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미사

우리들의 묵상/체험

제목 " 사랑의 하느님" - 6.14,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6-14 조회수445 추천수3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6.14 그리스도의 성체 성혈 대축일 
                                                                    
탈출24,3-8 히브9,11-15 마르14,12-16.22-26

         
 
                                                  
 
 
" 사랑의 하느님"
 


하느님은 사랑이십니다.
하느님은 우리를 사랑하셔서
당신의 외 아드님을 보내주셨고,
부활시켜주셨고, 승천시켜주셨고,
이어 성령을 보내주셨으며,
삼위일체 하느님으로 자신을 계시하셨고,
마침내 아드님의 살과 피 전부를 우리에게 음식으로 내어주셨습니다.
 
우리를 위한 하느님 사랑의 절정이
바로 오늘 그리스도의 성체성혈 대축일입니다.
 
아침 찬미의 노래를 바칠 때
다음 즈가리야 후렴에 전신이 감사와 기쁨으로 전율하는 듯 했습니다.
“나는 하늘로부터 내려 온 살아있는 빵이로다.
  이 빵을 먹는 사람은 누구든지 영원히 살리라.”

바로 이 영원한 생명을 주는 하늘의 빵 성체를 모시고자
이 거룩한 성체성사에 참여한 하느님의 자녀들인 우리들입니다.
 
새벽 말씀 묵상 중 문득 떠오른,
얼마 전 어느 피정 집 식당에서 적어 온
‘밥 먹는 자식에게’ 라는 글을 소개합니다.

“천천히 씹어서
  공손히 삼켜라.
  봄, 여름 지나
  가을까지
  그 여러 날들을
  비, 바람 땡볕에 익어 온 쌀 인데
  그렇게 허겁지겁
  삼켜버리면
  어느 틈에 고마운 마음이 들겠느냐
  사람이 고마움을 모르면
  그건 사람이 아닌 거여.”(이 현주)

우리의 식사 역시 또 하나의 거룩한 성체성사임을 깨닫습니다.
이렇게 밥을 먹듯 성체를 먹고 성체를 먹듯이 밥을 먹으라는 것입니다.
이렇게 한다면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죄는 거의 없어질 것입니다.
 
얼마나 오늘 날 낭비의 타락한 식생활인지 통탄하게 됩니다.
옛 어머니들 밥 톨 하나 버리지 않았습니다.
 
아주 예전에 읽은 일화도 생각납니다.
 
어느 구도자가
고승이 계시다는 절을 찾아 계곡 길을 따라 올라 가다가
물에 떠내려 오는 배추 한 잎을 보고 실망하여 발길을 돌리는 순간
헐레벌떡 달려오며 소리치는 고승을 보았습니다.
 
흐르는 물에 배추 잎을 씻다가 배추 잎 하나를 놓쳐버린 고승이
그 떠내려가는 배추 잎 하나를 건져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이에 감동한 그 구도자는 다시 발길을 돌려 고승의 제자가 됐다는
 전설적인 일화로 수 십 년이 지난 지금도 잊혀 지지 않습니다.
 
또 지금부터 꼭 20년 전인 1999년 성체성혈 대축일 강론 때 예로 들었던
김지하 시인의 밥이라는 시를 인용합니다.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을 혼자 못 가지듯이
  밥은 서로 나눠 먹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하늘의 별을 함께 보듯이
  밥은 여럿이 같이 먹는 것.
  밥이 입으로 들어갈 때에
  하늘을 몸속에 모시는 것
  밥이 하늘입니다.
  아아 밥은
  모두 서로 나눠 먹는 것”

아마 이보다 더 잘 성체성사의 핵심을 잡아 낸 글도 없을 것입니다.
 
밥이 하늘이요 성체이니
밥을 독점하거나 함부로 대하는 것 역시 불경의 큰 죄임을 깨닫습니다.
 
과식, 탐식, 폭식이 얼마나 천박한 행위의 죄인지 즉각 드러납니다.
 
성당의 사제나 식당의 주방장이나 거룩한 직무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거룩한 성체를 모실 때 마다
더불어 하늘인 밥의 소중함을 묵상해야 하겠습니다.
 
불교 스님들의 식사 시 기도 내용도 좋습니다.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고.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이 공양을 받습니다.”

얼마나 경건하고 은혜로운 기도문입니까?
 
이런 마음으로 밥을 먹고 성체를 모셔야 합니다.
이런 자세라면 음식 투정은 전혀 없을 것이고
나오는 대로 감사하며 약으로 알아, 살기위해 남김없이 다 먹을 것입니다.


이래서 우리의 미사가 그렇게 좋은 것입니다.
모두 함께 하늘의 빵을 나누는 성체성사를 통해
밥 또한 하늘이요 성체임을 절절히 깨닫게 되니 말입니다.
 
하느님의 아름다움은 미사의 아름다움이요,
하느님의 자랑은 미사의 자랑입니다.
 
하느님 자랑이 끝이 없듯이 미사 자랑도 끝이 없습니다.
 
저는 물론이고 여기 수사님들
미사를 통해 하늘의 빵, 성체를 모시지 않았더라면
지금까지 여기 살아남지 못했을 것입니다.
 
하느님 사랑의 결정체가 성체성혈입니다.
 
“받아라. 이는 내 몸이다.”

