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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바람 불고 불길 일거니 ............. 차동엽 신부님
작성자이은숙 쪽지 캡슐 작성일2009-05-31 조회수859 추천수3 반대(0) 신고

  

 

사랑의 향기마을

 

 

 

 

 

바람 불고 불길 일거니 ... 차동엽 신부님

 

그 때


  황망 중에 예수님을 떠나보낸 뒤, 제자들은 걸어서 15분내지 20분 정도 거리인 예루살렘으로 돌아갔다. 그들은 머물고 있던 다락방으로 올라갔다. 아마도 최후의 만찬이 있었던 다락방이었을 것이다.

  앞으로의 일이 문제였다. 어디서부터 시작할 것인가? 무엇을 할 것인가? 예수님의 자리는 누가 승계할 것인가? 어떤 식으로 조직을 엮을 것인가? 서열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 풀어야할 과제는 산적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회의하지 않았다. 세미나를 열지 않았다. 전문가에게 자문을 청하지 않았다. 그들은 의논에서, 학술토론에서, 상담에서 해법을 찾지 않았다. 그들은 답을 갖고 있는 분에게로 연결된 핫라인(hot line), 곧 직통라인을 가동하고자 했다.


  이제 그들은 인간적 야심에서 서열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옛적의 제자들이 아니었다. 그들은 영적인 사람들이 되어 있었다.

  그들은 기도하였다. 그들이 전폭적으로 의지한 것은 오로지 예수님의 약속이었다.

  “나는 내 아버지께서 약속하신 것을 너희에게 보내주겠다. 그러니 너희는 위에서 오는 능력을 받을 때까지 예루살렘에 머물러 있어라.”(루가 24,49)

  “성령이 너희에게 오시면 너희는 힘을 받아 예루살렘과 온 유다와 사마리아뿐만 아니라 땅 끝에 이르기까지 어디에서나 나의 증인이 될 것이다.”(사도 1,8)

  그들은 예수님의 말씀을 철석같이 믿었다. 액면 그대로 믿고 있었다. 어떤 인간적인 생각도 섞어 넣지 않고 하신 말씀 그대로 믿었다.


  그들은 기도했다. 예수님의 어머니 마리아와 예수님의 (사촌)형제들도 합세하였다.

  “모두 마음을 모아 기도에만 힘썼다.”(사도 1,14)   

  ‘모두’가 ‘마음’을 모았다. 연약함, 이기심, 경쟁심 등으로 갈라졌던 제자들이 처음으로 한 마음이 되어, 같은 동기를 가지고, 함께 모여서 하나가 되었다. 여자들도 어우러져 동아리를 이뤘다. 그곳 이층 다락방에서는 여자들이 ‘성전’에서처럼 밖의 뜰에 밀려나거나, ‘회당’에서처럼 건물의 다른 편에 따로 모여 기도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들은


  열흘째 되는 날 그들에게 기별이 왔다. 약속이 현실이 되었다.


    그날 그들은 들었다.

    그날 그들은 보았다. 

    그날 그들은 느꼈다.

    하느님의 영, 예수님의 영이 세찬 바람소리를 내며 휘몰아치고 있었다.

    혀 같은 불길이 사람 머리위로 내려오고 있었다.

    안온한 열기가 온몸을 감싸며 가슴으로 응집되고 있었다.


   한 두 사람이 겪은 일이 아니었다. 착각이 아니었다. ‘백 이십 명’(사도 1,15)이나 되는 사람들 모두가 자신들의 귀로, 눈으로, 몸으로 체험한 일이었다.

 

  “마침내 오순절이 되어 신도들이 모두 한 곳에 모여 있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세찬 바람이 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오더니 그들이 앉아 있던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그러자 혀 같은 것들이 나타나 불길처럼 갈라지며 각 사람 위에 내렸다.”(2,2-3)


  먼저 하늘로부터 바람소리가 들려왔다.

  ‘세찬 바람 소리’는 야훼 하느님의 영 또는 예수님의 영(로마 8,9; 필립 1,19; 1베드 1,11)이 ‘죽은 뼈’나 다름없는 처지의 사람들에게 생명의 숨을 불어넣어주는 소리였다.

 

  “이 뼈들에게 내 말을 전하여라. ‘마른 뼈들아, 이 야훼의 말을 들어라. 뼈들에게 주 야훼가 말한다. 내가 너희 속에 숨을 불어 넣어 너희를 살리리라. 너희에게 힘줄을 이어 놓고 살을 붙이고 가죽을 씌우고 숨을 불어 넣어 너희를 살리면, 그제야 너희는 내가 야훼임을 알게 되리라’”.(에제 37, 4-6)

 

  이는 죽은 사람들의 힘줄, 살, 피부를 소생시키는 신묘한 생기(生氣)였다.

  이 기운이 ‘그들이 앉아 있던 온 집안을 가득 채웠다’. 이내 썩은 공기, 낡은 체취들이 사라지고 새 숨결, 새 생명으로 온 방안이 가득 찼다.


