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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십시오' - [유광수신부님의 복음묵상]
작성자정복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5-28 조회수531 추천수4 반대(0) 신고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십시오.>(요한 17, 20-26)

   -유광수 신부-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하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하십시오."


이번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평화방송을 통해 오늘의 말씀에 대한 강론이 방영되고 있다.어제 어떤 개신교 자매님으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신부님 말씀이 너무 좋다느니 어쩌느니 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하였다. 그러면서 나보고
"친구 좀 되어줄 수 없겠느냐?"고 물었다.


물론 친구들은 많이 있지만 자기 속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는 진실한 친구가 한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정말 그런 친구가 한 사람만이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한다. 신부님 같으면 자기 속마음을 다 털어놓고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친구가 되어주시면 좋겠는데 너무 바쁘셔서 어려우시겠죠? 더군다나 메스컴을 탔으니 얼마나 더 바쁘시겠느냐고 어려운 내 사정까지 말해주는 것이었다. 남편이 있지만 서로 마음이 통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자기 마음이 병들었다는 것이다. 이런 사람이  어디 이 자매뿐인가?

 

예수님은 오늘 "아버지, 그들이 모두 하나게 되게 하십시오."라고 기도하신다. 나는 수도 생활을 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공동체 생활이다. 공동체 생활만 하지 않으면 수도생활을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정말 잘 할 것이다. 공동체 안에서 생활해보면 어쩌면 모두 다 그렇게 제 각각인지 참 하느님께서는 오묘하게 창조하셨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주님은 이렇듯 각기 다른 사람들을 한 공동체에서 살라고 불러주셨으니 그것 또한 신비이다. 몸을 섞는 부부도  살다보면 서로 맞지 않는다고 이혼하는 세상인데 다 나름대로 한 가닥 하겠다는 남자들이 모여서 함께 산다는 것이 어디 그리 쉬운 일인가? 가족간에도 하나되기가 어려우며 같은 직장인끼리도 하나되기가 어렵다. 사랑의 공동체라는 수도 공동체 안에서도 하나된다는 것이 정말 어렵다. 같은 하느님을 믿는 교회 공동체도 하나된다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다. 본당신부님과 신자들간에 하나 되지를 못하며 같은 단체 안에서도 하나 되지를 못하고 끼리끼리 지내기를 좋아한다.

 

왜 이렇게 하나되기가 어려운가? 서로의 생각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꽃을 보면서도 각자 생각하는 것이 다르고 느끼는 것이 다르다.  즉 우리는 저마다 자기 생각으로 뿔뿔이 흩어져 있다. 남편과 함께 있으면서도 외롭다고들 한다. 가족과 함께 있으면서도 늘 혼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늘 외롭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하면 우리가 하나될 수 있는가?
오늘 복음을 보면 예수님이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영광을 저도 그들에게 주었습니다. 이는 그들이 완전히 하나가 되게 하려는 것입니다."라고 기도 하셨다. 그러니까 하나되는 것은 우리가 하나되고 싶다고 해서 되는 것이 아니다. 아버지께서 예수님에게 주신 그 영광을 우리가 받아들일 때 가능한 것이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우리가 하나되기 위해 그 영광을 우리에게 주셨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예수님이 우리에게 주신 그 영광이란 무엇인가?

영광이란 하느님의 빛나는 광채이다. 즉 하느님의 속성이 밖으로 드러나는 것이다. 하느님의 능력이 밖으로 표출되는 것이다. 하느님이 가만히 계시면 우리는 하느님이 어떤 분이신 지를 모른다. 유명한 피아니스트가 가만히 있으면 그 피아니스트가 얼마나 피아노를 잘 치는지 모른다. 그가 유명한 피아니스트인지는 피아노 연주를 통해서 그의 실력이 밖으로 표출될 때야 비로서 그가 유명한 피아니스트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하느님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아무리 그분이 전능하시고 사랑이시고 선하신 분이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보지 않고 말로만 들어서는 하느님이 얼마나 사랑이시고 능력이 있으신 분이신 지를  알 수 없다. 하느님의 속성이 밖으로 표현될 때 비로서 사랑이신 지를 알 수 있고, 전능하신 분이시지를 알 수 있고, 선한 목자이시지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아버지 하느님의 이런 속성을 우리에게 드러내신 분이 예수님이시다.

 

즉 우리는 예수님을 통해서 아버지의 전능하심을, 아버지의 사랑이 얼마나 큰 사랑이신 가를 그리고 아버지의 자비가 얼마나 크신 가를 알 수 있게 되었다.

즉 예수님은 아버지의 영광을 밖으로 표출하신 분이시고 우리는 그분을 통해서 아버지의 영광을 볼 수 있게 된 것이다. 따라서 우리가 하나될 수 있는 비결은 우리의 힘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예수님이 보여주신 아버지 하느님의 영광을 우리가 실천할 때만이 가능한 것이다.

 

즉 우리가 하나되기 위해서 우리의 뜻을 고집하는 것이 아니라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신 예수님처럼 철저하게 사랑을 실천하고 자비를 베풀고 봉사할 때 가능한 것이다. 우리가 만일 예수님처럼 사랑을 실천하고, 자비를 베풀고, 봉사하는 삶을 산다면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하십시오. 그리하여 아버지께서 저를 보내셨음을 세상이 믿게 하십시오."라고 기도하신 예수님의 기도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즉 예수님이 보여주신 아버지의 영광을 우리가 사는 것이 예수님 안에 사는 것이며 또한 아버지 안에 사는 것이고 그래서 모두 하나가 되는 것이다.


우리가 예수님께서  드러내 보여주신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는 삶을 산다면
"아버지, 아버지께서 저에게 주신 이들도 제가 있는 곳에 저와 함께 있게 되기를 바랍니다. 창조 이전부터 아버지께서 저를 사랑하시어 저에게 주신 영광을 그들도 보게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기도하신 내용이 무슨 말씀인지를 알아듣게 될 것이다.

 

즉 우리가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신 예수님의 삶을 사는 것이 곧 예수님이 있는 곳에 함께 있는 것이며 그렇게 살 때 창조 이전부터 예수님께 주신 아버지의 영광을 우리도 볼 수 있게 될 것이다.

 

오늘 내가 하나되어야 할 사람은 누구인가?

그 사람과 하나되기 위해서 내가 드러내야할 아버지의 영광은 무엇인가?

우리 모두가 하나되기 위해서 우리가 해야할 일은 무엇인가?

 

우리 사회는 너무 갈라져 있다. 하나되기 위해서 모이지만 또 다시 갈라지고 있다. 지역별로 갈라지고, 성격대로 갈라지고, 이념 때문에 갈라지고 있다. 부부간이 쉽게 갈라서고, 그로 인해 부모와 자식이 갈라지고 있다. 재산 때문에 형제간이 갈라지고 뜻이 맞지 않는다고 본당신부와 신자들이 갈라진다. 어디를 보나 지금 우리 사회는 마치 모래알 처럼 흩어지고 있다.


이렇게 가정이, 사회가, 교회가 공동체가 하나되지 못하고 갈라지는 것은 우리가 아버지의 영광을 드러내주신 예수님의 삶을 살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하느님을 모르면 하느님의 생각을 따르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하나될 수 없다. 우리가 하나될 수 있는 길은 우리의 뜻이 아니라 아버지의 뜻을 따를 때만이 가능하다.

 

오늘 우리에게 주어진 하루가 하나되게 하는 은혜로운 날이 되도록 우리 함께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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