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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8월 1일 야곱의 우물- 마태 14,1-12 묵상/ 소 리
작성자권수현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01 조회수394 추천수3 반대(0) 신고
소 리

그때에 헤로데 영주가 예수님의 소문을 듣고 시종들에게, “그 사람은 세례자 요한이다. 그가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난 것이다. 그러니 그에게서 그런 기적의 힘이 일어나지.” 하고 말하였다. 헤로데는 자기 동생 필리포스의 아내 헤로디아의 일로, 요한을 붙잡아 묶어 감옥에 가둔 일이 있었다.
 
요한이 헤로데에게 “그 여자를 차지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하고 여러 차례 말하였기 때문이다. 헤로데는 요한을 죽이려고 하였으나 군중이 두려웠다. 그들이 요한을 예언자로 여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마침 헤로데가 생일을 맞이하자, 헤로디아의 딸이 손님들 앞에서 춤을 추어 그를 즐겁게 해주었다. 그래서 헤로데는 그 소녀에게, 무엇이든 청하는 대로 주겠다고 맹세하며 약속하였다. 그러자 소녀는 자기 어머니가 부추기는 대로, “세례자 요한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 이리 가져다주십시오.” 하고 말하였다.
 
임금은 괴로웠지만, 맹세까지 하였고 또 손님들 앞이어서 그렇게 해주라고 명령하고, 사람을 보내어 감옥에서 요한의 목을 베게 하였다. 그리고 그의 머리를 쟁반에 담아다가 소녀에게 주게 하자, 소녀는 그것을 자기 어머니에게 가져갔다. 요한의 제자들은 가서 그의 주검을 거두어 장사 지내고, 예수님께 가서 알렸다.
 
 
 
 
◆ 루카는 세례자 요한의 삶을 일컬어 이사야서를 인용하여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루카 3, 4)라고 한다. ‘소리’라고 하는 것은 그것이 뜻하는 바만 전하고 자신은 사라진다. 만일 소리가 사라지지 않는다면 온 세상은 소리로 가득 차 소음 덩어리가 되어 있을 것이다. 소리는 그렇게 자기의 책임만 다할 뿐, 자기의 자리를 차지하려 하지 않는다.

노자는 도덕경 27장에서 “잘 가는 사람은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善行 無轍迹).”라고 했다. 발자국을 남기지 않는다는 것은 공을 세우고는 거기에 머물러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지 않는다는 뜻이다. 소리가 바로 그러하다.
장자는 “도에 이른 사람의 마음 씀씀이는 거울과 같다(至人之用心 略境).”라고 했다. 거울은 모든 사물을 가리지 않고 수용하여 비추어 주되, 결코 그 비추인 것을 자기 것으로 소유하지 않는다. 소리가 바로 그러하다.
 
세례자 요한의 삶은 ‘無轍迹’, ‘거울’처럼 철저하게 소리와 같은 삶이었다. 요한을 추종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그래서 사람들은 “오시기로 하신 분이 당신이십니까?”라고 질문할 때도 우쭐해하지 않고 “나는 그분이 오시도록 준비하는 자일뿐이며, 나는 그분의 신발 끈을 풀어줄 자격도 없는”(루카 3,16 참조) 사람이라고 말했다. 그리고 요한을 따르던 사람들이 예수님께로 돌아가자 그를 걱정하는 제자들의 말을 듣고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요한 3, 26 ‐ 30)고 말한다. 선구자요 안내자로서 자신의 역할만을 충실히 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겸손한 요한이지만 해야 할 일 앞에서는 주저하지 않았다. 그는 “회개에 합당한 열매를 맺으라.”(루카 3, 8)며 가난한 이에게 옷을 입혀주고 먹을 것을 나눠주며, 세리들은 사람들을 그만 속이고, 병사들은 거짓 고소를 하지 말라고 했다. 그리고 아무도 옳은 말을 하지 못하고 있는 헤로데에게 분명하게 하느님의 뜻을 밝혔다. 그 결과 오늘 복음에서와 같이 순교를 통해 소리처럼 세상에서 사라져 버린다. 나도 그렇게 소리처럼 살고 싶다.
이동훈 신부(원주교구 살레시오의 집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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