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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무제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5-23 조회수417 추천수5 반대(0) 신고
금요일 저녁이다. 한 주가 어느새 지나고 주말이 시작되었다. ‘Thank God It’s Friday!’라는 말의 첫 알파벳을 따서 만든 체인 레스토랑인 TGI Friday 간판을 볼 때마다 이 나라 사람들이 주말이 시작되는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지 미루어 짐작하고 또한 그 기쁨에 대한 감사를 하느님께 돌린다는 사실도 알 수 있다. 일주일 동안 바쁘게 직장에서 혹은 가정에서 책임과 의무를 다하고 주말의 시작인 금요일이 되면 모두가 한숨 돌리는 여유를 가진다. 그래서 금요일 만나는 모든 이에게 하느님께서 주시는 '좋은 주말 보내라.'라는 말은 습관이 되었나보다.
 
저녁에는 외식을 하거나 오늘같이 집에서 특별한 음식을 준비하고 남편과 함께 가볍게 술도 한  잔씩하는 금요일 저녁의 여유가 좋다. 오늘은 정원에서 키운 깻잎을 잔뜩 따다가 춘천 닭갈비를 만들었다. 식사 후 남편은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 오락 프로그램인 개그콘서트를  보며 깔깔대고 아이들은 주중에 제한했던 오락을 하거나 TV를 볼 수 있으니 모두들 편하고 느슨해진 마음이다.
 
거실에서 각자 오락을 즐기고 있는 틈을 타서 나는 또 나만의 금요일 저녁 여유를 즐기기 위해 십자고상이 있고 성모님을 모셔둔 방으로 와서 혼자만의 오락을 즐긴다. 성서를 읽거나 그리스도의 향기가 전해 오는 글들을 읽으며 하느님을 만나는 것도 나에게는 오락의 수단이니 하느님이 이런 나를 보시면 ‘나를 만나는 것도 오락으로 여기니 너는 못말려.’하고 웃으실지 아님 ‘요놈, 진지하게 나를 만나러 오지 않는구나!’하시며 혼을 내실지는 나도 모르겠다.  
 
암튼 노는 것도 하느님과 함께 놀고 싶으니 아무래도 내가 하느님 아버지를 늘 같이 놀 수 있는 친구마냥 너무 편하게 내 곁으로 모시고 온 것은 아닌가 싶다. 마음 한편으로는 죄송스러우나 가까이 있는 친구같은 아버지 하느님이 멀리 있는 하늘님보다 좋은 것은 어쩔 수 없다.
 
오늘 큰 아이는 친구의 생일잔치에 다녀 왔다. 쌍둥이 여자아이와 남자아이의 열 두살 생일 파티였다. 큰 아이를 데리러 저녁 아홉 시쯤 생일인 아이들의 집에 갔다가 오스틴 엄마를 만났다. 오스틴은 예전에 글로도 한 번 이야기 한 적이 있는 마음이 넉넉하고 착한 아이다. 큰 아이의 친구인데 몇년 전에 아버지를 여읜 아픔이 있다. 오스틴 엄마가 그런다. 오늘 생일을 맞은 아이들도 아버지가 계시지 않다. 엄마가 쌍둥이를 뱃속에 가졌을 때 쌍둥이 아버지가 병으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아버지의 얼굴도 모르고 태어난 아이들인 빌리와 릴리가 참 곱고 예쁘게 자랐다. 오스틴 아빠가 갑자기 심장마비로 돌아가셨을 때 오스틴과 오스틴 엄마는 빌리와 릴리 그리고 그 아이들의 엄마 캐시를 생각하며 조금은 위안을 느꼈다고 오스틴 엄마가 그랬다.
 
돌아가신 아버지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이 애잔해졌다. 엄마들이 혼자 감당해야하는 고독감과 책임감도 내가 감히 짐작할 수도 없다 .
 
하지만 아이들의 환한 미소속에서 그리고 가족들의 사랑에서 나는 또 하느님의 사랑을 본다. 죽음이 사랑을 갈라 놓을 수는 없다. 릴리와 빌리를 향한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 그리고 엄마의 극진한 사랑 또한 내가 잠깐 머물며 얘기를 나누는 동안 가슴 가득히 전해져 온다. 
 
사랑만이 고통도 슬픔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다. 사랑만이 우리가 살아서 행해야하는 삶의 방법이자 목표이어야한다.
 
