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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삶과 거룩함/신약의 믿음Ⅰ
작성자김중애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16 조회수857 추천수0 반대(0) 신고


성 바오로
 
신약의 믿음 Ⅰ

신약성서와 초대 교회에서 말했던 믿음의 의미는
 그리스도의 생명과 진리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와 상반되는 모든 가치를 바발적으로 포기하는 것이었다.

그리스도교의 믿음은 말 그대로
그리스도에 '관한 사실들'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도덕적이며 영적인 의미가 함축된
그리스도에 관한 이야기를 그저 묵묵히 수용하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또한 그리스도의 가르침을 최소한
어느 정도 실천하겠다는 결심의 문제 역시 아니다.
이런 형태의 수용 방식들은 '그리스도가 아닌' 것들을
 용납하는 것과 동일시되는 개념이다.
탐욕스럽고 폭력적이며 불의가 가득하고 부패한 사회의 기준을 따라
'육' 안에 살면서도, 자기 삶의 진정한 모순을 발견하지 못한 채
머리로는 충분히 그리스도께서 이 세상에 사셨고 죽으셨으며
죽은 이들 가운데 부활하셨다는 진리를 받아들이고
'그리스도를 믿을 수'는 있다.

그러나 진정한 믿음은
모든 생명, 모든 진리, 모든 희망,
모든 실재를 '그리스도 안에서'
추구하고 찾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물론 물질적인 세계와 하느님의 창조물을
부정하라는 이야기가 결코 아니다.
실상 이 모든 것 역시 그리스도께로부터 왔고,
그리스도 안에서 존재하며, 그분의 자비와 진리와
사랑이라는 목적에 봉사하여 결국
하느님께 영광을 드리기 위해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세상'을 거부하라고 하는 것은 사람과 사회
그리고 하느님의 창조물 또는 사람들의
업적을 거부하라는 말이 아니었다.
그것은 사람들로 하여금 창조물을 오용하고 부패시키며
자신들의 삶을 헐값으로 떨어뜨리는 잘못된
 기준을 거부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에게 이롭던 것들을,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두 해로운 것으로 여기게 되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나의 주 그리스도 예수님을 아는 지식의
지고한 가치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해로운 것으로 여깁니다.
나는 그리스도 때문에 모든 것을 잃었지만 그것들을 쓰레기로 여깁니다.
내가 그리스도를 얻고 그분 안에 있으려는 것입니다.
 
율법에서 오는 나의 의로움이 아니라,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으로 말미암은 의로움,
곧 믿음을 바탕으로 하느님에게서 오는 의로움을 지니고 있으려는 것입니다.
나는 죽음을 겪으시는 그분을 닮아,
그분과 그분 부활의 힘을 알고
그분 고난에 동참하는 법을 알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어떻게든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살아나는 부활에 이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
(필리 3,7-11)

사도 바오로의 이 말씀은 신약성서에서 말하는
믿음의 개념이 얼마나 철저한지 말해 준다.
그리스도교적 믿음에 있어 그리스도는 모든 것이고,
그리스도로부터 오지 않은 것,
그분 안에 있지 않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그것은 무(無)보다도 못한 것으로, '똥'과 같은 것이다.
이런 강한 표현을 현대의 신앙인들은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다.
그것은 강론이나 성스러운 글에도 사용되지 않는다.
이런 표현은 극단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적 믿음 자체가 사실 '극단적인' 것이고 절대적인 것이다.
그리스도를 '발견'하게 되면 우리는 그분과 상치되는 것은
무엇이든 버려야 한다는 의무를 지게 되며
그것으로 어떤 대가를 치르게 되든 상관치 않게 된다.
그리고 아무리 어려워 보일지라도 그분 사랑에
흔들리지 않고 충실해야 할 의무를 깨닫는다.
마침내 우리는 완전한 신뢰를 갖고 그분께서
우리를 돌볼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그리스도교적 믿음인 것이다.

그런 믿음은 주관적이며 심리적인 반응만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삶 속에 존재하는 역동적이며 초월적인 힘이다.
그것은 '새로운 창조'이고 하느님의 전능하신 활동이며
가장 깊숙한 내면에서 영적, 육체적 삶에
혁명을 일으키는 것이다.
병든 이들을 치유하신 후 하신 예수 그리스도의
다음과 같은 말씀이 줄기차게 메아리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너의 믿음이 너를 살렸다!"
이 믿음은, 어떤 경우에서든 그리스도를 구원의 힘과
새 생명의 원천으로서 전적으로 그리고
확고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삶과 거룩함」에서
Thomas Merton 지음 / 남재희 신부 옮김 / 생활성서 펴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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