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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기억은 확실한가?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03 조회수468 추천수6 반대(0) 신고

 

 

 

 

탈출  16,2-4.12-15


 

안정된 의사로서의 생활을 그만두고 컴퓨터 백신을 개발하여 유명해진 안철수 사장은

보장되어 있는 편안한 삶을 접고 새로운 인생에 도전하여 또다시 교육자로서의 성공적인 삶을 살고 있다.

 

오늘 독서를 읽다가 문득 며칠 전에 본 안철수 교수의 인터뷰 기사가 생각났다.

안 교수가 처음 벤처산업에 대해 걱정스러운 발언을 했을 때만 해도, 

정부를 비롯하여 그 일에 관계된 이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비난을 퍼부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의 걱정이 정말로 현실이 되고 몇년이 흐른 후, 새 정부의 경제 부처모임에 참석하게 되었딘다.

 그때 새정부 최고 관리가 예전에 자신이 한 그 말을 똑같이 반복하였더니 

사람들이 모두 동의를 하는데, 그들 중 많은 이가 예전에 자신을  비난했던 사람들이었단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그 사람들은 처음부터 자기들의 생각이 그러했다고 믿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날 안 교수는, "사람들은 과거를 왜곡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오늘 독서를 읽다가 이스라엘 백성들도 과거를 마냥 왜곡하고 있음을 발견한다.

그들은 먹을 것도, 씻을 곳도 없이, 먼지만 풀풀 날리는 사막에 들어와서

자신들의 선택(뽑힘)을 후회하기 시작했다.

 

이집트에 있었던 시절을 간절히 회상하며,.

마치 거기서는 자신들이 편하고 부유한 자유민이었던 것처럼 이야기하는 것이다.

 

“아, 우리가 고기 냄비 곁에 앉아 빵을 배불리 먹던 그때,"

언제 자기네가 빵을 배불리 먹었고,

얼마나 자주 고기 냄비 곁에 앉아있었을까만 

너무나 척박한 현재의 삶에 비하니,

비록 노예살이지만 과거의 생활이 마냥 풍요로웠던 것처럼 보이는 것이다.

더우기 앞으로의 일이 더 걱정인지라,

과거는 점점 더 부풀어오르기만 한다.

 

 

예전에 어른들에게 자주 들었던 말이 있다.

"왕년에 금송아지 없던 집이 어디있나? " ^^

 

 

 

 

그렇다.

사람들은 자기 나름대로 지나간 과거를 부풀리거나 왜곡하거나 삭제한 채로 살아간다.

그런데 자기의 의식 속에서 그런 편집이 자동적으로 일어난다는 사실조차 의식하지 못하며 산다.

 

그래서 가끔 누군가의 기억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가르쳐 주면,

그는 뜨악한 표정을 지으며, "내가 언제?"하지 않던가.

 

어릴 때 너무나 가난하게 자랐지만 지금은 성공한 여자 개그맨이

언젠가 어릴 적 친구를 찾는 프로에 나왔었는데,

친구들 모두가 기억하는 사실들을 본인은 정작 한 가지도 기억해내지 못하고

완전히 딴 사람처럼 멍하고 있었던 사실을 지켜볼 수 있었다.

 

이런 심리작용은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사실 우리 안에서 자주 일어나는 것으로,

너무나 슬픈 일, 너무나 두려운 일, 너무나 힘든 일은

기억 속에서 아예 까맣게 삭제해버릴 수 있는 것이다. 

 

(영화 "돌로레스 클레이븐"은 여주인공의 삭제된 기억 회로를 하나씩 풀어갈 때마다

여러 등장 인물의 복합적인 갈등 구조가 해소되는 것이 절묘하다.)

 

 

 

 

 

도대체 이런 기억 속의 편집 작용(왜곡, 삭제, 과장, 미화 등)은 어떻게, 무엇때문에 일어나는 것일까?

첫째: 여자 개그맨에게서 보듯이, 잊고 싶은 과거는 삭제될 수 있다.

