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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5월 25일 부활 제7주간 월요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5-25 조회수1,030 추천수21 반대(0) 신고
  
 

5월 25일 부활 제7주간 월요일-요한 16장 29-33절

 



“너희는 세상에서 고난을 겪을 것이다. 그러나 용기를 내어라. 내가 세상을 이겼다.”


<자비하신 하느님과 죄인인 우리, 단둘>


    오늘은 저희 살레시오 가족에겐 큰 축일이었습니다. 돈보스코 성인의 큰 버팀목이자 평생의 동반자이셨던‘도움이신 마리아 대축일.’큰 잔치를 벌이고 축제를 지내야 하는 날이었습니다.


    그러나 때가 때인지라 가족 모두가 축제를 지내는 대신 쓸쓸하게 떠나가신 노전대통령의 영혼을 위해 열심히 기도했습니다.


    홀로 괴로워했던 그의 영혼을 성모님께서 당신의 따뜻한 치마폭으로 감싸주시기를,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심연의 고통에 힘겨워했던 그를 당신 사랑의 품에 꼭 안아주시도록 미사 중에 기억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살다보면 가끔씩 어쩔 수 없이 가야되는 곳이 한 군데 있습니다. 어린이 놀이동산입니다. 돌아보니 참 자주 갔습니다. 비수기 때면 시설 아동들을 무료로 초대합니다. 자유이용권도 무료로 제공합니다.


    웬만한 놀이기구도 다 타봤습니다. 그런데 탈 때 마다 제 개인적으로 가장 가슴이 철렁하는, 그래서 소름조차 끼치는 무서운 놀이기구가 하나 있습니다.


    바이킹입니다.


    특히 높이 올라갔다가, 정점이 도달한 어느 순간 밑으로 확 떨어지는 데, 그 순간은 오금까지 저려옵니다.


    언젠가 그 무서운 바이킹을 타다가 큰 깨달음 하나를 얻게 되었습니다. 그 깨달음은 바로 이것이었습니다.


    “아, 그래, 우리네 인생은 바이킹과 같구나.”


    인생을 살아가다보면 때로 우리의 삶이 하늘 높은 곳을 향해 힘차게 올라가는 순간이 있는가 하면, 때로 가슴 섬뜩함을 느끼며 바닥으로 곤두박질 칠 때가 있습니다.


    우리 인생이 활짝 꽃피어나는 장밋빛 나날일 때가 있는가 하면, 죽음보다 더 괴로운 회색 빛 나날도 있습니다.


    희망으로만 가득 찬 유년시절이 있는가 하면, 모든 것 내려놓고 떠나야할 임종의 순간이 있습니다.


    결국 언젠가 지금 우리가 보고 있고, 느끼고 있고, 쥐고 있고, 사랑하고 있는 그 모든 대상들이 다 떠나갑니다. 그리고 마지막 순간에 최종적으로 남게 되는 것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자비 하신 하느님과 죄인인 우리, 단둘입니다.


    그토록 소중하게 연결해왔던 부부간의 인연도 40년, 50년이면 다 떠나갑니다. 우리가 그토록 간절히 염원했던 지위도 거기 도착하기 무섭게 또 다른 누군가에게 물려주고 내려와야 합니다. 우리가 그렇게 애써 모아왔던 재물, 그거 죽을 때 단 한 푼도 지니고 갈 수 없습니다.


    보십시오. 우리가 만나는 모든 것들은 스쳐 지나가는 것들입니다. 결코 영원한 설렘, 영원한 동경의 대상이 될 수가 없습니다.


    오직 주님만이 영원한 우리의 연인이자 희망, 설렘의 대상입니다.


    이번 한 달 동안 우리가 기억하는 성모님의 생애는 온통 주님의 현존으로만, 주님을 향한 그리움으로 가득 찼던 생애였습니다.


    주님으로 가득 채워졌던 성모님의 인생이었기에 현실이 아무리 각박하고 고통스럽다 해도 끝까지 표기하지 않으셨습니다.


    여러분들, 이 세상 살아가시면서 때로 인생의 역풍을 만나 허우적거릴 때가 있을 것입니다. 어떤 때 문득 삶이 텅 비어 있다고 느끼는 순간이 있을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혼자 괴로워하고, 방황하고, 힘들어할 것이 아니라 우리 머릿속에 그 누군가를 떠올려야 합니다.


   생각만 해도 가슴이 훈훈해지는 사람, 떠올리기만 해도 감사한 사람, 존재 자체로 행복을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있는 분들은 삶이 훨씬 풍요롭습니다. 삶이 한결 여유롭습니다.


    고맙게도 우리 그리스도인들 모두에게는 신자가 됨과 동시에 그런 고마운 분이 자동으로 한분 생깁니다. 얼마나 다행한 일인지 모릅니다.


    극심한 고통 한가운데서 가장 먼저 찾게 되는 분, 우리가 그분 이름을 부를 때마다 어느새 달려와서 따뜻한 위로의 손길을 건네시는 분,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성모님이십니다.


    오늘 우리가 기억하는 성모님은 방황하는 순례자들의 안식처이십니다. 죄인들의 마지막 피난처입니다. 무엇보다도 성모님은 부족하고 나약한 우리도 언젠가 아버지 나라에 들어갈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신 위로자이십니다.


    외로운 순간, 슬픔이 밀물처럼 밀려오는 순간, 세상살이가 너무 힘겨워 어찌할 바 모르는 순간, 다른 무엇에 앞서 ‘그리스도 신자들의 도움이신 성모님’ 앞에 그 사연을 털어놓은 우리, 성모님께 의지하는 우리가 되길 바랍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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