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을 앞두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의 근심을 어머니의 출산에 비유해서 미리 위로해 주십니다. 분만의 고통 없이 어머니가 될 수도 없고 그 고통이 두려워 어머니가 되는 기쁨을 포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나중에 올 큰 기쁨을 생각하면 현재의 근심과 고통은 견뎌낼 만하다는 격려의 의미가 예수님의 이 위로에 가득 담겨 있습니다.
사실 이별을 앞둔 이 순간, 제자들만 근심하며 슬픔에 잠겨 있는 것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도 제자들보다 훨씬 더 힘겨워 하셨을 겁니다. 아직 여물지 못한 제자들의 믿음을 아시기에 갓난아기와 같은 당신의 사랑하는 제자들 곁을 떠난다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것입니다. 마치 어머니가 젖도 떼지 않은 아기를 두고 떠나야 하는 상황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아버지 하느님께 대한 신뢰의 힘으로 슬픔 중에도 기쁨을, 절망 중에도 희망을, 그리고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보고 계셨습니다. 그랬기에 비록 당신도 고통스러우셨지만 제자들에게 희망 가득한 위로의 말씀을 건네실 수 있으셨습니다.
산달이 가까워지면 산모가 여러 가지 두려움을 갖는 것은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그중에 가장 큰 근심은 분명 분만의 고통일 것입니다. 그러나 비록 그 고통이 그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온전한 산모의 몫이긴 하지만, 함께 마음 졸이며 아파하는 가족이 있기에 그리고 고통과 함께하는 기쁨이 있기에 산모는 용기를 얻고 그 두려움을 이겨낼 수 있습니다.
우리 신앙인에게 슬픔과 고통은 일종의 선물입니다. 나보다 더 슬픔에 잠겨 있고 나보다 더 고통스러워하시는 주님께서 우리와 함께하시며, 우리 곁에서 우리를 격려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순간순간 나를 위해 마음 졸이고 계신 주님의 현존을 알아차릴 수만 있다면 우리도 그분처럼 슬픔 중에도 기쁨을, 어둠 속에서도 빛을 볼 수 있으며 늘 감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영석 신부(예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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