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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제가 악에 물들면- 아일랜드 도미니꼬 수도원
작성자김용대 쪽지 캡슐 작성일2009-08-21 조회수734 추천수6 반대(0) 신고
그때에 예수님께서 군중과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율법 학자들과 바리사이들은 모세의 자리에 앉아 있다. 그러니 그들이 너희에게 말하는 것은 다 실행하고 지켜라. 그러나 그들의 행실은 따라 하지 마라. 그들은 말만 하고 실행하지는 않는다.
또 그들은 무겁고 힘겨운 짐을 묶어 다른 사람들 어깨에 올려놓고, 자기들은 그것을 나르는 일에 손가락 하나 까딱하려고 하지 않는다.
그들이 하는 일이란 모두 다른 사람들에게 보이기 위한 것이다. 그래서 성구갑을 넓게 만들고 옷자락 술을 길게 늘인다. 잔칫집에서는 윗자리를, 회당에서는 높은 자리를 좋아하고, 장터에서 인사 받기를, 사람들에게 스승이라고 불리기를 좋아한다.
그러나 너희는 스승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스승님은 한 분뿐이시고,
너희는 모두 형제다. 또 이 세상 누구도 아버지라고 부르지 마라.
너희의 아버지는 오직 한 분, 하늘에 계신 그분뿐이시다. 그리고 너희는 선생이라고 불리지 않도록 하여라. 너희의 선생님은 그리스도 한 분뿐이시다.
너희 가운데에서 가장 높은 사람은 너희를 섬기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누구든지 자신을 높이는 이는 낮아지고, 자신을 낮추는 이는 높아질 것이다.”(마태오 23:1-12)

옛날의 한 그리스도인 작가가 말했다.
잘못을 범한 평신도는 이내 잘못을 바로 잡지만 사제(司祭)가 악에 물들게 되면 거의 헤어나지를 못합니다.” 아마 경험에서 우러난 말인 것 같다. 이 작가는 바리사이들이 앞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것을 두고 말한 것 같지만 모든 시대의 모든 성직자들도 바리사이와 거의 다름이 없다는 것을 꼬집은 것 같다. 이 작가가 이어서 말했다.
자리가 사제(司祭)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제가 자리를 만듭니다.
자리가 사람을 축성(祝聖)하는 것이 아니라 사람이 자리를 축성합니다.
모든 사제가 거룩하지는 않지만 거룩한 사람은 모두 사제입니다.”
 
하느님의 현존, 하느님의 표지, 하느님의 흔적, 하느님의 업적, 하느님의 사람, 하느님을 만날 때 쓰는 물건, 그리스도의 표지 같은 것은 하느님께 속하는 것이기에 ‘거룩한 것’으로 분류된다. 재료 자체는 비록 이 세상의 것이지만 하느님의 것으로 쓰려고, 또는 하느님의 거룩함을 드러내는 데 쓰려고 ‘거룩한 것’으로 구별한다. 이것을 ‘성별(聖別)’이라 하고, 특별히 ‘축성(祝聖,consecration)한다’고 말한다.
 
교회에서 축성하는 것으로는, 미사 때 주님의 몸을 이루는 성체, 성전 봉헌 때 그리스도의 상징인 제대, 복음 삼덕을 실천하는 수도자의 삶, 그리고 세례와 견진, 사제서품 때 성령의 기름부음 받음을 표시하는 축성 성유(크리스마)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성사의 재료로 사용하는 ‘성유(聖油)’를 축성하는 것은 역시 그리스도의 사제직과 관련이 있다. 축성되었다는 것은 그 안에 하느님의 권위가 들어 있다는 뜻도 된다. 사제의 경우 하느님의 권위를 대신 활용하고 있다는 뜻도 된다.
그런데 사제가 거룩하지 못하면서 하느님의 권위를 남용하면 하느님을 모독하는 것이 되며 독성죄(瀆聖罪)를 짓는 것이 된다.
 
교부 오리겐(Origen, 185-254)은 섬김을 받고 앞 자리에 앉아 뭇사람들로부터 인사를 받는 기쁨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는 이런 기쁨을 율법학자나 바리사이들에게서 찾을 것이 아니라 교회 안에서 찾아야 하며, 만찬을 하는 식탁에서 뿐만 아니라 교회의 앞 자리에서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를 높이는 사람은 낮아질 것입니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이 말에 귀를 기울이고 모든 부제와 사제와 주교들도
이 말에 귀를 기울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교부는 이어서 그리스도의 마음 비움에 관한 필리피서(3:6-9) 말씀을 인용했다.
“그분께서는 하느님의 모습을 지니셨지만 하느님과 같음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않으시고 오히려 당신 자신을 비우시어 종의 모습을 취하시고 사람들과 같이 되셨습니다. 이렇게 여느 사람처럼 나타나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죽음에 이르기까지,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그러므로 하느님께서도 그분을 드높이 올리시고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그분께 주셨습니다.
 
크리소스토모 성인(Chrysostom, 344/354?-407)이 덧붙여 말했다.
“제자라면 그리스도께서 어린이를 군중 가운데 세우셨을 때나 오늘의 복음 말씀에서 보여주신 겸손의 덕을 끊임없이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그리스도께서 산상(山上)에서 진복팔단(眞福八端)을 말씀하실 때에도 겸손부터 시작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자존심을 뿌리째 뽑으시고 말씀하셨습니다.
자기 스스로를 낮추는 사람은 높이 올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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