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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주님의 기도가 주는 위력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6-18 조회수506 추천수5 반대(0) 신고
 
 

주님의 기도가 주는 위력 - 윤경재

 

“하늘에 계신 저희 아버지 아버지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내시며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아버지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게 하소서. 오늘 저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저희에게 잘못한 이를 저희도 용서하였듯이 저희 잘못을 용서하시고 저희를 유혹에 빠지지 않게 하시고 저희를 악에서 구하소서.” “너희가 다른 사람들의 허물을 용서하면, 하늘의 너희 아버지께서도 너희를 용서하실 것이다.” “너희 아버지께서는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계신다.”(마태6,7-15)

 

  초등학교 시절 자연시간에 재미난 실험을 한 기억이 납니다. 책받침 위에 쇠붙이를 뿌리고 책받침 밑에 자석을 가져다대면 어지럽던 쇳가루나 핀 등이 정렬하여 방사선 모양으로 가지런히 자세를 잡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그 원리를 자석이 지닌 자력 때문이라고 설명해 주셨습니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주에는 이런 힘이 존재하는데 그 힘 덕분에 질서가 잡히는 것이라고 설명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자력의 힘이 미치는 공간을 자기장이라고 부릅니다. 자기장에 들어간 물체는 모두 그 영향을 받게 됩니다. 場이란 이처럼 특정한 성질이 영향을 끼쳐 그 안에는 친화적 요소가 일정한 방식으로 서로 ‘관계’하게 하는 공간입니다. 자기장 안에서는 작은 못들이 제각각 또 다른 자석이 되어 서로 관계를 맺습니다. 자기 본성을 부정하고 자석이 된 못들은 서로 끌어당기기도, 밀어내기도, 연합하면서 하나의 구조를 이루게 됩니다. 그러나 그 못들을 자기장 속에서 꺼내면 다시금 흩어지고 맙니다. 이처럼 場이란 개개의 것을 ‘관계’ 맺어주는 근거입니다.

  그리스도를 우리의 주님이라고 고백하는 교회는 하나의 장입니다. 그 안에서 사는 개개인을 관계 맺어주고, 서로 이끌어 주고 새로운 힘을 느끼게 만들어 줍니다. 자기장 안에서 못들이 작은 자석이 되듯이 우리 각자는 교회 안에서 작은 예수가 되는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는 교회 안에 머무는 사람들에게 자성처럼 그리스도性을 규정해 주십니다. 이런 의미에서 교회는 그리스도께서 살아 계시며 머무시는 場이 되는 것입니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시면서 계시는 그리스도께서는 개별적 존재가 실존하게 하는 힘과 생명력을 매순간 부여하십니다.

  자기장에서 빠져 나온 못이 자석이 되는 힘을 상실하듯이 교회에서 벗어난 사람은 그 생명력을 잃고 맙니다. 못은 자기장에 들어있는지 아닌지 스스로 모릅니다. 우리는 다릅니다. 하나의 지표가 있습니다. 우리가 교회 안에 머물며 그 힘을 느끼는 순간은 바로 주님의 기도로서 연결될 때 가능하게 됩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이 땅에서 실현되기를 갈망하는 가운데 스스로 하느님 나라를 일구려는 출발을 할 때 우리는 교회 안에 머무는 것이 됩니다. 여기서 교회는 눈에 보이는 건물이나 조직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그리스도의 생명력이 미치는 새로운 場이 교회입니다. 그 場은 정적인 공간이 아닙니다. 스스로 행동하게 하고 충만의 기쁨을 위해 스스로 부정하고 비우는 과정이 일어나게 됩니다. 그 힘의 작용이 바로 용서입니다. 자기를 내세우는 자는 남을 용서하지 못합니다. 자기를 부정하고 비우는 자만이 용서를 받고, 또 용서도 하는 관계 속에서 머물 수 있습니다.

  그러기에 예수님께서는 주님의 기도를 가르쳐 주심으로써 우리 모두가 하나의 場에 들어가는 열쇠를 삼아 주셨습니다. 주님의 기도는 결국 두 가지 청원으로 귀결 됩니다. 아버지의 나라가 임하는 것이며 그 안에서 우리가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지 깨닫는 것입니다. 예수께서는 이 기도와 같은 삶을 한 순간이라도 놓치신 적이 없으셨습니다. 당신께서 사신 삶의 요약이며 당신의 제자가 되려는 사람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가르쳐 주신 진리의 길입니다. 그리하여 예수께서는 그리스도가 되셨습니다. 이 세상에서 그리스도께서 만드신 場에 들어가 머무는 사람은 누구나 작은 예수가 되는 그런 생명력을 맨 처음 세우셨습니다. 그리고 영원히 사그라지지 않는 성령의 불꽃을 교회 안에 지피셨습니다.

  주님의 기도를 바치고 그 기도의 삶을 사는 사람은 누구나 그리스도의 사람이 됩니다. 그는 자기를 부정하고 비우며 성령으로 거듭나는 은총을 받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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