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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 6일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05 조회수941 추천수20 반대(0) 신고
 
 

7월 6일 연중 제14주간 월요일 -마태오 9,18-26



 “딸아, 용기를 내어라.”


<주님을 위한 침대>


   저희 수도회 선배회원 가운데, 참으로 특별한 수사님이 한분 계시는데, 최근에 복자품에 오르신 자티(Artemide Zatti) 수사님이십니다.


   한번은 ‘개그맨 저리가라’인 한 후배 형제가 이분에 대한 강의를 하면서 이렇게 소개를 하더군요.


   “자티 수사님이 누구냐? 밤에 자다가도 티어나간(튀어나간) 수사님입니다. 긴급한 환자가 발생하면 심야건 새벽녘이건 벌떡 일어나 쏜살같이 달려가신 분입니다.”


   아르헨티나의 한 병원의 직원으로, 나중에는 책임자로 재직하면서 한 평생 가장 가난한 환자들을 위해 밤낮없이 뛰어다닌 분이 자티 수사님입니다.


   한번은 한 위중한 환자가 병원에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병실은 이미 환자들로 가득 차있었습니다. 담당 간호사는 방법이 없는데 어쩌겠냐고 고개를 좌우로 저었습니다.


   잠시 난감한 표정을 짓던 자티 수사님은 그 환자를 자신의 침실로 모셨습니다. 자신이 쓰던 침대 위에 환자를 눕혔습니다.


   일과가 끝난 늦은 밤, 침실로 돌아온 자티 수사님은 침대 밑 마룻바닥에 깔개 하나를 펴더니 세상에서 가장 편안한 얼굴로 드러누워 잠을 청했습니다.


   거기까지만 해도 괜찮았는데, 침대에 누운 환자는 밤새 큰 소리로 코를 골았고, 자티 수사님은 온몸이 솜처럼 피곤했지만 잠시도 눈을 붙일 수가 없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부석부석하고 초췌한 얼굴로 병원에 출근한 자티 수사님을 향해 직원들이 잔소리들을 퍼붓기 시작했습니다.


   “수사님, 아무리 봉사도 좋고, 희생도 좋지만, 그게 뭡니까? 수사님 몸이 수사님 것입니까? 우리 전부의 것이 아닙니까? 제발 수사님 몸도 좀 돌봐가며 일하세요.”


   그러나 자티 수사님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환자의 코고는 소리는 제게 큰 기쁨이었습니다. 코를 골고 있다는 것은 아직 그가 살아있다는 표시가 아니겠습니까? 그가 코를 골고 있던 밤 시간 내내 저는 그 사람이 아직 살아있다는 것에 하느님께 감사드렸습니다.”


   한 수녀님이 한 환자의 침대보를 갈고 있는 것을 보고 자티 수사님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수녀님, 주님께서 저 침대에 누우실 것입니다. 부디 잘 부탁드립니다.”


   한 소년이 병원에 입원했는데, 입고 있던 옷이 너무 남루해 더 이상 걸칠 수가 없게 되자 자티 수사님은 병원 자재과 수녀님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수녀님, 열 살 정도 된 소년 예수님을 위한 적당한 옷이 없을까요?”


   자티 수사님의 생애를 묵상할 때 마다 치유자 예수님의 분신을 뵙는 듯합니다.


   예수님께서 공생활 기간 동안 우리에게 보여주신 모습 가운데 특징적인 모습 하나가 치유하시는 모습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우리는 한 가련하고 비참한 여인의 모습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 여인의 병명은 혈루증이었습니다. 혈루증이란 자궁으로부터의 출혈이 그치지 않는 병입니다.


   이 여인의 경우는 열두 해 동안 고생했다고 하니, 병은 이미 갈 데 까지 간 것으로 여겨집니다. 아마도 여인의 혈루증은 자궁암으로 까지 진전되어 거의 절망적인 상태까지 도달했을 것입니다.


   그녀는 용하다는 의사들을 찾아 여기 저기 다 다녀봤지만 백약이 무효였습니다. 고생만 죽도록 하고 치료되기는커녕 재산만 다 탕진하게 되었습니다.


   당시 혈루병 환자는 회당에서 거행되던 예배에도 참석할 수 없었는가 하면 보통 사람들이 앉는 의자에 앉을 수도 없었습니다.


   참으로 고달픈 인생이었습니다. 병이 길어지다 보니 심신이 피폐해졌고, 몰골도 말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하느님과의 만남이나 영적생활도 힘겹게 되었습니다. 오랜 혈루병으로 인해 이웃들과의 관계도 거의 단절되었습니다. 이제 남아있는 것이라고는 죽는 것뿐이었습니다.


   다행히 여인은 생의 가장 막다른 골목, 삶의 최저점에서 예수님을 만납니다.


   이 한 세상 살아가다보면 우리도 막다른 골목을 만납니다. 삶의 가장 밑바닥에서 허우적거립니다. 단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절망의 상태에서 몸부림치기도 합니다.


   그 순간 기억하시기 바랍니다. 막다른 골목, 최저점은 인생이 끝나는 절대로 지점이 아니라 완만하게 그려질 상승곡선의 첫 출발점입니다.


   인생의 가장 깊은 골짜기를 지나간다 할지라도 낙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오늘 치유 받은 여인처럼 간절히 주님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주님께 자비를 청해야 할 것입니다. 주님의 옷자락을 잡고 놓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주님은 좋으신 분, 주님은 우리가 잘 되기를 바라시는 분, 주님은 결코 당신 백성을 저버리지 않으시는 분, 주님은 부르짖는 사람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는 분이십니다.


   지금 당장은 아닐지라도 언젠가, 머지않아, 오늘 아니라면 내일, 반드시 우리를 찾아오실 것입니다. 반드시 손내밀어주실 것입니다. 충만한 은혜를 베풀어주실 것입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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