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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계획을 바꾸다 ....... 김상조 신부님
작성자김광자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21 조회수630 추천수6 반대(0) 신고

 

 지난 주일 복음에 이어 둘씩 파견되었다가 돌아온 제자들이
훌륭하게 복음선포가 이루어졌음을 보고하자
예수님은 대단히 만족하시며 잠시 쉴 것을 명령하신다.
하지만 사람들이 앞질러 예수님 일행을 따라잡는 바람에
잠시 쉬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고 만다.
여기서 몇 가지 가르침을 얻을 수 있다.
 
먼저 하느님은 우리가 실천하는 사람이 되길 바라신다는 사실이다.
복음 선포는 우리 사명이다.
여기 저기 사방으로 파견된 제자는 지금 각자의 자리에서
복음말씀대로 실천하기를 요청받는 우리에게 비유된다.
제자된 사람은 마땅히 우리가 그분의 제자임을 드러내야 한다.
“너희가 서로 사랑하면 세상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너희가 내 제자임을 알게 될 것이다.”하신 그 말씀대로 살아야 할 것이다.
우리 가운데 서로 사랑하는 모습이 보여지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지난 주 선산의 성심 노인복지센터에서
2/4분기 사업결산과 독거노인 기본서비스 사례발표회에 참석해서
이 사랑의 실천현장을 보았다.
생활복지사 30여분이 510분의 독거노인 돌봄 사례발표를 들으니
이곳이야 말로 하느님의 사랑이 넘친 현장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월60만원 봉급?으로 하루에 5명 남짓의 독거 어르신 안부확인과
심부름 일을 하고 나면 손에 쥐어지는 것은 30만원도 채 안될 것인데,
홀로 사는 어르신 한 사람 한 사람이 내 부모님 같다는
그들의 고백은 참으로 아름답다 못해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참으로 하느님이 계신 것을 모를 수가 없다.
 
두 번째 이렇게 훌륭하게 복음선포를 끝내고 돌아온 제자들에게
예수님이 내린 명령은 휴식이었다.
하지만 이 휴식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휴식이 아니다.
즉, 먹을 것 마실 것 바리 바리 싸들고 산 좋고 물 좋은
그런 곳으로 여행을 떠나는 것이 아닌,
조용한 곳 “외딴 곳”으로 가라는 것이었다.
우리말 번역에는 외딴 곳으로 나오지만
영어 번역에는 “사막같은 곳”(deserted place)으로 나온다.
 
사막처럼 황량한 곳에서 어떤 휴식을 취할 수 있을까?
물론 먹고 마시고 흥겨운 노랫소리가 울려퍼지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대신 조용하고 진지한 성찰과 앞으로의 계획 등과 같은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다.
예수님은 그런 곳으로 제자들을 쉬게 하신 것이다.
복음서는 우리가 순명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그렇게 황량하고 부족한 것이 많은 곳에서
 결국 발견하게 되는 것은 하느님 밖에 없을 것이다.
참으로 귀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우리도 가끔 이런 시간을 가져야 할 것이다.
제자들은 예수님의 권고에 순종했다.
 
세 번째, 그렇게 휴식을 떠나는 제자들을 보고
사람들은 훨씬 멀고 힘든 길이지만 육로를 달려서
 제자들보다 앞서 목적지에 다다랐다고 한다.
예수님께 필요한 도움과 가르침을 얻기 위해서였다.
그리고 그 목적을 달성했다.
 
복음서는 우리가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을 가르치고 있다.
신앙생활이든 사회생활이든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필요가 있다.
흔히 우리는 기도의 응답이 없다고 체념하는 수가 많다.
“하느님은 내 기도는 들어주시지 않는것 같애”
“아무리 해도 안되는 걸” 하는 것은
목적 달성을 위해 노력하는 것이 아니다.
기도가 안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아, 그래서 그렇구나. 기도는 했지만 내 노력이 좀 부족해서 그렇구나!’ 하든지,
아니면 ‘내가 잘못된 방향으로 노력했구나. 조금 수정하면 됐을텐데!’
하면서 목적달성이 안될 경우 그 원인을 알려고 노력하는 것도 목적달성을 위한 노력에 해당될 것이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없겠지만.
 
네 번째, 당신을 찾아온 사람들이 목자 없는 양들처럼 측은해 보여서
잠시 쉬고 싶었던 계획을 과감히 변경하신 예수님을 통해,
우리고 보다 더 큰 선, 혹은 공동선,
혹은 보다 긴급한 필요를 위해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음을 복음서는 가르치고 있다.
참으로 중요한 가르침인 듯하다.
잘못된 것도 아니고 틀린 것도 아닌 계획,
정말 휴식이 필요한 순간에 그 계획을 미루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사실 계획이 변경되는 경험은 부담스럽다.
심지어 짜증이 나거나 화가 나기도 한다.
모처럼 평일 조용한 시간이라 성당에 기도하러 갔다가
행사준비에 도움을 요청받는 경우,
그래서 좋은 마음으로 시간을 할애했더니 갈수록 요청이 많아지고
밤 늦은 시간까지 일이 이어지면
애초 내가 했던 일이 모두 틀어졌다는 생각이 들면서 배신감이 들고 화가 날 수도 있다.
이러한 때에 나의 계획을 수정하고
상대의 요구에 응하는 것은 참으로 용기있는 결정이고 예수님을 닮는 일이다.
새롭게 태어나는 강생의 신비, 나를 내어주는 십자가의 신비를 사는 셈이 될 것이다.
상대방이 아니라 나를 바꾸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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