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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우리를 품어주시는 예수님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16 조회수480 추천수5 반대(0) 신고
 
 

우리를 품어주시는 예수님 - 윤경재

 

“고생하며 무거운 짐을 진 너희는 모두 나에게 오너라.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 나는 마음이 온유하고 겸손하니 내 멍에를 메고 나에게 배워라. 그러면 너희가 안식을 얻을 것이다. 정녕 내 멍에는 편하고 내 짐은 가볍다.” (마태11,28-30)

 

예수께서는 사람들의 생각과 고민을 잘 아셨습니다. 사람들의 생활이 고통스럽고 힘겹다는 사실을 너무나 잘 아셨습니다. 그리고 그 고통의 근원을 없애시고자 애쓰셨습니다. 그러면서 당신께서 내어 놓으신 처방도 어쩌면 또 다른 멍에로 받아들일까 염려하셨습니다. 인간은 어떤 일도 자기가 좋아서 하지 않으면 모두 부담으로 치부하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에나 곧 싫증을 내고 끝까지 견디는 힘이 약합니다. 인간의 장단점을 익히 아셨기에 몸소 가르쳐 주신 진리마저 겸손하게 멍에라고 부르셨습니다.

사실 예수님의 복음말씀이 어찌 멍에이겠습니까? 오히려 자유를 주시는 말씀이며, 죄의 해방을 선사하는 선포입니다. 그럼에도 멍에라 부르신 데는 그 길이 쉽지만은 않다는 것을 미리 가르쳐주시는 것입니다. 

멍에는 소의 목덜미나 등에 올려두어 쟁기나 농기구를 연결하는 장치입니다. 또한, 소가 일하는 방향을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멍에 덕분에 한 마리의 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소가 아무리 힘이 세다하여도 땅을 갈고 엎는 데 멍에가 없으면 헛수고만 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멍에는 일할 때만 필요합니다. 소가 쉴 때도 멍에를 지우는 주인은 없습니다. 

일전에 상영된 영화 '워낭소리'를 감명 깊게 보았습니다. 40년간 주인과 소가 나누는 우정을 감동적으로 그렸습니다. 다 늙고 병들어 힘이 부쳐가면서도 막상 멍에를 메었을 때 부르르 떨리는 발걸음으로 수레를 끌고 쟁기질을 하던 소의 모습은 힘든 한 세상을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하겠습니다. 불구의 몸으로 절뚝거리는 주인을 위해 소는 다리가 되어주고 손이 되어주었습니다. 할아버지도 소를 위해 땀 흘려 꼴을 베고 정성껏 죽을 쑤어 주었습니다. 한 푼이라도 돈을 받을 수 있을 때 소를 내다 팔자는 할머니의 채근에도 소와 나누었던 우정을 버리지 못해 거절하였습니다. 우시장에 내다 팔자는 가족들의 결정에 마지못해 따랐을 때도 그 소의 가치를 알아주지 않는 장사치의 처분에 그만 포기하고 말았습니다. 돈보다 우정이 더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깨달은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친구와 같았던 그 소가 비록 가축에 지나지 않지만, 한 생명의 죽음을 무의미하게 민들고 싶지 않았습니다. 허무하게 사라져가는 생명이라도 진정 축복하는 길이 있음을 할아버지는 알았습니다. 그때 그 소의 죽음은 허무가 아니라 할아버지 품 안에서 승화된 그 무엇이 되었습니다. 

그 영화는 관객에게 말하고 싶었습니다. 노인과 소가 함께 지낸 멍에와 같은 나날도 어떻게 관계를 맺으며 살고, 끝맺는가에 따라 有意味를 지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소의 목에 달린 채 우는 워낭소리는 결국 방향을 잡아주는 소리입니다. 나와 소가 생명의 길을 걷는 데 제자리를 잡아주는 소리였습니다. 그저 덧없이 들리는 소음이 아니었습니다. 

예수께서 지워주시는 멍에는 한낱 짐이 아니라 나를 제자리로 이끄는 방향타입니다. 땅을 가꾸며 세상과 소통하게 하는 연결고리입니다. 인간은 자기 능력과 힘만으로 세상의 일을 하고 헤쳐나갈 수 없는 법입니다. 자신과 상대, 그리고 세상을 맺어주는 연결고리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것이 예수께서 주시는 멍에입니다. 그나마 우리가 쉴 때는 벗겨주시는 그런 멍에입니다.

 

예수께서 지금 우리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는 듯합니다.

“너희가 혹시 이것도 멍에이니까 어렵고 무겁다고 여길지 모르겠다. 하지만, 한번 내 말을 믿고 메어보아라. 그러면 뜻밖에 가볍다고 깨달을 것이다. 왜냐하면, 내 멍에를 멘 너를 내가 다시 짊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노인이 그 소를 품어주었듯이 우리가 힘들고 지칠 때 우리의 가치를 아시는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품 안에 품어주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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