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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존재의 향기" - 6.17,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6-18 조회수420 추천수4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6.17 연중 제11주간 수요일
                                              
2코린9,6-11 마태6,1-6.16-18

           
                                                   
 
 
"존재의 향기"
 


요즘 수도원에는 밤꽃 향기가 한창입니다.
은은한 향기에 무슨 향기 인가 찾다가 발견한 밤꽃 향기였습니다.
연녹색 꽃이라 푸른 나뭇잎들 사이에 묻혀 있으면 잘 보이지 않는,
향기 맡고 찾아내는 겸손한 꽃입니다.
 
문득 생각 난 게 존재의 향기였습니다.
 
하느님을 닮아 가며
‘참 나(眞我)’가 되어갈 때 발하는 존재의 향기입니다.
 
냄새일지 향기일지는 자신할 수 없습니다만
사람마다 나름대로 그 고유의 무엇이 있을 것입니다.
세상에 치유 받지 않아도 좋을 사람은,
말 그대로 자유로운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과연 여러분의 심신은 건강하고 자유롭습니까?
 
건강하고 자유로운 ‘참 나’가 되는 일은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사람이란 존재가 참 복잡 미묘하기 때문입니다.
 
동방 수도 영성 가들은 여덟 가지의 인간 악습을 지적했습니다.
본능적 욕구에 속하는 탐식, 탐애, 탐욕,
정서적 측면에 속하는 분노, 슬픔, 나태,
정신적 측면에 속하는 허영, 교만으로 나눴습니다.
 
온통 부정적인 측면입니다만
이게 인간의 정직한 현실로 치유 받아야 할 인간 존재임을 깨닫게 됩니다.

식욕이 나쁜 게 아니라 무절제한 탐식이 문제며,
성욕이 나쁜 게 아니라 무절제한 탐애가 문제이고,
물욕이 나쁜 게 아니라 무절제한 탐욕이 문제입니다.
 
이래서 필요한 자기훈련의 수행입니다.
 
자기훈련의 열매가 자유요 참 나의 발견이자 실현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주님의 말씀도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해가 확연해집니다.

식욕의 절제를 위한 수행이 단식이요,
탐애의 절제를 위한 참 좋은 수행이 기도요,
탐욕의 절제를 위한 참 좋은 수행이 자선입니다.
 
비단 수도자들만이 아니라
참답게 살려는 이들은 자기훈련의 수행자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단식과 기도, 자선은 전통적으로 유다인들의 수행이자
초대교회 신자들의 꼭 지킨 수행이기도 했습니다.
 
이 기본적인 수행 말고도
수도자들에게는 겸손, 침묵, 노동, 가난, 정결, 순종, 공부 등
무수한 수행이 있습니다.
 
사실 수도자뿐 아니라 우리의 삶 모두가 수행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수행의 동기와 목적이 중요합니다.
 
의무로, 억지로 하는 수행이 아니라
자발적 기쁨의 수행이 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수행의 동기는 하느님 향한 열렬한 사랑이요 수행의 목적은 자유입니다.
 
이런 하느님 향한 사랑은 저절로 갖가지 수행으로 표현되기 마련입니다.
 
하여 우리의 수행은 모두 하느님 사랑의 표현이 됩니다.
이래야 삶은, 수행은 짐이 아닌 선물이 됩니다.
 
과연 여러분의 삶은, 수행은 사랑의 선물입니까 혹은 무거운 짐입니까?
 
1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코린도 교회 신자들에게
이런 자발적 자선을 실천하라고 권고합니다.

“여러분은 저마다 마음에 작정한 대로 해야지,
  마지못해 하거나 억지로 해서는 안됩니다.
  하느님께서는 기쁘게 주는 이를 사랑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여러분에게 모든 은총을 넘치게 주실 수 있습니다.
  그리하여 여러분은 언제나 모든 면에서 모든 것을 넉넉히 가져
  온갖 선행을 넘치도록 할 수 있게 됩니다.”

참으로 하느님을 사랑할 때
하느님은 우리의 수행생활에 필요한 온갖 은총을 주십니다.
 
하느님 향한 사랑의 동기에서 시작된
우리의 자발적 단식이, 기도가, 자선이
하느님과의 관계를 깊게 하고 자유롭게 하고 참 나가 되게 합니다.
 
진정 내적 깊이의 삶을 살게 됩니다.
 
하여 주님의 권고가 그리도 고맙습니다.

“네가 자선을 베풀 때에는 오른 손이 하는 일을 왼 손이 모르게 하여라.
  그렇게 하여 네 자선을 숨겨 두어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너는 기도할 때에 골방에 들어가 문을 닫은 다음,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기도하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갚아 주실 것이다.”

“너는 단식할 때에 머리에 기름을 바르고 얼굴을 씻어라.
  그리하여 네가 단식하는 것을 사람들에게 드러내 보이지 말고,
  숨어 계신 네 아버지께 보여라.
  그러면 숨은 일도 보시는 네 아버지께서 너에게 갚아 주실 것이다.”

바로 이렇게 사람 중심의 수행이 아니라
하느님 중심의 수행이 참된 겸손이요
이렇게 사는 자들이 진정 관상 수행자들이며 참 된 신자들입니다.
 
누가 어떻게 보든 하느님 앞에서
나는 더도 덜도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일뿐입니다.
 
숨은 일도 보시는 하느님 아버지만은 다 아시고 갚아 주신다는 확신이
우리를 흔들림 없이 살게 하는 내적 힘이요
지칠 줄 모르는 항구한 수행생활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런 하느님 안에 숨은 수행의 맛을 아는 자들이,
하느님 안에 숨어사는 기쁨을 터득한 자들이
진정 행복하고 자유로운 사람들입니다.
 
허영의 껍질이 아닌 참 나의 씨알을 사는,
존재의 향기를 발하는 사람들입니다.
 
오늘도 이 거룩한 미사를 통해
주님은 당신의 말씀과 성체의 은총으로
우리를 깨끗하게 하시고 거룩하게 하시고 새롭게 하시어
존재의 향기를 발하는 삶을 살도록 하십니다.

“행복하여라, 주님을 경외하는 이!”(시편112,1ㄱ).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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