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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삶과 거룩함/우리의 거룩함이 되시는 그리스도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08 조회수431 추천수2 반대(0) 신고
 
 
우리의 거룩함이 되시는 그리스도 



지금까지 한 이야기들로, 그리스도교적 거룩함이
단순히 도덕적인 완전함은 아니라는 것이 확실해졌을 것이다.
그것은 모든 덕을 포함하고 있지만 덕들을 모두 합친 것 이상이다.

거룩함은 선행이나 도덕적인 영웅심으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우선 '그리스도 안에서' 하느님과 존재적으로 일치하는 것이다.

거룩한 삶에 대한 신약성서의 가르침을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사도 바오로의 "그리스도 안에서"라는 말을 이해해야 한다.

사도들은 "그리스도 안에 있는 생명"의 의미에 관해
교리적으로 명확하게 밝힌 다음, 그 결론으로 윤리적 가르침을 주고 있다.
사도 요한 역시, 우리 삶의 영적인 열매들은 그리스도와 일치함으로써
또한 그분의 신비체에 통합됨으로써
나오는 결실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는 포도나무의 가지가 그 몸에 붙어 있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요한 15,1-11)
그렇다고 이 사실이 덕행과 선행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우리의 새로운 존재에 견주어 본다면 이것은 이차적인 것일 뿐이다.

스콜라 철학에서는 '행동은 그것을 행하는 존재를 그대로 반영한다
(Actio sequituresse.).'라고 하였다.
주님께서 친히 말씀하셨듯이 우리는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수확할 수 없다.
그러므로 우리는 먼저 내적으로 새로운 인간으로 변화되어야 한다.

그 다음 하느님께서 보내신 성령에 따라 살 수 있게 되는데,
성령은 새로운 생명의 영이자 그리스도의 영이시다.
우리의 존재론적 거룩함은 바로 성령과의 살아 있는 일치를 말한다.

성령께 순종하려는 노력만이 우리를 윤리적 선(善)으로 이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저런 규칙,
일련의 윤리적인 실천 사항이 아니라 우리가 새로 태어나는 것,
그리스도 안에서 '새롭게 창조되는 것'(갈라 6,15 참조)이다.

우리는 "사랑을 통하여 드러나는 믿음"(갈라 5,6)으로 그리스도와 일치할 때
비로소 모든 덕행과 사랑의 원천이 되는 성령을 우리 안에 모시게 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의 삶은 하느님과 일치하기 위해 덕행을 실천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성령에 의해 그리스도 안에서 가능케 된
하느님과의 일치에서 기인하는 우리의 사랑과 우리의 새로운
존재를 덕행의 실천을 통해 표현하는 삶인 것이다.


그리스도와 일치하여 모든 열성을 다해
그분이 당신의 덕과 당신의 거룩함을 우리 삶 속에서
표출하실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우리의 모든 노력은 이기심과 불순종이라는 장애물과
그분의 사랑에 어긋나는 모든 집착을 없애버리는 쪽으로
집중되어야만 한다.

교회가 대영광송 가운데 '홀로 거룩하시고,
 홀로 주님이시고, 홀로 높으신 예수 그리스도님' 이라고 노래할 때,
거룩한 모든 것은 그분 안에서 그분을 통해서만
거룩한 것이라는 뜻으로 알아들어야 할 것이다.

하느님의 거룩함은 오직 그리스도를 통해서만
 세상에 전달되고 드러난다.
그러므로 우리가 거룩해지기 위해서는,
우리 안에서 그리스도께서 먼저 거룩해지셔야 한다.

우리가 '성인'이 되기 위해서는,
그분이 우리의 거룩함이 되셔야 한다.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의 부름을 받은 사람들에게는
그가 곧 메시아시며 하느님의 힘이며 하느님의 지혜입니다.
그리스도는 하느님께서 주신 우리의 지혜이십니다.
그분 덕택으로 하느님과의 올바른 관계에 놓이게 되었고,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이 되었고,
 해방을 받았습니다.
이것은 다 하느님께서 하신 일입니다.

그러므로 성서에도 기록되어 있듯이
 '누구든지 자랑하려거든 주님을 자랑하십시오.'"
(1코린 1,24.30)라고 하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반드시 우리의 동의와
 하느님의 은총에 대한 적극적인 협력을 요구한다.

하느님이시며 동시에 인간이신 예수 그리스도는 아버지,
그분 스스로 하고자 원하시어
그분께서 보내시는 빛 가운데서가 아니면,
 어느 누구의 눈으로도 볼 수 없고 어떠한 머리로도 관상할 수 없는,
모든 시대를 지배하시고, 모습을 드러내시지 않는,
불멸의 왕이신 아버지의 감추어진 거룩함의 계시이시다.

그러므로 그리스도교적 '완전함'은
자신의 영광을 구할 수 있는
윤리적인 모험이나 성취가 아니다.

그것은 순전히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선물로서
그의 아들을 통해 성령의 힘으로,
우리의 영혼을 숨어 있는 거룩한
신비의 심연으로 이끌어 가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은 신비적인 삶에 깊이 헌신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그릿도교가 대단히 신비적인 종교인 까닭이다.
그렇다고 모든 그리스도인들이 현대의 기술사회가 바라는
'신비가'는 아니며 신비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모든 그리스도인은
하느님과 통교를 이루고 하느님을 계시하는
신비의 차원 안에서 살고 있으며,
신비의 차원을 살아야만 한다.

그리스도인 개개인의 목표인 동시에
 
그리스도교 공동체 전체의 목표이기도 한 구원은
우리를 '어두운 데서 불러내어
그 놀라운 빛 가운데로 인도해 주시는"
(1베드 2,9)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는 것이다.
 
그리스도인이란 자신의 삶과 희망을
그리스도의 신비에 두는 사람들이다.
그리스도 안에서 그리스도를 통해 우리는
"하느님의 본성을 나누어 받게 된다(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 사랑의 힘과
하느님 빛의 에너지는 우리의 삶 속에 침투하여
성령의 작용하심으로 우리 삶의 '밝기'를 한 단계 더 높여 준다.
그리스도인의 성덕의 뿌리와 근본은 여기에 있다.
이 빛, 우리 삶의 이 에너지를 은총이라고 부른다.


은총과 사랑이 성령에 의해 한 몸으로 부름받은
형제적 유대 안에서 빛나면 빛날수록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더 많이 드러나시게 될 것이고
아버지께서 그만큼 더 영광을 받으시게 될 것이다.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모든 것들이
 "회복됨"(에페 1,10 참조)으로써
하느님의 구원 사업은 그만큼 더 최종적인
완성에 도달하게 될 것이다.


「삶과 거룩함」에서
Thomas Merton 지음 / 남재희 신부 옮김 / 생활성서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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