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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구약을 해석해 주시는 분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6-04 조회수429 추천수3 반대(0) 신고
 
 
 

구약을 해석해 주시는 분 - 윤경재

 

부활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두가이들이 예수님께 와서 물었다.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가 성경도 모르고 하느님의 능력도 모르니까 그렇게 잘못 생각하는 것이 아니냐? 사람들이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다시 살아날 때에는, 장가드는 일도 시집가는 일도 없이 하늘에 있는 천사들과 같아진다. 그리고 죽은 이들이 되살아난다는 사실에 관해서는, 모세의 책에 있는 떨기나무 대목에서 하느님께서 모세에게 어떻게 말씀하셨는지 읽어 보지 않았느냐? ‘나는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다.’ 하고 말씀하셨다. 그분께서는 죽은 이들의 하느님이 아니라 산 이들의 하느님이시다. 너희는 크게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마르12,24-27)

 

  탈출기 3장에서 모세에게 나타나셔서 부르시는 분은 당신을 “나는 네 아버지의 하느님, 곧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다.”라고 소개하셨습니다. 어리둥절해 하는 모세에게 알아들을 수 있게 소개하신 것입니다. 3,15절에 다시 한 번 말씀하시는데 그 때는 아예 칭호를 가르쳐 주십니다. “너는 이스라엘 자손들에게, ‘너희 조상들의 하느님, 곧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신 야훼께서 나를 너희에게 보내셨다.’ 하여라. 이것이 영원히 불릴 나의 이름이며, 이것이 대대로 기릴 나의 칭호이다.”

  모세는 이 말 속에서 이스라엘과 특별한 관계를 맺으신 조상신이라는 생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아직까지는 전 민족, 전 인류 나아가 전 피조물을 창조하신 분이라는 생각에까지는 미치지 못한 것입니다. 이집트 파라오 왕에게서 억압을 받고 울부짖는 백성을 구해주실 조상님들의 신이라는 제한 된 관념에 머물러 있는 것입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이 외치는 울부짖음을 들으셨고, 조상과 맺은 약속을 기억하셨으며, 후손의 처지를 살펴보았으며, 낱낱이 아셨습니다. 탈출기 저자는 이 4 가지 동사로 하느님의 구원의지를 밝힙니다. 그들에게 하느님은 어디에서 뒷짐 지고 머물러 계시는 분이 아니라 일하시는 분이라는 체험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야훼’라는 이름도 ‘있게 하다’라는 동사가 명사로 된 것입니다. 모든 것을 동사적으로 생각하는 히브리 사람들의 사고체계가 어디서 왔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야훼 하느님께서 이렇게 모세에게, 이스라엘 백성에게 당신을 소개하는 내용도 실은 두 가지를 알려주시는 것입니다. ‘관계를 맺으시는 분’이시며 ‘구원을 실행하시는 분’이라는 뜻입니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예수님께서 오시기 전에는 이런 야훼 하느님을 조상의 신으로만 받아들이고 있었습니다. 아니 어쩌면 지금의 유대인들도 그렇게 믿고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예수님께서는 부활논쟁을 빌어 유대인들의 오해를 바로잡아 주셨습니다. 야훼 하느님께서는 그저 그들의 조상신이 아니라 모든 생명을 창조하시고 주관하시는 분이라고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분이 바로 당신의 아버지라는 말씀입니다. 여태껏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가르침이었습니다. 아무도 아버지를 몰랐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친히 보고 들으신 것을 증언하신다.”(요한3,32) 예수님만이 아빠 하느님을 보셨기에 증언하실 수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이 세상에 굳이 유대인으로 오신 이유는 유대인들이 지녔던 생각이 옳기도 하며 또 적지 않은 오해가 있었다고 밝히려는 의도였습니다. 구원하시는 하느님을 가리켜 보이시고 또 실제로 모든 피조물을 구원하시러 몸소 이 세상에 들어오신 것입니다.

 

 여기서 파스칼(1623-1662)이 남긴 쪽지를 되새겨 봅니다. 그는 위대한 수학자이며 과학자요 사색가로 인류에게 빛이 되신 분입니다. 그가 쓴 팡세는 프랑스 문학의 금자탑이며 지금까지도 읽어야할 고전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가 살았던 시대는 바야흐로 인간 지성의 합리주의가 맹위를 떨칠 때였습니다. 무신론이 싹트기 시작했고 교회는 분열되어 어느 길이 올바른 길인지 어둠 속에서 헤매고 있었습니다.

  그가 죽었을 때 사람들은 그의 웃옷 안쪽, 심장이 닿은 곳에 실로 꿰맨 메모지를 발견했습니다. 파스칼이 하느님 체험을 기록해 놓은 것이었습니다.

 

** 은총의 해.

1654년 11월 23일 월요일 저녁 아홉시 반부터 자정 후 반 시간쯤까지.

불,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

확실한 것, 확실한 것.

감동. 기쁨. 평화.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

하느님을 제외한 모든 것과 세상을 망각함.

기쁨. 기쁨. 기쁨. 기쁨의 눈물.

 

 그는 예수님께서 가르쳐 주신 하느님의 본질을 한 순간에 꿰뚫어 보았으며 그 감격이 얼마동안 지속되었습니다. 이른바 조명의 체험을 한 것입니다. 예수께서 생명을 주관하시는 하느님이시라는 진리를 통해 세상을 망각하게 된 것입니다. 하느님을 제외한 모든 것이 아무 가치도 없다는 것을 깨달음으로써 역설적으로 기쁨과 평화를 얻었다는 고백입니다. 1662년 39세라는 한창 일할 나이에 뇌척수막염과 암이라는 고통스런 병고로 죽기까지 그는 이 엄청난 은총의 체험을 한시도 잊을 수가 없었을 것입니다.

  그는 이성적 과학자요 수학자답게 깨달음의 시간을 정확하게 기술하였습니다. 그 의미는 자신의 체험이 분명한 체험이었다는 것을 나타내고, 또 시간이라는 흐름 속에서 활동하시는 하느님의 초월성을 깨달았다는 표현입니다. 그는 시간을 초월하시는 분께서 시간 안으로 들어오셨다는 엄청난 진리를 아브라함의 하느님, 이사악의 하느님, 야곱의 하느님이라는 표현에서 깨달았습니다.

  이 글귀를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라는 그의 고백으로 바꾸어서 아브라함의 예수 그리스도, 이사악의 예수 그리스도, 야곱의 예수 그리스도로 불러 보면 그의 깨달음이 어디서 비롯했는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바로 “아빠 하느님께서 생명의 하느님이시며 아버지와 나는 하나다.”라고 가르쳐 주신 예수님의 증언을 통해서 그는 빛을 발견한 것입니다.

  이렇게 예수께서는 이 세상에 진리를 온전히 드러내 보이시고 또 성령의 모습으로 현존하십니다. 그 진리를 깨달은 자는 세상의 모든 것을 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리하여 기쁨의 눈물을 펑펑 흘릴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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