“이는 많은 사람을 위하여 흘리는 내 계약의 피다.”
주님의 성체성혈을,
주님 전부를 모심으로
주님의 생명과 사랑으로 충만한 삶을 살 게 된 우리들입니다.
 
그러니 말 그대로 ‘살기위하여’
마음을 다하고 목숨을 다하고 정신을 다하고 힘을 다하여 주님을 사랑하듯, 살아있는 동안 끊임없이 주님의 성체성혈을 모셔야 합니다.
 
과거의 예수님을 회상하고
지금 여기 현존하시는 주님을 섬기며
미래에 오실 주님을 희망하며
역동적 삶을 살게 하는 미사 은총입니다.


하루의 전 삶으로 확산되는 성체성사의 은총입니다.

미사로만 끝난다면 반쪽의 성체성사입니다.
 
하루 전 삶을, 아니 평생을 성체성사적 삶을 살자는 것입니다.
 
밥으로 오시는 주님처럼
밥으로 내어주는 섬김과 나눔의 삶을 살자는 것입니다.
 
오늘 1독서 탈출기의 모세가 계약의 책을 들고
그것을 읽어 백성에게 들려주자 그들은 한 목소리로 대답합니다.

“주님께서 말씀하신 모든 것을 실행하고 따르겠습니다.”

백성의 화답에 이어 모세는 피를 가져다 백성에게 뿌리고 말합니다.
“이는 주님께서 이 모든 말씀대로 너희와 맺으신 계약의 피다.”
바로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우리 모두를 향한
새 계약의 중재자이신 그리스도 예수님의 말씀이기도 합니다.
 
주님의 말씀을 듣고 성체를 모심으로 끝나는 미사가 아니라,
이스라엘 백성의 다짐처럼 삶 전체의 실행으로 이어지는
미사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성체를 모신 신자들은
걸어 다니는 성체로,
걸어 다니는 성경으로, 복음서로 살라는 말씀입니다.
 
보고 배울 것이 없다는, 듣고 배울 것이 없다는 세상이 아닙니까?
 
몰라서 못사는 것이 아니라 알아도 실행하지 않아 못사는 것입니다.
 
지금 여기서부터
주님의 계명을 실행하며 제 자리에서 제 정신으로 제대로 살자는 것입니다.
 
하여 미사 후 파견 시 사제는 주님을 대신해서 모두에게
‘미사가 끝났으니 주님과 함께 가서 복음을 실천합시다.’ 말합니다.


주님과의 친교가 제일입니다.
 
어제 묵상하다가 문득 떠오른 말마디가 주님과의 우정이었습니다.
 
친구 없다 한탄하지 말고
주님을 친구로 삼아 우정을 깊이하라는 것입니다.
 
주님이자 친구인 예수님과의 우정을 깊이 하는데
미사보다 더 좋은 것은 없습니다.
 
정체성의 위기를 겪는 시대가 아닙니까?
 
삶의 중심을, 삶의 의미를 잃어
정체성의 위기요 두려움과 불안에 방황입니다.
 
날로 가볍고 얕아지는, 천박해지는 사람들입니다.

삶의 중심이자 의미이신 주님과의 친교가, 우정이
이를 일거에 해결해 줍니다.
하루 이틀에 쌓이는 내공도, 친교도 우정도 아닙니다.
 
평생 날마다 끊임없이 주님과의 친교를, 우정을 깊이 하는 것입니다.
 
모든 전례 및 성경독서가 궁극으로 목표하는 바도 이것입니다.
주님과 깊어지는 친교와 우정과 더불어
우리의 존재 또한 들어 높여져
주님을 닮아 품위 있고 아름다움 삶이 됩니다.
 
이게 진정 인생의 목적입니다.
세상이 이보다 큰 행복이 어디 있겠습니까?

주님과의 친교와 우정이 깊어지면서
저절로 함께 가는 형제들과의 친교요 우정입니다.
 
바로 이의 생생한 증거가 우리 수도공동체 형제들입니다.
 
서로 인간적으로 좋아 살기로 했다면
벌써 여기 수도공동체는 붕괴됐을 것입니다.
 
모든 수도형제들이 주님의 말씀과 성체성혈을 모시며
주님과의 친교와 우정을 지향하기에
저절로 주님 안에서 깊어지는 형제들 간의 친교요 우정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새 계약의 중재자이십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염소와 송아지의 피가 아니라,
당신의 피를 가지고 단 한 번 성소로 들어가시어
영원한 해방을 얻으셨습니다.
 
바로 우리가 이 거룩한 미사시간에 모시는 그리스도의 성혈이
우리에게 영원한 해방을 준다는 말씀입니다.
 
영원한 영을 통하여
흠 없는 당신 자신을 하느님께 바치신 그리스도의 성혈은
참으로 우리의 양심을
죽음의 행실에서 깨끗하게 하며
살아계신 하느님을 충심으로 섬기게 해 주십니다.
 
오늘은 주님의 성체성혈대축일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시간,
주님의 말씀과 성체성혈을 모심으로
하느님의 생명과 사랑으로 충만해진 우리 모두는
살아있는 성체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내게 베푸신 모든 은혜, 무엇으로 주님께 갚으리오.
  구원의 잔 받들고서 주님의 이름을 부르리라.”(시편116,12-13).
 
 
아멘.
 
태그
COMMENTS※ 500자 이내로 작성 가능합니다. (26/500)
[ Total 27 ] 기도고침 기도지움
등록하기
※ 로그인 후 등록 가능합니다. 파일 찾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