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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 12일 야곱의 우물-마르 6,7-13/ 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복음 묵상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12 조회수412 추천수2 반대(0) 신고
복음 묵상렉시오 디비나에 따른

그때에 예수님께서 열두 제자를 부르시어 더러운 영들에 대한 권한을 주시고, 둘씩 짝지어 파견하기 시작하셨다. 그러면서 길을 떠날 때에 지팡이 외에는 아무것도, 빵도 여행 보따리도 전대에 돈도 가져가지 말라고 명령하시고, 신발은 신되 옷도 두 벌은 껴입지 말라고 이르셨다. 그리고 그들에게 말씀하셨다.
 
 
“어디에서나 어떤 집에 들어가거든 그 고장을 떠날 때까지 그 집에 머물러라. 또한 어느 곳이든 너희를 받아들이지 않고 너희 말도 듣지 않으면, 그곳을 떠날 때에 그들에게 보이는 증거로 너희 발밑의 먼지를 털어버려라.” 그리하여 제자들은 떠나가서, 회개하라고 선포하였다. 그리고 많은 마귀를 쫓아내고 많은 병자에게 기름을 부어 병을 고쳐주었다.
 
 
 
 
사람은 혼자 살 수 없습니다 . 이성 간이든 동성 간이든 특별한 훈련이나 목적을 위해 잠시 동안이라면 모를까 인생 자체를 홀로 살 수는 없습니다 . 최초의 인간 아담도 하느님의 눈에 “사람이 혼자 있는 것이 좋지 않으니 그에게 알맞은 협력자를 만들어 ”( 창세 2, 18)주셨고 예수님께서는 “ 두 사람이나 세 사람이라도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함께”(마태 18,20) 있겠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동안 제자들에게 복음 선포의 시범을 보여주셨지만 제자들은 아직 하느님 나라에 대해 충분한 이해를 하지 못했습니다. 이런 제자들에게 예수님께서는 실습을 통해 미래의 ‘복음 전파자’ 로 준비시키려는 것입니다. 이제는 제자들이 현장에서 배운 복음을 직접 전하라고 그들을 “둘씩 짝지어 파견”(마르 6,7) 하셨습니다. 둘은 인간관계의 기본이며 최소 공동체이기 때문입니다. 서로 협력하는 것도 다투는 것도 두 사람의 관계 속에서 이루어지기에 공동체가 어떻게 될지는 두 사람에 의해 결정됩니다.

파견받은 제자들의 성향을 보면 베드로는 어부인데다가 성격이 급하고 다혈질적이며 나서길 좋아하고 큰소리치지만 결국 예수님을 세 번 부인했던 사람입니다. 필립보는 예수님께 하느님을 보여 달라고 했고, 마태오는 제자이기 전에 세리라는 직업 때문에 소외 받던 사람입니다. 시몬은 열혈당원이라는 과격한 성향의 정치 집단의 일원이었기에 사람들이 상당히 싫어했을 것입니다. 토마스는 동료 제자들에게 부활하신 주님을 만났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믿지 않았고 오히려 그는 예수님의 상처를 직접 만져보고 옆구리에 손을 넣어보지 않고는 결코 믿지 못하겠다고 한 제자입니다.(요한 20,24 .25 참조) 이렇듯 몇몇 형제만 빼고 남남에 출신·성장·믿음이 다 다른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예수님께서 이렇게 다양한 제자들을 “둘씩 짝지어 파견”(마르6,7) 하실 때 어떤 기준으로 보내셨을지는 잘 모르겠지만 마음에 안 맞는 두사람이 짝이 될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만일 형제인 베드로와 안드레아가 짝이 되고, 야고보와 요한이 짝이 되었다면 죽이 잘 맞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열혈당원 시몬과 세리였던 마태오가 짝이 되었다면 관계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또한 눈으로 확인하지 않으면 믿지 못하는 토마스는 상대하기 쉬운 사람이 아니었고, 특히 유다 이스카리옷과 함께 짝이 되고 싶어하지는 않았을 것 같습니다. 마음 맞지 않는 사람과 짝을 맺어주시면 이것보다 더 힘든 일은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은 마음
이 맞아야만 영적 성숙이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에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야 전교가 잘되는 것도 아닙니다. 예수님께서 마음이 안 맞는 사람과 짝을 이루어 함께 일하게 하시는 것은 그를 위해 기도하고 받아들이는 것을 배우라는 깊은 뜻이 숨겨져 있을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언제까지나 제자들과 함께 있을 수 없기에 제자들을 파견하신 것입니다. 이 파견은 본격적으로 제자들을 세우시기 위한 작업이며 동시에 제자들이 앞으로 감당해야 할 과제이기도 합니다. 물론 성령을 통하여 영원히 함께 계시겠지만 제자들은 앞으로 홀로서기를 해야 하며 주님 외에는 어떤 것도 의지하지 말아야 함을 가르쳐 주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님을 믿고 의지하기보다는 눈에 보이는 것에 쉽게 의존합니다. 돈 많은 사람은 돈을 의지하고 머리 좋은 사람은 머리를 의지합니다. 부모가 잘사는 사람은 부모를 의지하고 권력 가진 사람은 권력에 의지합니다. 가진 것이 많으면 부족함을 느끼지 못하기에 주님을 의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로 파견받은 자는 주님이면 족하지 그 이상은 필요 없습니다. 예수님께서 제자들을 파견하시는 목적은 바로 하느님 나라를 전파하고 아픈 이들의 병을 고쳐주려는 것입니다. 하느님 나라는 하느님이 주인이시기에 복음을 전하는 이들 은 전적으로 하느님의 관심과 보호를 받게 됩니다.

