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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 7.26,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작성자김명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7-26 조회수424 추천수5 반대(0) 신고
(이수철 프란치스코 성 요셉 수도원 원장신부님 강론 말씀)
 
 
 
 
 
 
2009.7.26 연중 제17주일
                                                  
열왕 하4,42-44 에페4,1-6 요한6,1-15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여러분이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가십시오.
2독서 바오로 사도의 에페소서 말씀입니다.
 
하나를 깨달아야,
한 분이신 주님으로부터 불림 받았음을 깨달아야
받은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대 그레고리오 교황의 ‘베네딕도 전기’에 나오는,
베네딕도 성인이 ‘하나’를 체험한 장면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어느 날 밤, 성인께서 하늘을 바라보는 순간
한 줄기 빛이 위로부터 내려쬐며
온 세계가 한 줄기 빛 안에 모아지는 것을 체험했다는 것입니다.
 
마치 번개가 번쩍 비추면서
온 세상이 빛 안에 환히 드러나는 장면에서 깨달은 체험일지 모르지만
심오한 의미가 함축되어 있는 신비체험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로 살지 말고
시야를 넓혀 하느님 안에서
얼마나 덧없고 작은 세상인지 깨달으라는 말씀입니다.

‘하나’ 안에서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하나를 늘 의식하며 하나를 체험하도록 하십시오.
 
이래서 끊임없는 기도입니다.
 
바오로 사도 역시 이런 하나를 강조합니다.
 
“하느님께서 여러분을 부르실 때에 하나의 희망을 주신 것처럼,
  그리스도의 몸도 하나이고 성령도 한 분 이십니다.
  주님도 한 분 이시고 믿음도 하나이며 세례도 하나이고,
  만물의 아버지이신 하느님도 한 분이십니다.”
 
어찌 이뿐입니까?
 
하늘도 하나이며 태양도 하나이고 지구도 하나이며
이 하나 안에 살아가는 모든 피조물들
어찌 보면 한 가족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화답송 시편 역시 아름답게 이 진리를 노래하고 있습니다.
“눈이란 눈이 모두 당신을 바라보면,
  당신은 제때에 먹을 것을 주시나이다.
  당신은 손을 펼치시어, 살아있는 모든 것을 은혜로 채워 주시나이다.”

이 하나에 대한 깨달음이 깊어질수록
넓어지는 영적시야에 자유로움이요 공동체의 일치 또한 깊어집니다.
 
바로 이런 하나의 실재를 체험하는 이 은혜로운 미사시간입니다.
 
이런 하나의 깨달음이 심화되면서
저절로 공동체 내에서 주님의 부르심에 합당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하여 겸손과 온유를 다하여 인내심을 가지고 서로 사랑으로 참아주며,
성령께서 평화의 끈으로 이루어주신 일치를 잘 보존할 수 있습니다.
 
주님 안에서 수인이 된 바오로 사도의 간곡한 권고입니다.
 
비록 수인의 몸이지만 한 분이신 주님 안에서
모든 형제들과의 일치를 살며 자유를 누리는 바오로 사도입니다.
 
이 하나를 깨닫고 하나 안에서 살기까지는
결코 자기에서 벗어날 수도 없고 자유로울 수도 없습니다.


이 모든 하나들의 뿌리에 한 분이신 하느님이 계십니다.
 
그분은 만물 위에, 만물을 통하여, 만물 안에 계십니다.
 
하느님 안에서, 하느님 사랑에 젖어 사는 우리들입니다.
 
그러니 하느님과의 깊은 친교의 신뢰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가진 것 없어도 이런 하느님과의 깊은 신뢰 관계에 있는 자들은
세상에 부러울 것, 두려울 것, 하나도 없으니
진정 행복하고 자유로운 사람들입니다.
 
 1독서의 하느님의 사람 엘리사가,
복음의 예수님이 바로 그런 분이십니다.
 
이런 분들의 손을 거치면 모두가 기적입니다.
 
이 분들만 아니라 우리 역시 하느님과 함께하는 삶이라면
우리가 주님 안에서 행하는 작은 일 또한 모두 기적이 될 수 있습니다.
 
맏물로 만든 보리 빵 다섯 개와 햇곡식 이삭을 자루에 담아
엘리사에게 바친 1독서 열왕기 하권의 어느 사람처럼,
보리 빵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예수님께 바친
복음의 어느 아이처럼
우리 역시 우리의 작은 정성을 이 미사 중 주님께 바칠 때
우리 모두 주님의 큰 축복을 받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게 하느님과의 신뢰 관계입니다.
 
주님을 믿는 이들 매사 낙관적이요 긍정적입니다.
 
“이것을 어떻게 백 명이나 되는 사람들 앞에 내놓을 수 있겠습니까?”

엘시사의 시종의 부정적, 비관적 말에
하느님의 사람 엘리사의 말씀은 얼마나 낙관적이요 긍정적인지요.