갑자기 남편이 인터넷으로 한국 신문을 보고서는 노무현 전 대통령께서 돌아가셨다는 비보를 전해 온다.
 
글을 제대로 이어갈 수가 없어 밤을 지내고 난 후에야 어제 쓰던 이 글을 마무리한다.
 
또 한 아버지를 잃게 되었으니 이 슬픔 이루 말할 수 없다. 그것도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미움, 분노, 증오가 모여서 만든 결과로 사람을 죽음에 몰아 갔다.
 
나는 그 분이 얼마나 어떻게 돈을 받고 어떤 잘못을 했는지 잘 모른다. 하지만 나라를 다스린 전 대통령에 대한 최소한의 예우와 존중도 받지 못하고 티끌만큼의 사랑도 없는 권력자들과 함께 비난에 참여했던 언론매체와 그 언론에 의해 조종당하여 그분께 대한 미움의 마음을 행여나 가졌다면 나 또한 악의 세력이 커지도록 일조를 한 것이 아닐까하는 죄송스런 생각도 든다.
 
하느님 만드신 생명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우리는 알아야한다. 용산참사 때도 이곳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사랑하는 나의 조국에서 벌어져서 애통해 했다. 지금도 소중한 생명들이 감당할 수 없는 분노와 미움의 힘에 의해 자신의 삶을 포기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모두는 나의 작은 분노와 미움이 악의 세력을 증대하는 것에 도움을 주고 있지는 않은가 늘 깨어서 살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하느님 안에 나를 성찰해야 한다. 당신의 말씀으로 당신께서 친히 내어주신 몸과 피로 말이다. 또한 주님으로부터 분노와 미움을 물리칠 수 있는 강한 사랑의 힘을 얻어야한다. 분노와 미움을 사랑으로 바꾸어야한다. 내가 분노한다면 또 다른 누군가의 죽음만을 몰고 올 뿐이다.
 
하느님을 사랑하는 사람은 사람을 사랑할 수 밖에 없다. 하느님께서 우리를 그렇게 만드셨다. 하느님 사랑을 받는 소중한 나임을 아는 사람은 내가 아닌 다른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이 소중하게 여겨짐은 말할 필요가 없다. 그래서 내가 하는 말도 내가 쓰는 글도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거나 분쟁을 일으킨다면 과감히 그만두어야 하는 것이다. 그것이 사랑을 실천하는 길이다. 우리가 해야하는 일은 주님께서 주시는 사랑만 해야하는 신앙인이기 때문이다.
 
 
 
마음이 아픕니다. 아버지가 없이도 너무나 잘 자라는 아이들을 보며 하느님 아버지가 주시는 사랑을 느꼈는데 살아계신 누군가의 아버지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세상이 참으로 안타까워 가슴이 아픕니다.
 
기도합니다. 하느님 아버지께서 주신 생명을 귀하게 여길 줄 아는 마음만 세상 끝날까지 가지고 가기를 말입니다. 그래서 모든 살아 있는 것을 통해 당신의 사랑을 느끼고 감사와 찬미를 드리고 싶습니다. 비록 안타까운 죽음을 보고 비통한 생각이 들어도 여전히 내가 해야하는 일은 당신의 사랑임을 잊지 않고 살고 싶습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주님 자비를 베풀어 주소서.
 
기쁨으로 어제 쓰기 시작했던 글을 안타까운 마음으로 마무리합니다. 생명을 존중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간절히 바라고 우리 함께 사랑하자고 말하고 싶습니다.
 
"보라, 내가 세상 끝 날까지 언제나 너희와 함께 있으리라." 하신 당신 말씀으로 오늘도 저희와 함께이신 당신으로 인한 사랑을 할 수 있는 날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오후에는 오스틴이 우리 집에 놀러 오기로 하였습니다. 스포츠 센터에 가서 아이들과 함께 수영도 하고 농구, 탁구도 함께 할 겁니다. 늘 부족한 듯 느껴지나 제가 서 있는 이 자리에서 주님 주시는 사랑만 하기 위해 오늘도 노력하는 하루가 되겠습니다. 이 곳에 오시는 모든 분도 그러시길 간절히 기도합니다. 그리고 사랑합니다. 복된 주님 승천 대축일 맞으세요. 주님의 평화가 늘 우리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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