 계십니다. 그 글 내용은 조금씩 다릅니다. 문장 표현이 서툰 분도 있지만 뛰어난 분이 더 많습니다. 어느 분은 쉽게 쓰시고, 또 어느 글은 어렵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아주 가끔 엉뚱한 글을 만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 묵상방에 오래 머무셨던 분들은 모두 느끼시겠지만, 이 굿뉴스 묵상방은 그 자체로 어떤 흐름이 형성되어 있습니다. 힘차게 생동하는 영적 교류를 느낄 수 있습니다. 진심으로 서로를 아껴주고 하느님께 받은 은총을 나누어 주려는 애정 어린 자세가 드러납니다. 나름대로 체험한 하느님의 진리를 전하고자 애쓰는 선한 모습이 얼마나 좋은지 모릅니다.

  또 저는 말씀의 봉사자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런 모임에서는 늘 변화 체험이 주제가 됩니다. 자신이 참례한 미사와 전례 생활에서 그리고 기도와 봉사를 통해 깨달은 바를 나눕니다. 그 모임에서 우리 삶의 고달픈 이야기는 으레 다 아는 이야기이고 자기 자랑도 굳이 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것보다는 내가 어떻게 변했고 또 성경말씀을 나누면서 같이 공부하는 반원들이 어떻게 성장하시는지에 관해 나눕니다. 우리가 이구동성으로 고백하는 것은 봉사자의 능력과 지식 정도와 상관없이 말씀의 소 공동체가 잘 굴러간다는 사실입니다. 성경말씀을 펼치는 순간 성령께서 찾아오시어 모임을 이끄시고 계신다는 것을 매번 체험한다고 고백합니다.

  오늘은 마르코 복음 저자 축일입니다. 교회는 사도 베드로의 통역관이자 수행인이었던 요한 마르코가 두 번째 복음을 썼다고 인정합니다. 이름을 두 가지로 지니는 것은 그 당시 유대인들의 풍습이었습니다. 시몬 베드로와 사울이었던 바오로도 마찬 가지죠. 요한이라는 이름으로 보아 그는 유대계 그리스도인이었습니다. 그는 해외 거주 유대인이었습니다. 마르코 복음도 아마 로마에서 썼을 것입니다. 통역관은 문화와 풍습이 다른 언어로 번역해주는 사람입니다. 그는 베드로의 설교를 그리스 사람들이 이해하기 좋게 옮겨주었습니다. 그 당시 그리스 로마에 살던 이방인들은 다신교와 다종교 사회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 문화에 젖은 사람들에게 유일신과 그분의 아드님이신 예수를 가르치기가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예수라는 분을 처음부터 하느님의 아들이시며 그리스도라고 선언하고 나서 그 이유가 이러저러 하니 믿으라는 글 형식을 채택했습니다. 전무후무한 글 형식이었습니다. 그래서 후대 사람들은 이런 글을 복음서라 불렀습니다. 이 세상에 복음서라는 글을 처음으로 탄생시킨 분입니다.

  요한 마르코는 자신의 글을 읽는 사람들이 어리둥절해 하는 것을 당연하다. 예수님이 살아 계실 당시에도 사람들은 예수님을 옳게 알아 뵙지 못했다. 심지어 제자들도 제대로 알아듣지 못했다. 그러니 이방인 여러분이 어리둥절해 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예수님의 수난과 부활을 통해 모든 것이 진리라고 분명하게 드러났다. 제자들이 지녔던 어리석음을 또 다시 반복하지 마라. 예수님의 행적을 보고, 부활을 증언하는 사도들의 가르침을 보고, 또 내가 기록한 복음서(기쁜 소식)를 증거로 하여 그 기쁜 소식을 믿으라고 저술하였습니다.