“이 군중이 먹도록 나누어 주어라.
  주님께서 이들이 먹고도 남을 것이라 말씀하셨다.”

참 넉넉하고 여유로워 보이는 하느님의 사람 엘리사의 답변입니다.
 
늘 주님과의 깊은 친교 중에 사는 엘리사임을 깨닫게 됩니다.
 
과연 주님의 말씀대로 그들 모두가 먹고도 남았다 합니다.
 
예수님의 제자들 또한 엘리사의 시종과 똑같은 반응입니다.
“여기 보리 방 다섯 개와 물고기 두 마리를 가진 아이가 있습니다만
  저렇게 많은 사람에게 이것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보이는 현실 너머 주님을 바라보지 못하는 자
누구나의 보편적 반응이 부정적 비관적 반응입니다.
 
예수님의 반응이 참 여유로워 보입니다.
초조하거나 두려움이 전혀 없는 낙관적이요 긍정적인 모습니다.

“사람들을 자리 잡게 하여라.”

예수님께서는 이어 빵을 들고 감사를 드리신 다음,
자리를 잡은 이들에게 나누어 주셨고,
남은 조각 만 열두 광주리에 가득 찼다 합니다.
 
바로 성체성사의 풍요로운 은총을 상징합니다.
 
주님과의 깊은 친교의 삶에서 샘솟는 낙관적 긍정적 삶입니다.
 
이런 이들이 주님께 바치는 이런 저런 모든 정성은
그들의 삶을 온통 기적으로 만듭니다.

주님과의 친교를 위해 일정한 자리를 마련해야 합니다.

세속에 묻혀 살다 보면 하느님을 쉽게 잊을 수 있습니다.
세상의 유혹과 죄악에서 잠시 물러나
주님 안에 머물며 자기를 성찰하며 자기를 찾는 것입니다.
 
꼭 피정이 아니라도 주님과의 친교를 위한 자리 마련은 필수입니다.
 
이리떼, 가라지떼 세상 안에서
맑고 푸른 건강한 영성으로 살기위해
할 수 있다면 수도자가 아니더라도
매일 미사와 성무일도를 바치길 권합니다.
 
어찌 보면 수도영성의 보편화 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들입니다.
 
복음의 예수님을 보십시오.
 
예수님은 당신의 기적을 목격한 이들이 와서
억지로 모셔다가 임금으로 삼으려 한다는 것을 아시고,
혼자서 다시 산으로 물러가셨다 합니다.
 
주님의 분별의 지혜가 참 시기적절합니다.
 
떠날 때 떠나지 못해
온갖 세상 것들의 유혹에 빠져 망가지는 아까운 이들은 얼마나 많습니까?
 
잘 떠날 때 아름답습니다.
 
참 어렵고 중요한 게 잘 떠나는 것입니다.
 
오늘 복음에서
권력의 자리에 앉히려는 이들의 유혹을 단호히 뿌리치시고
하느님과의 깊은 친교의 자리로 떠나는 예수님의 모습이 참 아름답습니다.
 
노자에 공성이불거(功成而不居; 공을 이루었으면 그 자리에 머물지 않는다)라는 말씀이 꼭 여기 예수님께 해당됩니다.

얼마 전 신문에서 스크랩한 사진이 생각납니다.
 
‘110년 피고 지고…최고령 무궁화  나무’라는 제하에
110년 나무를 껴안고 있는 사진이었습니다.
 
강릉 박씨 종중 재실 안에 있는
110년 수령으로 추정되는 이 무궁화나무를
강릉시는 강원도에 보호수 신청을 했다 합니다.
 
우리의 국화인 무궁화(無窮花) 꽃 얼마나 깊은 이름인지요.
 
 '하느님이 보우하사 우리나라 만세'라는 애국가 구절과도 잘 어울립니다.
 
무궁한, 끝이 없이 무궁(無窮)하다 하여 무궁화(無窮花) 꽃이니
바로 하느님의 꽃이라는 말이 아닙니까?
 
하느님의 꽃 무궁화 바로 믿는 이들을 상징합니다.
 
젊음은 나이에 있는 게 아니라 마음에 있습니다.
 
주님과의 깊은 친교 중에 끊임없이 피고 지는 영혼의 무궁화 꽃입니다.
 
이런 이들 하느님을 닮아 몸은 늙어도
정신은, 영혼은 영원한 청춘에 매일이 새 하늘 새 땅입니다.
 
이 거룩한 미사시간 한 분이신 주님과의 깊은 친교 중에
하나의 성령,
하나의 사랑,
하나의 믿음,
하나의 희망,
하나의 성체를 모심으로
하느님의 사람으로 새롭게 태어나는 우리들입니다.
 
“주님, 당신 손을 펼치시어, 저희를 은혜로 채워주소서”
(시편145,16).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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