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사 때 체험하지 못했던 것을 군종신부 때 체험한 적이 있다. 바로 군대 감옥(헌병대 영창) 방문이다. 헌병대 영창 방문 계획이 잡혔을 때 사실 마음속에 알 수 없는 두려움까지 느꼈으나 시간이 되자 좋은 책과 맛있는 간식을 챙겨 헌병대로 향했다. 육중한 쇠 철문이 ‘비거덕’ 하는 소리와 함께 내 인생 최초로 감옥에 들어섰을 때 나도 모르게 마음이 싸늘해졌다. “충〜성 !” 나를 향해 경례하는 헌병의 모습도 위압적이다.
철모를 쓴 헌병들의 딱딱한 표정과 기계적인 말투 속에는 어떤 따뜻함도 느낄 수 없었다. 수감되어 있는 병사들도 침묵 속에 인사도 없이 무표정할 뿐이다. 텔레비전에서 보던 대로 쇠창살이 달린 방 안에는 모포와 베게, 책이 보일 뿐이다. 화장실과 샤워 시설도 모두 그안에 있다. 수감자들은 헌병이 문을 열어줘야 움직일 수 있다. 화장실 문은 혹시 그들이 자해(自害)라도 할까 봐 반만 막아놓았다. 아주 작은 창문이 몇개 있을 뿐 외부와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 벽에도 시계와 달력만 있을 뿐이고 아무 장식도 없는 것은 잡념을 없애려는 의도로 보였다.
군종신부라고 소개하고 그들에게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난감했지만 어렵게 말을 시작했다. 우선 조심스럽게 왜 이곳에 오게 되었느냐고 물었다. 폭언, 폭설, 후임 사병 구타, 휴가 후 복귀시간을 어겨서, 상관에게 대들었다가 하극상으로, 병사들끼리 상관을 비판했는데 그중 한 병사가 고자질(?)해서, 경계근무 때 졸다가 적발되어서 ….
“여러분이 나쁜 것이 아니라 죄가 나빠서 이곳에 왔다고 생각하십시오. 사람이 미운 것이 아니라 죄가 미운 것입니다. 스스로의 잘못을 반성하고 새사람이 되는 회개의 시간을 보내기를 바랍니다. 오히려 이 시간이 여러분의 인생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소중한 기회가 될 것입니다.” 나는 대강 이런 내용으로 이야기를 끝냈다.
그들은 영창에 수감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들 역시 제대하고 사회에 나가 살면서, 그때 경험이 좋은 교훈이 되었을 것으로 믿는다. 죄는 우리에게 죄책감을 가져다주는 악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을 절실히 깨닫고 하느님께 대한 사랑을 더욱 뜨겁게 만드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복된 탓이라고 하지 않는가!
최인섭 신부(청주교구 오창 천주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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