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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19. 유혹에 대하여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9-06-19 조회수699 추천수7 반대(0) 신고

 

유혹에 대하여

   바오로 사도는 굳센 믿음으로 한 번도 흔들리지 않고 신앙의 길을 똑바로 걸어간 사람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사도 역시 유혹에 흔들린 일이 많았고, 무엇보다 자신을 균열시키는 커다란 유혹은 자신 안에 있음을 의식했다. “나의 내적 인간은 하느님의 법을 두고 기뻐합니다. 그러나 내 지체 안에는 다른 법이 있어 내 이성의 법과 대결하고 있음을 나는 봅니다”(로마 7,22-23).

   왜 아니겠는가? 사도는 온갖 고난에 직면해서도 지치지 않고 전진하는 무쇠같은 사람이 아니었다. 선교지에서 당면하는 매일의 어려움은 차치하고, 교회 안에서조차 자주 고발당하던 그에게 남은 것은 피곤과 실망, 고독과 좌절 속에 나날이 쇠약해져가는 육신뿐인 듯했다. 그럴 때마다 사도에게도 여느 사람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을 의심하게 만들고, 그동안의 일을 허무로 돌리려는 유혹이 찾아왔던 것 같다.

   더는 일어서지 못하게 하는 힘, 받은 만큼 되갚아주려는 마음, 많은 사람들에게 시달리며 생기는 권태와 짜증. 사도는 자신에게서 믿음과 희망을 빼앗고 감사와 찬미를 거두어가려는 이러한 유혹들을 홀로 처리할 능력이 없음을 자인한다. “사실 내 안에, 곧 내 육 안에 선이 자리 잡고 있지 않음을 나는 압니다. 나에게 원의가 있기는 하지만 그 좋은 것을 하지는 못합니다. 선을 바라면서도 하지 못하고, 악을 바라지 않으면서도 그것을 하고 맙니다”(로마 7,18-19).

   사도는 이미 육체적 인간의 나약함을 여러 곳에서 피력했다(1코린 3,1-3; 갈라 5,17. 6,8; 로마 6,19. 7,5 등). 그러나 끈질긴 죄의 유혹에 극도로 무능했던 체험을 고백하였으니, “나는 과연 비참한 인간입니다. 누가 이 죽음에 빠진 몸에서 나를 구해줄 수 있습니까?”(로마 7,24) 사실 이것은 사도만이 아니라 인간 모두가 겪는 실존적 현실이다.

   그렇다. 예수님께서도 ‘마음은 간절하나 몸이 따르지 못하는’ 우리의 모습을 잘 알고 계셨기에 여러 곳에서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깨어 기도하라.’(마르 14,38; 마태 26,41 등)고 당부하셨던 것이다. 사도 바오로도 자신의 무능함을 깨닫고 그리스도에게서 희망을 찾는다. 과연 “그분께서는 고난을 겪으시면서 유혹을 받으셨기 때문에, 유혹을 받는 이들을 도와주실 수가 있다.”(히브 2,18)는 말씀대로, 사도는 그리스도의 힘을 빌려 죄의 세찬 유혹을 물리치고 분열된 마음을 통합할 수 있었다.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나를 구해 주신 하느님께 감사드립니다”(로마 7,25).

   그렇다. 위기의 순간에도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다고 자만하지 않고 끝내 그리스도의 손을 놓지 않는 사람, 자신의 한계와 나약성을 알고 겸손되이 깨어 기도하는 사람은, 유혹에 빠지지 않고 마침내 승리할 수 있다. 인간은 무엇을 바라보는가에 따라 그것을 ‘향해가는’ 존재다. 바오로 사도는 언제나 영원한 것을 바라보았다(2코린 4,18). 인간은 자신이 품고 사는 것에 따라 그것으로 ‘되어가는’ 존재다. 바오로 사도는 언제나 그리스도를 품고 살았다(갈라 2,20). 우리는 무엇을 바라보고, 누구를 품고 살고 있는가?

 

이인옥(체칠리아) 말씀봉사자, 망포동성당
-수원교구 주보 3면에 연재하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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