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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 공부의 위험성
작성자김현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6-25 조회수1,077 추천수16 반대(0) 신고
      
     
 
        요셉 신부님의 매일 복음 묵상     
 
 

연중 12주간 목요일 - 공부의 위험성

 

 

 

 신학교 윤리 시간에 교수 신부님께서 거짓말에 대해 가르치면서 우리 신학생들 의견을 물어보셨습니다. 질문은 착한 거짓말을 해도 되느냐 그것도 해서는 안 되느냐는 것이었습니다.

예상대로 착한, 혹은 하얀 거짓말은 이웃을 위해서 필요할 때가 있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저는 그것에 별로 개의치 않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혹 착한 거짓말도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으면 손을 들어보라고 하였습니다. 저는 별 생각 없이 손을 번쩍 들었습니다. 그리고 분위기가 묘한 것을 느끼고 주위를 둘러보니 손을 들고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었습니다. 그 때의 느낌은 ‘그래, 나라도 소신대로 살자.’였습니다. 그리고 혼자만 올바로 사는 것 같아서 나름 기분이 뿌듯하기까지 하였습니다.

실제로 성경에서 예수님께서 착한 거짓말, 나쁜 거짓말 나누어서 말씀하신 적이 없습니다. 거짓말을 하지 말 것이며, 하느님은 진리이시고 사탄은 거짓의 아버지라고 하셨을 뿐입니다. 거짓말은 거짓말이지 착한 것, 나쁜 것이 어디 있겠습니까? 아빌라의 데레사는 거짓말을 하느니 천 번을 죽는 것이 낫겠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교수 신부님은 신학적으로 또 논리적으로 착한 거짓말이 필요하고 필요에 따라서는 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려 주셨습니다.

 

저는 성경을 있는 그대로 믿고 그대로 실천하고 싶습니다. 물론 실천은 많이 못 하고 있습니다.

저는 아직도 프란치스코의 영화를 볼 때, 프란치스코가 예수님이 제자들을 파견할 때 신발도 지니지 말라는 것을 읽고는 바로 신발을 벗어버리는 장면을 보고 크게 감동 받았습니다. 물론 프란치스코가 성경을 잘못 읽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예수님은 여벌을 가지고 다니지 말라고 하셨지 아예 맨발로 다니라고 하시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렇더라도 그의 단순한 믿음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그는 다 허물어져가는 다미아노 성당 십자가에서 ‘내 교회를 재건하여라.’라는 주님의 음성을 듣습니다. 그는 곧 다미아노 성당을 새로 짓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나중에 사람들은 주님께서 하신 말씀을 이렇게 해석합니다.

‘돈과 권력으로 무너져가는 내 교회를 재건하여라.’

실제로 프란치스코는 참된 겸손과 가난이 신앙의 핵심이 되어야함을 중세 부와 권력의 중심이었던 교회에 일깨워주었습니다.

만약 프란치스코가 신학교에 들어와 모든 과정을 이수하였으면 어떠하였을까요? 그 때도 성경의 구절 그대로 실천하는 단순함이 남아있었을까요? 저는 공부의 위험성이 바로 이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광신도라는 말은 우리에게 매우 부정적인 말입니다. 이성적인 판단 없이 현실적 상황을 무시하고 무작정 믿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까지 천주교에서는 광신도를 좀처럼 만나지 못했습니다.

만약 광신도가 그리스도의 말씀을 이것저것 재지 않고 그대로 믿는 사람이라면 저는 광신도가 되고 싶습니다.

항상 기도하라면 항상 기도하고, 감사하라면 감사하고, 기뻐하라면 기뻐하고, 또 거짓말하지 말라면 하지 말고, 용서하고 미워하지 말라면 그렇게 하고, 십일조를 내라면 그렇게 하고, 달라는 대로 주라면 또 그렇게 살고 싶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잘 안 됩니다. 저도 광신도는 되기는 틀린 것 같습니다.

성경대로 사는 사람이 광신도라면 그 광신도는 성인이겠지요.

그러나 사제가 되어 신학의 최고 과정을 거치고 있는 지금, 가끔은 광신도처럼 살지도 못하면서 혼자 광신도가 된 듯한 느낌을 받습니다. 마치 신학교 때 혼자만 손을 들고 있었던 것처럼 그렇게 외로울 때가 있습니다. 다만 다른 한 사람이라도 나와 함께 손을 들고 있는 사람을 보고 싶지만 좀처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 때는 내가 뿌듯했지만 지금은 다수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오히려 나의 잘못이 아닌가하는 혼란한 마음이 오기도 합니다. 마음이 단순하여 있는 그대로 믿고 실천하는 프란치스코와 같은 사람을 만나고 싶습니다. 예수님께서 왜 어린이들을 그렇게 좋아하셨는지도 이해가 갑니다. 그들은 단순히 믿고 실천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저는 배운 사람들 가운데서 그렇게 단순하게 믿는 사람을 찾기가 너무 어렵습니다. 물론 나도 그렇게 되어버린 것 같아 두렵기도 합니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나의 사고가 너무 융통성이 없다고 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더라도 오늘 예수님의 복음말씀은 저에게 다시 힘을 줍니다.

 

“나에게 ‘주님, 주님!’ 한다고 모두 하늘나라에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을 실행하는 이라야 들어간다. ... 그러므로 나의 이 말을 듣고 실행하는 이는 모두 자기 집을 반석 위에 지은 슬기로운 사람과 같을 것이다.”

 

어린이와 같이 단순하게 믿고 실천하는 이가 하느님나라에 들어갑니다. 예수님을 죽인 이들은 못 배운 서민들이 아니라 정치인, 학자, 사제들이었습니다. 믿고 실천하여 반석에 집을 짓는 신앙인들이 되도록 노력합시다. 

 

 

 

 
 
 
 
 요셉 신부님 미니홈피: http://minihp.cyworld.com/30josep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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