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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삶과 거룩함/인간적인 믿음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14 조회수414 추천수1 반대(0) 신고
 
 
인간적 믿음 


현대 사회의 가치관과 문화는 이 단순하고 자연스러운
깨달음을 부정하고 비웃는 경향 으로 흘러,
사람들로 하여금 애초부터 믿음에 두려움을 갖게 하고
믿음을 부끄러운 것으로 만들고 있다.
그러므로 믿음을 실천하기 위한 첫걸음은 언제나 그래왔듯이,
순수한 이론적인 의심을 만족시켜왔던 사고의 기준을 부정하고 거부하는 것이다.
이것이 실제로 뜻하는 바는 '이성'을 거부하고 '믿음'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두 가지 믿음 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을 의미한다.

첫 번째 믿음은 인간적이고 유한하며 생기 없는 가정들과
 억측과 편견들이 이어져 내려오는
인간 사회의 피상적 믿음이다.
이 믿음은 고독에 대한 두려움과 공동체에 '속하고자'하는
 필요성에 바탕을 둔 것으로,
그 공동체가 제시하는 기준을 묵묵히 따르기만 하면 된다.
두 번째 믿음은 우리가 '볼 수' 없는 것을 믿는 것,
초월적이고 보이지 않는 하느님에 대한 믿음으로 증거가 필요 없는 믿음,
자신의 자아에 완전한 내적 혁명을 요구하는,
그리고 세속적인 편견에 의해 정해진 것과는 상반된,
자기 존재의 지향점을 재정립하게 하는 믿음이다.
이같은 믿음은 하느님의 현존을 우주의 진리를 깨닫게 하는
 편리한 가설 정도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모든 존재,
 특별히 우리 자신의 생명의 중심과 의미가 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과거 서구 사회가 다분히 그리스도교적이었을 때에는 믿음 역시
 다른 여러 사회적 가치들과 더불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기 때문에
그 성격이 필연적으로 불분명했다.
그런 상황에서 믿음은 편견에 의해 쉽게 타락할 수 있었고,
하느님을 진실하게 믿으며 그리스도의 신비체에 충실히 머무르는 것이라기보다는
자기가 속한 단체의 피상적인 가치를 추종하는 것이었다.

오늘날까지도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믿음' 안에서
인간적인 안전을 추구하는데, 그럴 경우
하느님을 불완전하게 찾는 것이 되기 쉽다.
믿음을 '마음의 평화'나 심리적인 편안함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것이라고 여길 때
이런 위험과 마주치게 된다. 사람이 자신의 주관적인 걱정들을
없애고자 지나치게 노력하게 될 때,
그는 자칫 거짓 믿음을 얻기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해 버리고
그다지 어렵지 않게 진정한 내적 평화의 유사품을 얻게 된다.
그 대가는 그리 비싸보이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신의 구원이라는 영혼에 대한 의무를 포기하는 것이기에,
그 대가는 측량하기 힘들 만큼 엄청난 것이다.


「삶과 거룩함」에서
Thomas Merton 지음 / 남재희 신부 옮김 / 생활성서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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