        이것은 과거의 자신이 바라는 대로 왜곡(수정 또는 부분삭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 이스라엘 민족에게서 보듯이, 현재가 과거보다 참혹할 때 과거는 미화된다.

        이것은 현재가 과거를 왜곡(미화)할 수 있다는 뜻이다.

 

셋째: 이스라엘 민족에게서 보듯이, 불안한 미래 때문에 과거를 과대 포장할 수 있다.

         이것은 불안한 미래가 과거를 왜곡(과장)할 수 있다는 뜻이다.

 

 물론 이 편집 작용은 자기의 무의식에서 일어나기에 본인은 정작 의식하지 못한다.  

즉 아예 편집 사실로 기억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기억은 정말 거울처럼 온전하게 사실을 반영하고 있을까?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과거는 정말 사실 그대로를 정확히 보존한 것일까?

 

이렇게 곰곰이 되짚어보면, 우리는 과거의 기억을 자신할 수 없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참으로 무서운 일이 아닌가?

 

 

 

다시 정리해보자면,  과거의 기억을 왜곡시키는 일은

기억 당사자의 과거 마음 상태에 의해서도 일어나고,

현재의 마음 상태에 의해서도 일어나고,

미래에 대한 마음 상태에서도 일어난다.

 

게다가 그 왜곡이 과거의 한 시점에 머물지 않는다. 

그 예를 하나 들어보자.

 

현재 어떤 사람과 친교(애정, 우정)가 깨어지면,

그와 함께 한 예전의 모든 일들이 왜곡되기 시작한다.

마지막 사건 뿐이 아니라 점차 과거로 파고들어가며  왜곡의 영역을 넓혀간다.

"나를 배신한 그는 매사에 자신을 시기 질투했고 교활한 인물인데,

생각해보니 처음부터 그랬던 것 같다" 하는 식이다.

그래서 그는 천하의 죽일 인간이 되는 것이다.

                           (점점 거슬러 올라가는 과거로의 왜곡. 그런데 이런 일은 너무 흔하다)

 

그러나 만일 똑같이 깨어진 관계라도 현재의 나의 현실이 그보다 월등 좋은 여건이어서 여유롭다면 어떨까?

                                                               (또는 그보다 마음이 훨 크다면 어떨까?)

"마지막은 나빴지만, 그와 함께 한 과거는 그다지 나쁘지 않았거니와,

생각해보면 처음부터 그 사람이 나쁘지는 않았다." 고 보다 객관적으로 기억할 가능성도 있다. 

 

결국은 자기 자신의 마음의 상태나 크기에 따라 달라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과거의 기억도 자신의 마음에 따라서, 어느 정도 변조가 가능하고

과거의 왜곡은 점차 넓혀질 수도 있고, 한계가 제한될 수도 있다. 

 

그러니 아직도 나의 기억은 확실하다고 고집할 수 있을까????

 

 

 

 

나를 해치는 과거의 기억이 있는가?

나를 자유롭게 하지 못하는 과거의 사슬이 있는가?

이런 과거의 그늘에서 모두 놓여나자.

 

이 모든 것은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상태에서 일어나는 내 마음의 변수에서 생길 수 있다.

이제껏 보았듯이, 확실하게 살아온 것 같은 과거 조차도 확실하지 않다면,

도대체 확실한 현재는 있을까?

미래는 있을까?

 

 

이처럼 우리의 기억이, 판단이, 예상이 불확실하면서,

아니 우리 생각 전체가 확실한 것이 하나도 없으면서,

어찌 누구를 향해 분노와 증오와 역정을 낼 수 있을까? 

누구를 향해 원망과 비난과 불평을 할 수 있을까?

 

"날마다 나가서 그날 먹을 만큼만 모아들이라"는 말씀은  

 

지나간 과거에도 연연하지 말고,

내일에 대해 불안해하지도 말고,  

오직 지금 이 순간을 청명하게, 단순하게

매일을 새롭게 깨어살라는 말씀 아니련가?

 

 

 

 

사진: 신 옥님의  '수초도',

도대체 수초인지 벌레인지 확실히 가늠하기 어려운 ^^

환상적인 연작물 중에서 몇개를 가져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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