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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6월 6일 야곱의 우물- 복음 묵상/ 별도 무섭지 않은 대위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6-06 조회수390 추천수3 반대(0) 신고
별도 무섭지 않은 대위

그때에 예수님께서는 군중을 가르치시면서 이렇게 이르셨다.
“율법학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긴 겉옷을 입고 나다니며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즐기고,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잔치 때에는 윗자리를 즐긴다. 그들은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 먹으면서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길게 한다. 이러한 자들은 더 엄중히 단죄를 받을 것이다.”
 
예수님께서 헌금함 맞은쪽에 앉으시어, 사람들이 헌금함에 돈을 넣는 모습을 보고 계셨다. 많은 부자들이 큰 돈을 넣었다. 그런데 가난한 과부 한 사람이 와서 렙톤 두 닢을 넣었다. 그것은 콰드란스 한 닢인 셈이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가까이 불러 이르셨다.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말한다. 저 가난한 과부가 헌금함에 돈을 넣은 다른 모든 사람보다 더 많이 넣었다. 저들은 모두 풍족한 데에서 얼마씩 넣었지만, 저 과부는 궁핍한 가운데에서 가진것을, 곧 생활비를 모두 다 넣었기 때문이다.”
 
 
 
 
군종신부에게 빼놓을 수 없는 어려움 중의 하나가 계급장 문제이다. 군종신부의 계급은 대위다. 사실 성직과 군인, 신앙과 군대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신앙은 타인을 배려하고 사랑하라고 가르치지만, 군대는 엄격한 계급사회로 상관이 죽으라면 죽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명령복종의 사회이다. 그래서 군종신부들은 대위 계급장이 달린 군복을 입기 싫어한다. 성직자요 신부로서 군대에 온 것인데, 군대에서는 성직자 이전에 군인이라는 점을 더 강조한다. 나도 모르게 ‘휴! 갑갑하네! 내가 왜 군대에 두 번이나 왔지?’ 하며 한숨을 쉴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런데 군의 규칙상 반드시 군복을 입어야 하는 때가 있다. 사단장이 주관하는 아침회의와 큰 훈련 중에 찾아가야할 때이다. 특히 사단장이 주관하는 회의에 참석하는 시간은 화생방 가스실만큼이나 인내가 필요한 시간이다. 아무 말 없이 한쪽 구석에서 딱딱한 군대 업무에 관한 이야기를 한 시간이나 듣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높은 사람이 불만사항을 말하면 회의 분위기는 금방 싸늘해지고 몸과 마음까지 마비되는 것 같다. 전투복과 전투화는 더욱 죄어온다. 신부가 군대에서는 겨우 대위라는 것이 자존심이 상해도 한참 상하기도 한다. 그래도 어쩌랴! 군대 내 천주교 신자들과 고생하는 병사들을 위해 대위 계급장을 달고 열심히 뛰어야지….

그래도 흐뭇한 기억이 있다. 전방 성당에 부임한 날 사목회장이 인사를 하러 왔다. 1호 지프차가 성당 마당으로 들어오더니, 근엄한 모습의 군인이 내린다. 계급장을 자세히 보니 무궁화 세 개를 단 대령이다! 몸이 떨리고 마음이 긴장된다. ‘와! 대, 대령이 사목회장이야?’ 간부들만 보면 긴장해 “충성!”을 외치며 경례하기 바빴던 병사의 마음이 아직도 남아 있는 탓이다. 가까이 다가온 사목회장은 대령 계급장이 달린 모자를 벗고 깊이 머리를 숙이며 “신부님,오셨습니까? 사목회장 O O 연대 연대장 아무개입니다.” 하는 바람에 속으로 깜짝 놀랐다.
 
‘육군 대령이 대위에게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네? 아니야, 난 대위가 아니라 신자들의 영혼을 치료하는 신부지! 으흠!’ 선배 군종 신부님들 말씀처럼 신부는 대위라도 장성급이다. 별도 무섭지 않은 영적 지휘관이다.
최인섭 신부(청주교구 오창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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