  이어 불길이 보였다. 하느님의 거룩한 불길이 사람들 머리 위에 타고 있었다.

  이 불길은 영락없이 모세가 보았던 떨기나무에 붙은 불이었다. 바로 그 불이었다. 그들의 눈은 모세의 눈처럼 휘둥그레졌다. 

 

  “저 떨기가 어째서 불꽃이 이는 데도 타지 않을까? 이 놀라운 광경을 가서 보아야 겠다.”(출애 3,3)

  이 불은 사십년 동안 살인자의 모습을 한 채 모든 사람에게 격리되어 좌절과 고독과 완전한 절망 속에 살아온 모세를 찾아오신 하느님의 모습이었다. 바로 그 불이 지금 ‘그 때 그들’에게 똑같이 임했던 것이다.

  또한 이 불은 엘리야가 갈멜 산에서 사백오십 명의 바알 예언자와 대결할 때 나타났던 그 불이었다. 삼 년 반 동안 비가 오지 않았을 때, 바알의 예언자 사백 오십 명이 어마어마한 제단 위에 모든 우상과 동물을 갖다 놓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주위를 맴돌면서 춤을 추고 소리와 비명을 지르며, 심지어 자신들의 몸을 찢어 상처를 내고 피를 흘리며 제사를 지냈어도 감감 무소식이었던 그 불이었다. 하지만, 엘리야가 열두단의 제단을 만들고 도랑을 파고 물을 뿌리고서 딱 한번 “야훼여 저에게 응답하소서”하며 기도했을 때, 장엄하게 내렸던 그 불이었다. 

 

  “그러자 야훼의 불길이 내려와 제물과 함께 나무와 돌과 흙을 모두 태웠고 도랑에 괴어 있던 물을 한 방울도 남지지 않고 말려 버렸다. 온 백성이 이 광경을 보고 땅에 엎드려서 부르짖었다. “야훼께서 하느님이십니다. 야훼께서 하느님이십니다.””(1열왕 18, 38-40)


  지금 이 불길이 온 존재를 휘감으며 그들 마음속의 쓰레기를 태워버리고 그 자리를 ‘임마누엘’로, 열정(passion) 가득한 성심으로 채우고 있는 것이었다.

 

 

오늘

오늘 우리는 답답하다. 그래서 저마다 변명처럼 무기력만을 고백한다.


  오 주여,

  어찌 하오리이까.

  아니 되는 것을 어이 하라 십니까.


  사랑하고 싶으나 사랑할 힘이 없습니다.

  용서하고 싶으나 바늘 틈만큼의 여유가 없습니다.

  원수를 위해 기도하고 싶으나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기뻐하고 싶으나 기쁨이 솟지 않습니다.

  평안하고 싶으나 하릴없이 안절부절 못합니다.

  행복하고 싶으나 까닭이 잡히지 않습니다.


  사목을 하고 싶으나 열정이 생기지 않습니다.

  유혹을 물리치고 싶으나 나약하기 짝이 없습니다.

  믿고 싶으나 도무지 믿어지지 않습니다.


  오 주여,

  제가 어찌해야 마땅하겠나이까.

  저희가 어이해야 합당하리이까.

 

 

저(희)에게

  오 주님, 모세가 되고 싶습니다. 엘리야가 되고 싶습니다. 벌거벗고 춤을 춘 다윗이 되고 싶습니다. ‘그때 그들’이 되고 싶습니다.

 

  당신의 영이 저희 안에 흐르게 하소서. 저희를 사로잡으소서. 그 영이 저희 머리에, 가슴에, 육체에, 삶에 삼투(滲透)하게 하소서. 저희 인격과 존재 전체를 지배하소서. 하여 몸소 저희의 생각이 되시고, 판단이 되시고, 선택이 되시고, 말이 되시고, 행동이 되어 주소서.

 

  엎드려 기도합니다. 성령님을 사모합니다.

 

  오시옵소서. 어서 오시옵소서. 오시어 저희 영혼에 지진이 일어나게 하시옵소서. 당신의 놀라우신 임재를 듣고, 보고, 느끼게 하시옵소서. 뜨거워지게 하시고 감격하게 하시옵소서. 격려하여 주시고, 위로하여 주시고, 충만하게 채워 주시고, 변화시켜 주시옵소서. 그리고 겸손하게 하시고, 온유하게 하여 주시옵소서.

 

  더 이상 냉랭한 믿음이 아니게 하시옵소서. 더 이상 무기력, 무능력에 매몰된 삶이 아니게 하시옵소서. 더 이상 체념의 암초에 부딪친 항해가 아니게 하시옵소서.

 

  그 때 그들이 그랬듯이, 저희가 ‘모두 마음을 모아 기도에만’ 힘쓰겠나이다.

 

  그 때 그들에게처럼, 오늘 저희에게 영적 지진이 일게 하시옵소서. 그 때 그들이 더 이상 그들 자신이 아니었던 것처럼, 이제는 저희도 더 이상 저희 자신이 아니게 하시옵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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