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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8. 고난에 대하여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9-06-11 조회수471 추천수6 반대(0) 신고

 

고난에 대하여

   고난에 대하여 사도 바오로만큼 할 말이 많은 분이 또 있을까? 오죽하면 사도행전은 부르심을 받은 순간부터 그가 겪어야 할 고난이 만만치 않음을 예고하고 있다. “나는 그가 내 이름을 위하여 얼마나 많은 고난을 받아야 하는지 그에게 보여주겠다”(사도 9,16). 과연 주님께서 하나니아스에게 하신 예고대로, 사람이 겪을 수 있는 온갖 고난을 한몸에 지고 산 사람이 바오로 사도다.


사도는 세 차례의 전도 여행 중에 여러 번 감옥에 갇혔고, 서른아홉 대씩 맞는 매를 다섯 번이나 맞았으며, 배가 파선되어 바다에 표류하다가 구사일생 목숨을 건진 일도 세 번, 유다인들에게 채찍이나 돌로 얻어터지고 쫓겨나는 일은 다반사였다(2코린 11,23-25). 그밖에도 잦은 여행에 뒤따르는 필수적인 고생인 추위나 굶주림, 강도의 위협은 기본이고, 평소에도 건강이 그다지 좋지 않아서 가시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을 일생 끼고 살았다(2코린 12,7).

 

   그렇다. 되돌아보면 사도의 일생은 ‘고난의 총체’였다고 할 수 있다. 산 같은 고난이 앞을 가로막을 때마다 누구보다 자신의 약함과 무능함을 처절하게 깨달았을 터이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보잘 것 없는 자신 안에서 일하시는 주님의 권능을 더욱 절실히 체험할 수 있었을 것이다. 결국 사도는 자신의 무능이야말로 하느님의 힘을 자랑하는 최적의 도구임을 깨닫기에 이른다. “내가 자랑해야 한다면 나의 약함을 드러내는 것들을 자랑하렵니다”(2코린 11,30). 이는 보잘 것 없는 자신을 들어 높여 그토록 많은 일을, 그토록 귀한 일을 하게 하시는 주님의 능력을 체험한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진솔한 고백이다.

 

   그렇다. 사도는 자신과 함께 하시는 주님의 힘을 언제나 충만히 느끼고 있었다. 그러기에 어떠한 환난과 역경과 박해와 시련도 그를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갈라놓을 수 없었다고 증언한다(로마 8,35-39). 엄청난 고난과 시련 중에서도 그리스도의 극진한 사랑을 느끼고 있었기에 언제나 기뻐하며 모든 일에 감사할 수 있었다(1테살 5,16. 18). 자신이 설립한 교회 안에서 순탄하게 살 수 있는 길도 마다하고 그리스도의 사랑에서 오는 다그침을 느끼며(2코린 5,14) 새로운 도전의 길로 항상 용감하게 나설 수 있었던 것이다.

 

   누구나 한 가지의 고통은 지니고 있기 마련이다. 어떤 이는 길목마다 시련이 기다리고, 고통이 뒤를 따라 다니는 것 같은 사람도 있다. 만일 피할 수 없는 고난에 직면했다면, 사도 바오로와 함께 한 그리스도의 사랑이 우리를 사로잡아 용감하게 고난을 헤쳐 나갈 힘을 주시길 청하자. 고난을 통해 더욱 단단해지고 더욱 성숙해진 사람이 되기를 간구하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인간의 지각을 뛰어넘는 그리스도의 사랑의 힘에(에페 3,19) 의지하자. 자신의 무능도 약점도 실패도 좌절의 요인이 될 수 없고, 오히려 그리스도의 사랑을 필요로 하는 인간임을 깨달은 바오로 사도처럼, 온갖 고난에도 희망을 잃지 않고 꿋꿋하게 이겨내고 도전하는 용감한 그리스도인이 되자.

 

 

이인옥(체칠리아) 말씀봉사자
 
- 수원교구 주보 3면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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