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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7월 19일 연중 제16주일 -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님
작성자노병규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19 조회수617 추천수9 반대(0) 신고
 
 

7월 19일 연중 제16주일-마르코 6장 30-34절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결국 측은지심>


   나이를 조금씩 들어가면서 서운한 일들, 씁쓸해지는 일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지만, 반대로 좋은 일도 있습니다.


   혈기왕성할 때의 비판적 시각이 한풀 꺾인다는 것입니다. 젊은 시절, 선배들을 바라보며 ‘도대체 왜 저렇게 사시나?’ 했었는데, 지금은 어느덧 세월이 흘러 제가 바로 똑같은 이유로 손가락질 받는 선배가 되어 있습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있나?” 했었는데, 이제는 “뭐, 그럴 수도 있지, 하늘 아래 별 일들이 다 생기지.”하며 한 걸음 물러서서 바라봅니다.


   세상과 이웃을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은 부드러워집니다. 이웃들의 심각한 허물 앞에서도 다 그럴만한 사정이 있겠지, 하며 여유를 지닙니다.


   그렇게까지 팍팍하게 살 필요가 없었는데, 그렇게까지 아등바등 살 일이 아니었는데, 그렇게까지 까칠하게 대할 필요가 없었는데, 젊은 시절을 돌아보면 후회가 앞섭니다.


   이 한 세상 살아가면서 정녕 중요한 일은 이웃들을 향한 연민의 마음을 지니는 일입니다. 다들 힘겹게 인생길 걸어가느라고 ‘쌩고생’들인데, 잘 좀 봐주는 일입니다.


   결국 이웃들을 향한 따뜻한 시선, 이웃들을 향한 배려, 이웃들을 향한 동정심, 결국 이웃들을 향한 측은지심을 지니는 일이 이웃을 살릴 뿐 아니라 나 자신도 살리고, 세상을 살리는 일입니다.


   우리가 구원된다면 과연 무엇으로 구원될 수 있을까요? 우리가 공들여 쌓아온 업적으로 인해 구원될까요? 우리가 성취한 학문적 업적으로 인해 구원될까요? 우리가 애써 벌어온 돈으로 구원될까요?


   다 아닐 것입니다. 우리가 구원된다면 가장 큰 이유는 우리를 향한 하느님 아버지의 측은지심으로 인해 구원되리라 확신합니다.


   하느님께서 우리가 잘못을 저지르는 순간순간 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잘못을 지적하시고, 처벌하신다면 이 세상에 온전히 남아있을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하늘을 찌르는 우리의 잘못과 허물과 실수, 방황과 오류에도 불구하고 하느님께서는 넉넉한 웃음으로,  안쓰런 시선으로, 크나큰 측은지심으로 우리를 바라보십니다.


   우리가 치유된다면 하느님의 측은지심으로 치유된 것입니다. 우리가 절망스런 상황을 딛고 일어섰다면 하느님의 측은지심으로 인해 일어선 것입니다. 우리가 영원한 생명을 얻었다면 하느님의 측은지심으로 그리 된 것입니다.


   측량할 수 없는 측은지심의 하느님, 당신은 늘 제게 모든 것을 주셨습니다. 당신의 영혼, 마음, 정신, 모든 에너지를 다 바쳐 저를 사랑하시고, 저를 구원하셨습니다.


   그러나 저는 돌려드릴 것이 너무 보잘 것 없어 슬픕니다.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큰 측은지심으로 다가오시는 하느님을 생각하니, 상처투성이뿐인 제 삶도 소중해집니다. 내 상처의 깊은 골도 이제 사랑할 수 있습니다. 작은 바람에도 쉽게 흔들리는 내 삶도 관대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있습니다.

 

                           †살레시오회 수도원 수련원장  양승국 스테파노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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