이렇게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을 둘씩 짝지어 파견하시면서 그동안 가르쳤던 것을 실제로 확인하시고자 선교의 원칙을 알려주십니다. 먼저 아무것도 지니지 말라는 명령입니다. 빵도 여행보따리도 돈도 지니지 말라고 하신 것은 선교여행을 어떠한 자세로 임해야 하는지 구체적으로 제시하여 주신 것입니다. 단 제자들이 가질 수 있는 것은 신고 있는 신발과 한 벌의 옷과 지팡이뿐입니다.(8-9절 참조) 예수님께서 ‘복음 선포’를 위해 지팡이는 가지라고 하셨습니다. 지팡이는 들짐승을 쫓고 수풀을 헤쳐 길을 내고 또 몸을 지탱해 주기 때문에 필요한 것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여행에서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것도 소지하지 못하도록 하신 것일까요? 그것은 아마도 제자들이 인간적인 수단, 곧 양식이나 돈과 같이 눈에 보이는 것을 의지하지 말고 전적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주님께만 의지하도록 하시기 위함일 것입니다. 복음 선포자는 주님의 일을 하러 나가기 때문에 주님께서 친히 먹을 것과 잠잘 곳을 마련해 주신다는 믿음을 갖고 있어야 합니다. 주님께서는 복음 선포자의 길을 열어주시고 친히 돌보아 주
시는 것입니다.

예언자 엘리야가 아합 왕에게 가뭄을 선언한 후 주님의 말씀대로 요르단강 동쪽에 있는 크릿 시내로 가서 머물렀을 때 까마귀들이 그에게 아침과 저녁에 빵과 고기를 날라다 주었습니다.(1열왕 17,5 -6 참조) 주님께서는 공중의 새도 먹이시고 들의 나리꽃도 아름다운 옷으로 입혀주시는데(루카 12,24-27 참조) 하물며 복음을 선포하러 가는 주님의 자녀들을 친히 돌봐주지 않으시겠습니까?

그래서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간편한 차림으로 전도 여행을 나가도록 명하신 것입니다. 부르심을 받아 파견받은 사람들이 마음 써야 할 것은 먹고 마시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삶을 통한 복음 선포입니다. 복음 선포에 온 힘을 기울인다면 예수님께서는 이들을 먹이실 뿐만 아니라 넘치도록 영원한 상급을 마련해 주실 것입니다. 우리가 예수님의 능력을 믿고 신뢰하는 것, 이것이 파견받은 이의 또 다른 준비일 것입니다.
정애경 수녀(올리베따노 성베네딕도수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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