  마르코는 가능한 많은 자료를 수집하여 예수님의 말씀과 기적, 그리고 논쟁 사화와 수난, 죽음, 부활사건을 중심으로 세상에서 처음으로 복음서라는 양식의 글을 지었습니다. 무엇보다 그는 당시 예수님을 하늘에서 내려온 신으로서 특별한 존재로 여기는 사조를 경계하였습니다. 그래서 사도들과 함께 사셨고, 인간의 감정을 지니셨으며, 식사하고 주무시고 피곤해하시고 힘들어하시는 지상의 예수를 그리려 노력했습니다. 예수께서 십자가 위에서 뱉으신 절규도 바로 인간의 외침이었습니다. 인간이 죽으며 외치는 절규를 그대로 예수께서 외치셨다고 썼습니다.

  그러나 생전에 놀라운 능력과 권위를 보이셨듯이 그분 죽음 이후에도 보이셨는데 그 능력과 권위가 사도들에게 온전히 전달되고 믿음을 고백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나타나는데 이것이 부활하신 예수님의 힘이며 덕분이라는 것입니다.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쫒아내고, 새로운 언어를 말하며, 손으로 뱀을 잡거나 죽을 독을 마시더라도 그들은 아무런 해를 입지 않을 것이고, 병자들에게 손을 얹으면 낫게 될 것입니다.” 이 언급은 실제로 사도행전 28,3-9절에 바오로가 행하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사도 바오로가 로마로 향한 수인 여행길에 겪은 내용을 그대로입니다. 우리도 바오로와 같이 복음 선포를 수행하면 실제로 일어날 수 있다는 말입니다. 우리의 뜻이나 우리의 능력을 내세우려하지 않고 하느님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고 전할 때 그런 놀라운 기적이 표징으로 나타날 것입니다. 만약 그런 표징이 드러나지 않는다면 그것은 우리가 잘못했거나, 하느님께서 또 다른 계획을 가지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그저 그분께 맡겨야 합니다.

  복음 선포는 그저 인간에게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피조물에게 전해져야 한다고 썼습니다. 성 프란체스코는 여우와 새에게까지 복음을 전했습니다. 그분의 설교와 사랑에 감복한 여우는 다시는 피해를 끼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분께서 뱀에게까지 복음을 전하려했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습니다. 사도 바오로는 로마서에 피조물이 겪는 진통을 언급합니다. 피조물들이 겪는 고통도 인간이 지은 죄로 말미암은 것이니 우리가 풀어주어야 한다고 말합니다. 

“사실 피조물은 하느님의 자녀들이 나타나기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습니다. 피조물도 멸망의 종살이에서 해방되어, 하느님의 자녀들이 누리는 영광의 자유를 얻을 것입니다. 모든 피조물이 지금까지 다 함께 탄식하며 진통을 겪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로마 8,19-22)

  동남아에서는 헛간이나 나무 등걸을 들칠 때 가끔씩 바짝 머리를 치켜세우고 선 코브라와 맞닥뜨릴 때가 있다고 합니다. 키가 큰 놈은 머리가 거의 어른 허리춤에까지 닿는다고 합니다. 그때 위기를 벗어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고 합니다. 일단 놀라지 말고 가만히 서서 모든 동작을 멈추라고 합니다. 두려움에 놀라 등을 보이고 물러서거나 자신에게 덤비려는 행동을 보이면 코브라는 잽싸게 덤벼 치명적인 상처를 준다고 합니다. 그저 고요하게 마음을 진정하고 너를 해치지 않겠다, 그러니 너도 네 갈 길을 가라고 명상하듯 속삭이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슬그머니 자리를 피한다고 합니다. 인간의 마음이 통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복음서는 한 개개인의 변화를 소중히 여깁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놓치고 싶지 않으신 주님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복음서에 죄의 징벌을 언급하는 것도 사실은 용서를 전제하고 말하는 것입니다. 마르코 자신도 용서를 체험했습니다. 사도들을 따라 다니며 용서받고 변화하는 자신과 여러 사람들의 극적인 변화를 체험했습니다. 아무것도 몰랐던 사람들이 어떻게 담대히 변했는지 알라고 ‘메시아의 비밀’을 그렇게 강조해서 말하였습니다. 그는 모든 피조물이 결국은 주님의 은총으로 변할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는 우리가 스스로 어떻게 변했는지 고백하는 자신의 복음서를 작성할 때입니다. 마르코의 복음서를 본받아 ~의 복음서를 쓰라고 오늘 그는 우리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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