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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포도원의 수확
작성자이인옥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19 조회수439 추천수4 반대(0) 신고

 

 

 마태 20,1-16

 

포도밭 임자와

그가 종일(여섯차례) 불러모은 일꾼들의 합의에  

어떠한 불평도 품지 않는 나라,

그 합의에 모두 만족하는 나라,

그것이 천국,

하느님 나라이다.

 

 

예전에 우리 세대는

새해 첫날이면 부모님이 주시는 새옷(설빔)을 입을 수 있다는 기대로 무척 설레었던 것같다.

 

우리 집은 아이들이 다섯이었는데,

첫째 둘째는 딸과 아들이라 항상 새옷을 차지할 수 있었지만,

차녀인 나나 삼녀인 여동생은 언니의 옷을 많이 물려입었다.

차라리 차남인 막내 동생은 오빠와 많이 차이가 나기 때문에 상관이 없었다.

 

그래서 나와 여동생은 설날이 되면(추석에도 새옷을 선물 받았지만..),

세배돈이나 먹을 것에 대한 기대도 물론 컸지만

그보다 새 옷을 입을 수 있다는 기대 때문에

가장 즐거웠던 것 같다.

 

그런데 새옷과 관계되어 유독 이제까지 생각나는 일이 하나 있다.

늘 그랬듯이 차례를 지내기 전 아침 일찍 어머니가 우리 다섯에게 모두 새 옷을 내주셨다.

모두들 신이나서 웃고 떠들며 자기 옷을 입어보는데,

언니 혼자 화가 나서 옷을 거들떠 보지도 않는 것이었다.

 

조금 후에 엄마는 언니 옷을 빼앗고 야단을 치며 큰 소리가 났다,

할머니 아버지까지 가세를 하여 언니는 울며 다락으로 올라갔다.

종일 내려오지도 않고 밥을 먹으라 해도 안 먹고 그러고 있었던 기억이 난다.

아마도 동생들하고 똑같은 옷을 사준 것에 대한 불만이었나보다.

 

 

똑같은 디자인, 똑같은 색갈의 옷을 사주어서 그랬는지는

지금 정확히 기억할 수 없지만,

아무튼 그 비슷한 일은 우리가 다 어른이 된 이후로도 자주 있었던 걸로보아

단순히 새 옷이 마음에 안 들어 그랬던 것은 아닌 것 같다.

말하자면 장녀에 대한 특별한 대우가 없어서 서운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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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서 내 아이들을 키울 때의 일이었다.

내 나름으로는 남녀 차별은 커녕, 위 아래 차별도 안하려고 애를 쓰며 길렀다.

                                           (차별과 구별은 물론 다르다)

 

위의 딸이 여덟살, 아래 아들이 다섯살 때였던가?

하루는 두 아이를 양무릎에 앉히고 웃고 떠들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느닷없는 아들 녀석의 말에 소르라치게 놀랐다.

 

무릎이 아파서 내리라고 하였더니,

자기 누나를 밀치며 하는 말이

"누나는 나보다 삼년이나 더 많이 사랑을 받았잖아"라고 하는 것이 아닌가.

 

그 조그만 아이가 그런 생각을 했다는 것에도 놀랐고

생각해보니 정말 그 아이 말대로,

밑의 자녀들은 늦게 태어난 그 햇수만큼

위의 형제들보다 부모의 사랑을 덜 받는다는 그 자연스러운 사실을

그 애 때문에 새삼 깨달았던 것 때문에도 실소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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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삶 안에서 이런 일이 어찌 한 두번일까?

많은 자녀이든 아니든 

다들 자기 위치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것이 있음을 알 수 있다.

 

 

결국 모든 것에 평등하고 공정한 상황은 쉽지가 않다.

모든 것에 모든 이가 만족인 상황은 여간해서 존재하기 어렵다.

 

그렇다고 또 살면서 주변에서 많이 듣고 있는, 

부모와 자식, 그리고 형제들과의 관계 속에서, 

만족과 행복이 우리에게 결코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어떤 가족에게는 작은 일들이 한없는 불행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어떤 가족에게는 큰 일도 행복한 결말로 끝나기도 한다.

그래서 만족할 만한 삶은 자기 자신에게 달려있는 것이다.

 

 

즉 형제와 비교하지 않는다면,

부모님의 사랑을 신뢰할 수 있다면,

비록 자신이 바라는 선물에 꼭 맞지 않더라도

비록 자신이 기대했던 상황이 아니더라도

좀더 흔쾌히 선물을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신뢰가 깊으면 깊을수록,

성숙한 사람이라면 더욱,

주시는 선물을 기쁨으로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놓여진 상황에 대한 깊은 뜻을 헤아릴 수 있지 않을까.

 

 

사실 형제와, 주위 사람들과 비교하지 않고 살아도

우리는 좀더 만족한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어떠한 상황 안에서도 하느님 아버지의 사랑을 신뢰한다면

우리는 좀더 행복하고 평화로운 삶을 살 수 있을 것이다.

그야말로 천국을 여기서부터 살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하느님 나라는 누구와의 비교가 아닌

자신과 하느님과 일대일의 인격적 사랑 안에서

충분히 머물며 만족하는 그 상태인 것이다.  

 

아버지가 보내신 포도밭에서 거둘 수확은 

바로  그 기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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