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 5월 23일 부활 제6주간 토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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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노병규 | 작성일2009-05-22 | 조회수670 | 추천수13 | 반대(0) 신고 |
어떤 분께서 ‘사랑은 이런 것이다’며 설명했는데, 꽤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맛있는 것 먹을 때 떠오르는 얼굴, 쇼윈도에 진열된 멋진 옷을 보면 떠오르는 얼굴, 경치 좋은 곳에 가면 떠오르는 얼굴... 사랑의 깊이가 더해 가면 시공을 초월한 교류가 가능해집니다. 몸은 비록 멀리 떨어져 있어도 더욱 굳게 결속되어 존재할 수 있습니다. 혹시 이런 사랑이 있으신가요? 나보다 더 사랑하는 사람, 나보다 더 소중한 사람, 잠시라도 떨어져있으면 불안한 사람, 만나면 숨 막힐 것 같이 좋은 사람, 내 삶의 전부인 사람... 하느님 아버지와 예수님의 관계가 그렇습니다. 오늘 복음말씀을 통해서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와 예수님은 언제 어디서나 항상 서로 굳게 결속되어 있었습니다. 지속적인 유대관계 안에 상호통교를 계속하고 있었습니다. 늘 서로간의 주파수를 맞추고 있었습니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나와 세상에 왔다가, 다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 간다.” 예수님의 근원은 아버지였습니다. 예수님의 출발점 역시 아버지였습니다. 최종적 목표도 아버지였습니다. 아버지로 인해 의미 있는 존재, 아버지로 인해 가치 있는 존재, 아버지로 인해 빛을 발하는 존재, 결국 아버지 빼면 무(無)인 존재가 바로 예수님입니다. 오늘 우리 교회 역시 예수님의 겸손한 고백에 귀를 기울여야 하겠습니다. 우리 교회 역시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겸손한 순례자로서의 자세를 잃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나는 아버지에게서 나와 세상에 왔다가, 다시 세상을 떠나 아버지께 간다.” 우리는 철저하게도 이 지상의 순례자들입니다. 언제까지나 떵떵거리며 지상생활을 할 우리가 아닙니다. 내 본당, 내 수도원, 내 집, 내 소유를 너무 강조할 것도 아닙니다. 이렇게 따지니 그 무엇 하나 내 것이 없습니다. 다 내어놓고 우리를 이 땅에 보내주신 아버지께로 빈손으로 나아가야 할 우리들이군요. 제자란 스승이 걸어간 길을 그대로 따라가는 사람입니다. 스승의 사고방식, 스승의 행동양식을 그대로 취하는 사람입니다. 예수님의 제자인 우리들, 어쩔 수 없습니다. 스승께서 그러하셨듯이 기쁜 얼굴로 그분을 따라나서야 하겠습니다. 아름다운 이 세상에 우리를 보내주신 하느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리며, 우리에게 주어진 나날, 최선을 다해 만끽하며 살아야겠습니다. 아버지께로 떠날 순간이 오면 지체 없이 행복한 얼굴로 떠나가야겠습니다. 기쁘고 홀가분하게 떠나기 위해서는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지상에서 원 없이 한번 행복하게 살아봐야 합니다. 잘 살아봐야 합니다. 제대로 한번 사랑해봐야 합니다. 제대로 살아봐야 합니다. 잘 산다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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