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그리움이 애틋한 사랑으로
작성자박영미 쪽지 캡슐 작성일2009-05-28 조회수573 추천수7 반대(0) 신고
 
 
"우와! 바쁘다 바뻐."
 
묵상방에 와서 글을 읽어 볼 틈도 없이 오늘은 하루가 너무 바쁘게 지나갑니다. 지금은 수요일 밤 10시가 막 지났어요. 아침엔 일어나자 마자 ‘하느님 오늘 하루도 제게 허락해주셔서 고맙습니다.’는 기도를 올리고 성당에 갈 준비를 합니다. 준비는 다름아닌 오늘의 영어 미사를 프린트 아웃하고 천천히 읽어 보는 일이지요.
 
오늘 저녁에 우리 본당에서 미사가 있는 것도 잊어 먹은채 매일 그랬던 것처럼 남편과 아이들을 보내고 미사의 독서, 화답송, 복음말씀이 적혀진 종이를 들고 성당으로 갑니다.
 
어제 밤에 쏟아진 비 덕분에 날씨는 더욱 청명하고 하늘은 푸르릅니다. 요즘은 매일 미사에 오시는 사랑하는 우리 본당 자매님과 미사 후 커피를 마시는 것이 일과가 되었습니다. 너무나 아름답게 하느님 안에 사시는 데레사님과 미사 후 갖는 커피타임은 세상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행복을 줍니다.
 
그 분과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이 앞섰는지 아님 매일 보아도 또 보고 싶은 주님 때문인지 오늘은 저녁에 우리 본당에서 미사가 있다는 수요일이라는 사실조차 잊어버리고 근처 미국 성당에 아침미사를 드리러 갔어요. 물론 이야기도 나누며 맛있는 커피도 마셨고요. 미사후라 그런지 하느님 이야기로 가슴이 벅찹니다. 물론 살아가는 이야기,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도 나누고 서로 위로를 주고 받기도 하구요. 저녁에 우리 본당 미사에서 주송을 하시는 데레사님과 눈이 마주쳐서 살며시 웃음을 주고 받았습니다.
 
하나는 영어미사, 또 다른 하나는 한국어 미사였으나 두 미사 모두 제겐 큰 은총이었습니다. 제가 주님과 일치하여 기도할 시간을 두 배로 만들어 주시니 하느님께 더욱 감사할 것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기도가 많이 필요해서 저를 두 번이나 부르셨나 봐요. 저와 저희 가족은 물론이고 아픈 이들, 고통 중에 계신 분들 그리고 우리 나라와 돌아가신 분, 슬픔에 잠긴 사랑하는 모든 분을 위해 미사를 아무리 드려도 모자랄 듯합니다.  
 
제가 행복에 겨워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면 많이 죄송스럽지만 저는 요즘 너무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가 없어요. 물론 한국에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많은 분들이 충격과 깊은 슬픔에 잠겨 있음을 알지만 저 개인적으로는 2주가 채 되지 않아 만나 뵐 부모님 생각에 사실 잠이 오지 않아요.
 
한참을 얼굴을 보지 못하다가 부모님 뵈러 한국을 방문하니 그동안 차곡 차곡 쌓아두었던 그리움의 겹이 하나하나씩 펼쳐집니다. ‘사랑하는 사람들의 얼굴을 직접 마주대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만 하여도 미소가 흐릅니다. 주름진 우리 엄마 얼굴도 만져보고 싶고 큰 키에 멋진 아빠의 팔짱도 끼어 보고 싶습니다.
 
떠나 있으니 더욱 애틋하겠지요.
 
예수님께서 아버지께로 돌아가시며 세상에 남겨진 우리 자녀들을 생각하시는 애틋한 마음이 요즘 복음 말씀을 통해 깊이 전해옵니다. 오늘은 특히나 우리를 아버지의 말씀인 진리로 거룩하게 해 주십사고 간절히 기도합니다. 남겨진 우리가 세상에 속하지 않고 아버지 하느님께 속한 이들이라 얘기도 합니다. 그리고 아버지 당신께서 우리를 지키셔서 하나가 되게 해 달라 아버지께 청합니다. 예수님의 우리를 향한 그 기도가 이루어지길 저 또한 간절히 아버지께 빕니다.
 
 
며칠전에 엄마가 전화를 하셨어요. “ 영미야, 너 오면 건강하게 지내고 또 맛있는 것도 많이 해 주고 싶어서 인삼을 다려 먹고 있단다. 너 먹일려고 인삼도 말린다.” 그러세요. 세월이 가며 몸 여기 저기가 아파오시고 쇠약해지시는 것이 막내딸 만나서 원없이 사랑을 베풀지 못하실까 염려스러워 건강을 챙기고 계시는 부모님이 많이 보고 싶습니다.
 
저를 손꼽아 기다리시는 부모님의 마음에서 하느님 아버지께서 날마다 저를 기다리시는 마음도 엿봅니다. 세상에 남겨 둔 우리가 못내 안스러운가 봅니다. 그래서 예수님 당신께서 우리를 떠나시기 전까지 끊임없이 우리를 위해 기도하십니다. 급기야는 당신 자신이신 성령을 보내 주실테지요.
 
부모님을 못 뵙고 꽤 오랜 시간이 흘러갔어요. 부모님 얼굴은 어찌 변했을까 상상합니다. 제가 기억하는 모습에서 크게 변하지 않으셨겠지요. 주님께서 이 세상에 직접 오셨지만 여전히 저는 아버지 당신의 모습을 희미하게만 그려 봅니다. 당신의 몸과 피를 매일 제 안에 모시지만 당신이 또렷이 보이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언젠가 당신을 직접 마주 대할 날을 꿈꾸며 당신을 그리며 열심히 살았던 오늘 하루도 축복이고 행복이었습니다.
 
저 자랑이 너무 심하지요? 한국 한 번 가는 것을 이리도 방방곡곡 소문을 내고 있으니 말이예요. 그동안 묻어두고 모른척하고 지낸 그리움이 한꺼번에 고개를 들고 나와서 더욱 큰 기쁨이 되어 그런가봐요.
 
암튼 저 한국가면 사랑하는 부모님과 형제 자매, 친구 등 보고픈 얼굴을 모두 뵙고 돌아올 거예요. 그래야 돌아와서 그리움에 사무치지 않도록 말입니다.
 
사랑하는 이 곳 굿뉴스의 모든 이도 그리운 우리 하느님 생각에 오늘도 많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슬픔중에 계신 많은 분도 주님께서 예비하신 기쁨이 기다리고 있음을 잊지 않으시길 바래요. 많이 슬퍼하고 원없이 눈물 흘리고 주님께서 예비한 때에 다시 큰 기쁨 맞으시길 빕니다.
 
주님 보고픈 마음이 앞서서인지 아님 기억력이 떨어져서인지 모르지만 하루에 두 번 주님을 모셔도 좋기만 한 로사가 그리움이 더욱 애틋한 사랑이 됨을 느끼며 또한 이곳에 사랑을 남겨두고 갑니다. 사랑합니다. 계속 좋은 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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