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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부부유별(夫婦有別)의 또 다른 생각 - 윤경재
작성자윤경재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14 조회수845 추천수2 반대(0) 신고
 
 

부부유별(夫婦有別)의 또 다른 생각 - 윤경재

 

“무엇이든지 이유만 있으면 남편이 아내를 버려도 됩니까?” “그들은 이제 둘이 아니라 한 몸이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 맺어 주신 것을 사람이 갈라놓아서는 안 된다.” “모세는 너희의 마음이 완고하기 때문에 너희가 아내를 버리는 것을 허락하였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아내에 대한 남편의 처지가 그러하다면 혼인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모든 사람이 이 말을 받아들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허락된 이들만 받아들일 수 있다. 사실 모태에서부터 고자로 태어난 이들도 있고, 사람들 손에 고자가 된 이들도 있으며, 하늘나라 때문에 스스로 고자가 된 이들도 있다.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받아들여라.”(마태19.3-12)

 

예로부터 우리나라에는 삼강오륜이라는 윤리가 존중되어왔습니다. 삼강은 임금과 신하, 부모와 자식, 부부지간에 지켜야 할 도리가 있다는 것을 말하고, 오륜은 ‘仁, 義, 禮, 知, 信’의 다섯 가지 덕목을 인간관계에 적용시켜서 질서를 잡는 역할을 하였습니다. 부자유친, 군신유의, 부부유별, 장유유서, 붕우유신이 그것입니다. 여기서 夫婦有別에 대한 생각을 새롭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흔히 이 말뜻을 부부지간에, 즉 남녀의 역할에 차이를 강조하는 것으로만 해석하고 이해합니다. 생각해 보면 남편의 역할과 부인의 역할이 다르다는 것은 전혀 새로울 것이 없습니다. 굳이 강조할 까닭이 없는 것입니다. 이에 우리는 새로운 시각으로 부부유별이라는 윤리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부부는 남녀가 만나 이루어진 하나의 독립된 공동체입니다. 결혼은 남과 여가 각자 살아온 환경에서 떨어져 나와 새로운 유기체로 탄생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이 유기체도 성장 과정이 필요합니다. 탄생과 성장과 쇠퇴가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합니다. 개인이 하나의 사명을 갖고 태어났듯이 부부라는 공동체도 이 세상에 수행하여야 할 사명이 있습니다. 

이에 우리 선조는 부부라는 그 독립된 공동체가 뒤섞임 없이 고유한 실체를 가져야 한다는 인식을 하였고, 그 의미로 부부유별을 강조한 것입니다. 말하자면 가'라는 부부와 나'라는 부부가 서로 하나의 인격체처럼 독립적이고 고유한 가치를 지켜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결혼한 부부는 이제 새로 한몸이 되었으므로 서로 상대방 부부를 존중하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그래서 우리 조상은 한몸이 된 부부를 갈라놓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훼손하는 짓을 극도로 죄악시하였습니다. 

어느 사제께서 오늘 복음을 해설하실 때 아주 독특하게 설명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오늘 복음 내용이 두 가지로 구분되는데, 먼저 혼인 불가해소성과 그에 따른 제자들의 질문입니다. 그 신부님께서 설명 중에 고자라 함은 실제로 성 능력이 없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결혼한 부부라면 자기 부부 공동체 외에 다른 대상에게 성적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을 포함한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부정이네 아니네를 떠나 하느님께서 주신 고유한 질서의 회복 차원에서 생각하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기 인격이 중요한 만큼 배우자의 인격과 타인의 가치도 중요하다는 인식을 갖는다면 혼인한 부부이거나, 독신을 서원한 사람이거나 간에 차이가 있을 수 없다는 말씀이셨습니다.

예수님께서 혼인생활을 낮추어 보거나 독신을 더 가치 있게 보셨다고 함부로 규정하지 말자고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주신 사랑의 정배를 독신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으며, 아니면 부부가 한몸이 되어 새로운 정배가 되는 것이라고 알아듣자는 말씀이셨습니다. 부부가 각자 하느님의 정배가 되는 것이 아니라 한몸이 된 상태에서 정배가 될 수도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혼인은 7성사 중 하나로서 하느님 은총의 표지가 되고, 수도자가 서원하는 독신 성소는 준성사일 뿐 7성사에 미치지 못한다고 솔직히 말씀하십니다. 저는 겸손하신 그분의 말씀을 혼인성사의 중요성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 받아들였습니다. 남녀의 혼인이 하느님께서 주시는 성사라 하면 그 가치는 함부로 훼손해서는 안 됩니다. 독신의 정결 서약만큼이나 혼인의 정결 서약도 하느님의 짝이 된다는 의미에서 중요합니다.

부부이혼 문제나 수도자 사제의 결혼 문제는 이런 시각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자신이 혼인했건 아니건 간에 하느님의 정배라는 사실을 인식한다면 다른 부부나 수도자 사제를 넘보거나 흔들어서도 안 되고, 그들의 처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데 아무 걸림돌이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셨습니다. 

그렇습니다. 夫婦有別이라는 작은 생각은 예수님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수도자 사제의 성소에 혼란을 일으키는 일도 가라앉힐 수 있겠습니다. 하느님과 맺은 정배의 사이를 감히 어느 누가 끼어들겠다고 하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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